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구두구두구…” 얼마전 고인이 된 명MC 허참은 가요대전 등의 승자를 발표할 때 곧잘 드럼 치는 가성으로 시청자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말이죠”로 한 번 김 빼고 다시 “두구두구두구….” 당시에는 뻔하고 흔한 ‘밈’이었지만, 그래도 늘 심장이 콩닥콩닥 뛰곤 했다. 그래서 허참 선생님이 어쨌다고요? MBC 인기 오디션 ‘방과후 설렘’ 최종회의 데뷔조 발표를 얘기하려다 옆길로 빠졌습니다. 죄송합니다.
TV 오디션 프로의 틀과 내용은 계속 바뀌어도 변치않는 중심 축은 단 하나다.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진다는 것. 지난 27일 밤 ‘방과후 설렘’도 그랬다. 데뷔조에 붙은 7인은 환호했고 떨어진 7인은 고개를 숙였다. 최종 데뷔조 ‘클래씨’(CLASSy)로 선정된 멤버들도 마냥 웃고 있지는 않았다. 최후까지 함께 경쟁하다 떨어진 급우이자 동료들을 바라보면 눈물을 글썽였으니까.
오디션의 참가자의 희비가 클수록 보는 시청자는 더 흥미진진하다. 콕 집어 한 명을 응원했다면 마치 참가자 가족인냥 아드레날린 과다 분출로 숨을 허덕인다. 뻔하디 뻔한 오디션 프로? 욕하면서도 꼭 챙겨보는 이유가 다 이겁니다.
이날 파이널 생방송은 도전조 7인(김리원, 김선유, 김윤서, 김현희, 원지민, 이미희, 이영채)과 데뷔조 7인(김유연, 명형서, 미나미, 박보은, 윤채원, 최윤정, 홍혜주)이 아이돌 데뷔를 걸고 마지막 대결을 펼쳤다. 두 라운드에 걸쳐 신곡 무대를 선보인 후, 담임 선생님의 베네핏과 생방송 문자투표점수, 사전온라인 투표 점수를 합산해 상위 7인이 최종 데뷔조 '클래씨'(CLASSy)가 되는 상황. 또 나옵니다. “두구두구두구…”
드디어 대망의 최종 순위 발표 시간. 실시간 문자 투표가 마감되고, 가장 먼저 박보은이 최종 6위로 데뷔조 '클래씨'의 멤버가 됐다. 이어 5위 김리원, 4위 홍혜주는, 3위 명형서가 차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종 1위는 원지민. 온라인 사전투표에서 7위였던 그는 인생역전이 아니라 오디션 대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온라인 사전투표 1위 김선유는 한 계단 내려가 2위에 그쳤지만 데뷔조 안착에 성공했다. 1위이던 7위이던 데뷔조에 들면 기쁨인 것을. 막차 7위로 합류한 윤채원의 기쁨은 다른 이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자. 즐거운 파티는 여기까지. 아쉽게 탈락한 7인은 이제 어쩔건가요? 실력이 조금 부족했을수도, 운이 조금 덜 따랐을수도, 하필이면 최종 공연 때 컨디션이 안좋았을수도… 긴 오디션 여정을 시청하며 기자가 지켜본 이들의 노력과 요정은 데뷔조에 절대 못하지 않았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그래도 어쩝니까. 규정은 지키라고 만들었는데요. 물론 팬들의 성화로 구제된 사례가 제법 있는게 복병입니다.
막상 ‘방과후 설렘’ 종영후 기자처럼 아쉬움을 가졌던 시청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제작진 등에 따르면 수많은 이 프로의 열혈 팬들은 14명의 연습생들이 모두 함께 데뷔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각종 SNS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탈락한 7인의 구제를 요청하는 강력한 파도가 이는 중이다.
데뷔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7명의 연습생들 중에는 음악적 실력을 인정받고 막강한 팬덤까지 형성하고 있는 인기 멤버도 속해있어 데뷔조 인원을 늘려달라는 의견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방과후 설렘’ 제작진 측은 “팬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결정하기에는 난감한 상황이다.”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 예능의 부활을 이끈 인기 프로 '방과후 설렘' 시청자와 팬들의 '탈락조 구제' 목소리를 무시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제작진의 결단에 달렸다. 삼세번이란 말도 있는데 한 번의 더 찬스도 안주실 건가요? /mcgwire@osen.co.kr
[사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