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회 미국 배우 조합상(SAG)에서 TV 드라마 부문 남녀 연기상을 수상한 이정재, 정호연이 또 한번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팬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정재는 미국의 한 행사에서 기자로부터 인기를 얻으니 어떠냐는 질문을 들었던 바. 오늘 질문도 외국 배우를 무시하는 듯한 의미로 받아들여져 국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27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바커 항거에서 열린 28회 SAG에서 이정재와 정호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오징어 게임’(극본연출 황동혁)으로 각각 남자 연기상, 여자 연기상을 각받았다.
두 사람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 이뤄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기자로부터 “이제 SAG 수상자가 되셨는데 무명 시절의 무엇이 가장 그립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정재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고민했고 정호연은 웃으며 “없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이에 해당 기자는 “상 받을 자격이 있다.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이번에도 역시 미국인을 기준으로 삼고 던진 질문이다. 물론 미국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고, 이로 인해 한국에 사는 배우 이정재를 알게 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극히 자국을 중심으로 다른 나라의 배우를 평가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이정재는 1993년 데뷔해 29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으며 ‘모래시계’ ‘보좌관’ 등의 드라마, ‘암살’ ‘관상’ ‘신세계’ ‘도둑들’ ‘신과 함께’ ‘사바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영화까지 히트작이 꽤 많은 국내 정상급 배우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에서 수상했다고 해서 ‘벼락스타’로 분류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자국을 ‘주류’라고 전제하고 있기 때문일 터. 기자 본인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를 알게 됐다고 해도, 보통 인터뷰를 위해 외국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한번이라도 훑어보고 오는 건 필수다. 배우들의 위치를 몰랐다는 것은 무지를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정호연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신인 배우지만, 모델로서의 경력은 많다. 2010년 모델로 데뷔, 2016년 뉴욕 에이전시와 계약한 후 명품 브랜드 및 광고 캠페인 등 다양한 무대에 서며 활동을 이어왔다. 연기 경력으로만 따지면 한국에서도 신인이지만, 모델로서는 무명은 아닌 것이다.
굳이 궁금하다면 그들에게 “무명시절의 어떤 게 그립냐?”라고 질문을 할 순 있지만 이 시상식에 와서 시간을 내어 물어볼 얘기는 아니다.

이정재는 SAG의 시상식 무대에 올라 “오~ 세상에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거 너무 큰일이 제게 벌어져서…많이 (종이에)써왔는데 이걸 다 읽지를 못 하겠다.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저희 ‘오징어 게임’ 팀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호연도 “우선 감사하다. 여기 계신 많은 배우들을, 관객으로서, TV에서 스크린에서 많이 뵀다. 항상 그들을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게 진심으로 영광이고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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