‘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는 타노스의 핑거 스냅 이후 5년이 흘러 사라진 이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한 공간에서 동그랗게 둘러 앉아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캡틴 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이들과 앉아 고민을 꺼내고 털어 놓으며 서로 위로하고 응원한다. ‘써클’에 둘러 앉거나, 동그랗게 모여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장면은 영화 뿐만 아니라 서구 문화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화는 아직은 대한민국에서는 어색하고 낯설다. 자신의 아픔, 고민을 꺼내놓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병원에 찾아가 1:1로 의사에게 고민을 ‘비밀’스럽게 털어 놓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나만 이런 건 아닐까’라는 고민까지 싹트게 된다. 그래서 힐링, 위로, 치유의 키워드를 가진 TV 프로그램, 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어른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에서 SBS 새 예능 프로그램 ‘써클하우스’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써클하우스’는 대한민국 MZ세대들이 겪는 현실적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신청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힐링 토크쇼다. 전국민의 ‘랜선 엄마’ 오은영 박사와 ‘국민 남동생’에서 ‘국민 MC’로 거듭난 이승기, 데뷔 후 첫 고정 예능에 참여하는 한가인, ‘청춘들의 동반자’ 노홍철, ‘요즘 애들’의 대표주자 댄서 리정이 함께한다.
오는 2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써클하우스’.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로와 응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이세영 PD를 만났다.

▲ “남 이야기 아닌, 우리 이야기한다고 공감하실 수 있길”
당초 ‘써클하우스’는 지난 3일 첫 방송 예정이었으나 대선후보토론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여파로 3주 연기돼 오는 2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시청자들과 만남이 미뤄져서 아쉬움이 있겠지만 이세영 PD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써클하우스’는 시청자 분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하는구나’라는 마음으로 공감하실 수 있고, 거기에서 소소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고 말했다.
이세영 PD는 “아직 우리나라는 자신의 고민을 꺼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 걸 부수고 우리 모두가 같이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아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고, 위로 받을 수 있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고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며 “이런 이야기를 오은영 박사님께 하니 너무 좋아해주셨고, 발전적인 아이디어를 주셔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써클하우스’ 이전에도 상담, 힐링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만큼 ‘써클하우스’도 차별화를 가져야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터. 이세영 PD는 “제작진 없이 10명 남짓의 서클러들이 어른이들의 안전지대인 써클하우스에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눈다. 굉장히 편안한 공간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니 몰입감이 엄청나다. 어느 순간 보면 방송을 하고 있는 느낌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느낌이다”며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대가 있는 사람들끼리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유대감을 가지고 동그랗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는 부분이다. 내 문제, 나 혼자가 아니야, 우리 다 그래, 그러니까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같은 소소한 위로를 받고 함께 손잡고 가는 느낌이다. 상담실에서 선생님이 환자에게 처방을 내려주는 게 아니라 우리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게 ‘써클하우스’의 차별점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세영 PD는 “저도 30대고, 어른이고,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위치가 됐지만 어쨌든 아직은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부분이 자꾸 프로그램에 녹아나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잘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할 텐데, 그 고민이 저조차도 사실 정확한 답을 모르겠어서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도 좀 성장하는 게 있고,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이 좀 투영되는 것 같다”며 “어른이들이 어쨌든 어른인 척하면서 단단한 척, 빈틈 없는 척하면서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만큼은 어리광 부려도 된다는 마음으로 ‘써클하우스’라는 곳을 만들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 “한가인 코스프레 벗은 한가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써클하우스’가 또 하나의 기대를 받고 있는 건 배우 한가인의 데뷔 후 첫 고정 예능에 출연한다는 부분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한가인은 어린 나이에 배우 연정훈과 결혼했고, 이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많이 없었던 만큼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세영 PD는 “저 역시도 국민 첫사랑, 우아하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한가인을 알았다. 그런데 처음 만나자마자 너무 반전이엇다. 털털하고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이엇다. 정말 옆집 언니 같지 않은 외모에 옆집 언니 같은 성격, 대화를 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며 “굉장히 솔직하다.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하고, 자기 이야기도 솔직하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너무 열심히 듣고 거기에 솔직하게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신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엄마들, 학부모들과 친하기도 하다. 거기에서 우리가 말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시선이 가장 가까운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PD는 한가인을 ‘옆집 언니’라고 말하며 반전 매력을 예고했다. 이 PD는 “반전이 많다. 덕질을 좋아한다는 서클러가 있었는데, 공감대가 너무 잘 통하더라. 어렸을 때 누구 쫓아다녔다는 이야기도 솔직하게 해주시면서 다른 경험들도 많으니까 이야기에 공감을 잘하고 편안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이세영 PD는 “그래서 저희가 ‘이제 한가인 코스프레 그만하셔야할 것 같다’고 그랬다. 이제 한가인 코스프레 내려놓겠다고 하시는데 너무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동안 안 평범한 외모 때문에, 안 일상적인 외모 때문에 너무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었구나 싶다. 미안할 정도로 너무 매력있는 사람이다. 머리 속에 있는 우아한 국민 첫사랑 한가인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써클하우스’에서의 솔직한 한가인이 훨씬 더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좋아하실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우리 콘텐츠가 어떻게 달라질 거냐는 게 중요하죠.”
최근 예능은 춘추전국시대다. 방송사들간의 경쟁도 있지만 이제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 스트리머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오히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서 소통하는 이들은 규제가 심하지 않아 더 자극적인 소재를 선보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방송사에서 선보이는 콘텐츠가 심심하고, 외면 받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더 나은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세대가 변하고, 시청층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MZ세대로 대표되는 세대들이 치고 올라왔다. 각 방송사에서도 이제는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2049 시청률을 더 신경쓰는 상황에서 SBS는 흐름을 잡았다. ‘동상이몽’, ‘골 때리는 그녀들’, ‘런닝맨’, ‘집사부일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이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일주일을 수놓고 있다.
이세영 PD는 “저를 포함해 많은 젊은 PD들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포맷이나 플랫폼 적인 거를 많이 열어주시려고 노력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세영 PD는 “동시간대의 프로그램들과 경쟁하는 게 아닌, 무궁무진한 콘텐츠들과 경쟁을 하는 거라서 ‘내 콘텐츠’, ‘우리 콘텐츠’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내부적인 경쟁은 사실 많이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각기 각색의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우리 콘텐츠가 어떻게 달라질거냐가 중요하지, 이 안에서 내 콘텐츠가 더 낫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거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론칭을 하면 잘 되니까 론칭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내가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라는 뜻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론칭하는 순간이 경쟁의 시작이다”며 “정말 무궁무진한 콘텐츠들이 있다. 저도 쉴 때 유튜브 등을 보면 재밌는 콘텐츠가 정말 많다. 그렇다고 그걸 따라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제가 잘하는 게 아닌, 그것을 따라가려는 순간 색을 잃게 된다. 다른 콘텐츠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세영 PD는 ‘집사부일체’와 ‘써클하우스’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자신을 ‘어른이’라고 표현한 이세영 PD는 ‘집사부일체’와 ‘써클하우스’를 통해 힐링, 치유라는 키워드를 잡았고, 그 안에서 ‘어른이’인 자신도 치유 받으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세영 PD는 “‘집사부일체’를 통해 물론 사부님들에게 배운 것도 많지만, 가장 크게 배운 건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야 된다는 건 전혀 아니지만 치열하게 내가 살고자 할 때 얼마만큼 치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치가 필요하다. ‘집사부일체’를 한 3년 동안은 일을 정말 치열하게 하면서 그 치열함에 대한 경험치를 쌓았다”고 말했다.
이어 “‘써클하우스’를 통해서는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다. PD라는 직업도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PD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넓히고 싶고, ‘써클하우스’를 하면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라도 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흔들릴 수 있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그 기준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세영 PD는 ‘집사부일체’와 ‘써클하우스’를 통해 그 기준이라는 뿌리를 튼튼하게 다지면서 수많은 가지로 뻗을 준비까지 마쳤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세영 PD의 새로운 프로그램 ‘써클하우스’는 오는 24일 오후 9시 SBS에서 첫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