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닥터’ 판타지로 시작한 ‘좋은 의사 만들기’ 미션 클리어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2.23 11: 03

[OSEN=김재동 객원기자]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직업들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런 많은 직업들 중에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직업이 있다. 의사도 그 중 하나이다.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극본 김선수, 연출 이승훈·조아라)가 종영했다. 권선징악 해피엔딩으로 잘 마무리됐다.
솜씨좋은 흉부외과의사 차영민(정지훈 분)은 제 손만 떠받들던 실력좋은 기술자에서 사람을 보는 명실상부한 의사가 됐다. 병원 후계자가 되기 위해 소명의식 하나 없이 의사가 된 고승탁(김범 분)은 ‘똥손’의 오명을 벗고 사람 살리는 보람에 눈을 뜬 의사로 성장했다.

시나브로 자라난 욕망에 잡혀 먹힌 한승원(태인호 분)은 덧없이 추락하고 순간의 유혹에 넘어간 안태현(고상호 분)은 인성 회복의 마지막 기회를 붙잡고 자수한다.
제목에서 보듯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다. 차영민은 은상대학병원 흉부외과의 에이스다. 냉소·독설·오만의 바닥 인성과 상관없이 실력만큼은 발군이다. 그 밑으로 범상찮은 배경의 레지던트 고승탁이 들어온다.
고승탁은 병원주의 손자로 병원 승계를 위해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의학적 지식은 많지만 손이 똥손이라 입만 나불대는 편이다.
싸가지는 싸가지를 알아본다고 둘은 첫 눈에 서로의 재수없음에 학을 뗀다. 그런 첫 인상만을 남긴 채 차영민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자신의 몸이 누워있는 병원을 배회하던 차영민의 영혼은 우연히 고승탁이 영혼을 볼 수 있으며 그의 몸에 빙의가 가능함을 알게 되고 그 때부터 두 웬수의 티격태격 한 몸 살이가 시작된다.
고스트는 당연히 알게 되는 것이 많아진다. 고스트 차영민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신의 환자들이 품은 사연들을 접하면서 생명을 살린다는 것, 한 인생을 구한다는 의미의 엄중함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유혹에 넘어가 의사의 윤리를 저버린 한 때의 애제자 안태현(고상호 분)에게 충고한다. “의사들은 늘 손에 피를 묻히고 살지. 그 피는 환자들의 목숨이고 인생이야. 하나하나 대단하고 소중한 인생들이라고. 그 때문에 그 피는 씻겨지는 거야.” 드라마는 결국 ‘좋은 의사 만들기’란 프로젝트에 충실했다.
의사는 선서하고 시작하는 몇 안되는 직업 중 하나다. 게다가 선서의 내용은 자못 거창하고 비장하다. 우리나라 의대 졸업식에서 사용하는 선서문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로 시작하는 선언문은 이어 “...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하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고 세상에 천명한다.
이 고귀하고 명예로운 선언과 함께 순백의 가운을 입은 수많은 의사들 중 얼마나 많은 이가 이 선언문 앞에 당당할 수 있을까.
드라마 ‘고스트 닥터’는 판타지라서 눈길을 끌었고, 정반대 캐릭터의 한 몸 살이 성장기로 재미를 주었으며, 사람에 대한 연민을 자극하며 울림을 주었다. 그렇게 드라마가 추구한 미션 ‘좋은 의사 만들기’는 성공적으로 클리어됐다.
/zaitung@osen.co.kr
[사진] '고스트 닥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