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보다 2살 어린 35세 외국인 감독 "배구에 미친 사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3.06 04: 11

대한항공을 1위로 이끌고 있는 토미 틸리카이넨(35) 감독은 V-리그 역대 최연소 사령탑이다. 1987년 핀란드 태생으로 지난해 5월 선임 당시 만 34세에 불과했다. 1985년생인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와 유광우보다 2살 어린 나이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시즌 팀의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57) 감독이 불같은 성격으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면 틸리카이넨 감독은 친구 같은 부드러운 리더십이 돋보인다. 젊은 감독답게 항상 파이팅이 넘친다. 
경기 중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선수처럼 계속 움직인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주먹을 불끈 쥐거나 엄지를 치켜들어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는다.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웜업존으로 달려가 선수들과 얼싸안고, 양손으로 하트를 그려 표시하는 ‘스윗함’까지 보인다. 

대한항공 한선수(왼쪽)와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10.16 /OSEN DB

2살 어린 감독과 색다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고 세터’ 한선수는 “서로 편하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어차피 외국은 나이가 상관없다. 나도 외국에 온 것처럼 편하게 한다”며 웃은 뒤 “배구에 미친 사람이다. 배구 하나에 완전히 빠져 사는 것 같다”고 틸리카이넨 감독의 배구 열정에 놀라워했다.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감독이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2021.12.30 /OSEN DB
대한항공은 1라운드 2승4패로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2라운드부터 궤도에 올랐다. 에이스 정지석이 복귀한 뒤 틸리카이넨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가 자리잡아 ‘우승 후보’ 면모를 되찾았다. 외국인, 주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선수들도 폭넓게 쓰고 있다. 5일 삼성화재전 셧아웃 승리로 3연승을 달린 대한항공은 18승11패 승점 56점으로 1위를 질주 중이다. 
2위 KB손해보험(15승14패·승점50)과 격차를 6점 차이로 벌려 1위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다만 3주 동안 코로나로 인한 시즌 중단 여파로 남은 일정이 타이트해진 것이 변수. 포스트시즌도 플레이오프가 단판으로, 챔피언 결정전이 3전2선승제로 축소됐다.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남은 시즌과 봄배구를 대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12.15 /OSEN DB
틸리카이넨 감독은 “일정 변경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다 똑같다. 유럽리그는 여러 대회를 겹쳐서 하기도 하는데 그에 비해 한국리그는 이동 거리나 시간이 짧아 피로도가 적다”며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문제될 게 없다”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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