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비겁한 찌질이!’
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송하영(김남길)이 연쇄살인범 구영춘(한준우 분)을 규정한 말이다.
실제로 구영춘의 실제 모델인 유영철은 연쇄 살인의 시작점인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모(73세)씨와 부인 이모(68세) 등을 비롯, 85세 강모씨, 60세 이모씨, 34세지만 자폐증 있던 고모씨, 69세 유모씨, 87세 김모씨 등 노약자를 주 범행대상으로 삼았고 전화방 종업원, 출장마사지 도우미 등 11명의 여성을 살해했다. 하나같이 저항능력이 취약한 이들이었다.
송하영이 ‘소심한 공격성’을 시그니처로 규정한 남기태(김중희 분)는 더 찌질하다. 유영철은 그나마 보안과 치안이 구비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남기태의 실제 모델인 정남규의 범행대상은 안전시설이 빈약한 지역의 사회적 약자에 집중돼 있다.
범행 대상을 유인할만큼 대범하지도 못했고 환한 범행장소 역시 자신의 얼굴을 보이려는 의도보다는 피해자의 생명이 꺼져가는 눈빛을 보고자 하는 변태성이 이유였을 뿐이다.
범행 방식을 침입·방화로 바꾼 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을 따고 침입하거나 하지 않고 문이 열린 집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소심한 공격성’이란 시그니처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범죄현장에서 자고있던 20대 청년을 공격했지만 살해에 실패하고 격투 끝에 붙잡힌 것을 보면 저항 능력이 있는 대상 앞에선 아무 힘도 못쓰는 ‘찌질이’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비겁한 찌질이들의 범행 여파는 간단하지 않았다. 약자에 대한 악랄하고 무자비한 가학적 범행 방식뿐 아니라 돈·치정·원한이란 전형적인 살인의 유형에서 벗어난 ‘살인을 목적으로 한 연쇄 살인’란 낯선 범죄방식이 주는 공포가 사회 전체를 잠식했다.
같은 연쇄살인이라도 70년대 연쇄살인마 김대두의 경우는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의 성격을 띄었고, 80년대 이춘재의 화성연쇄살인도 성(性)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어서 범행자체는 끔찍했지만 동기만큼은 설명이 가능했다. 그런 판에 살인 자체가 목적일 수 있다는 발상의 등장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그야말로 악마의 심장을 장착한 괴물의 등장이었다.
이 여파는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진에도 미쳤다. 공감 과잉의 프로파일러 송하영에게 특히 더했다. 그 조차 공감할 수 없는 범죄동기. 결국 송하영은 범인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그 놈 되어보기’에 나선다. 스스로 범행을 재연하며 그 속내를 짐작하려 애쓴다. 구영춘이 휘둘렀듯 망치를 휘둘러보고 남기태가 사용한 식칼을 든 채 범행현장을 배회도 해본다.
이런 송하영의 모습을 보며 국영수는 “처음으로 내가 잘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책한다. 송하영이 “저는 단지 범인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했던 것 뿐”이라고 했을 때 국영수는 “똑같이 흉기 휘둘러봐야 알 수 있는 마음이면 모르는 게 낫다”며 “네가 말한 '그 화 되기'도 중요하지만 지금 방식은 너무 위험하다”며 일종의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송하영에게 그가 접한 괴물들은 그 존재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고 말했었다.
범인을 온전히 이해해 보려는 프로파일러란 직군이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위험이다. 괴물의 탈을 쓴 비겁한 찌질이들은 잡힌 후에도 애를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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