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나수)의 메인 음악 ‘파이 송’은 원주율 파이(π)의 숫자를 음표 삼아 만들어졌는데, 주인공 이학성(최민식 분)이 한지우(김동휘 분)에게 수학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귓가를 사로잡는다.
연출을 맡은 박동훈 감독은 OSEN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파이 송’이 나온 과정에 대해 “제가 생각해낸 것은 아니고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파이 송’이 유튜브에 있긴 했지만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수행한 역할은 장면의 지분을 키우는 작업이었다. 학성, 지우, 보람 등 세 사람의 즐거움에 관객들도 동참할 거라고 믿었다.”
아지트에서 피아노를 발견한 보람(조윤서 분)이 학성의 도움을 받아 ‘파이 송’을 연주하는데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워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에 박 감독은 “원래는 아지트가 아니라 음악실에서 연주하는 거였다. 그러나 그 공간(아지트)에서 연주해야 즐거움과 감동이 배가되겠더라. 음악적인 면에서 보면, 연주가 시작되고 점차 OST가 개입돼 감동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었다. 근데 현장에서 조윤서가 치는 피아노 연주를 듣고 ‘완곡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수 음악감독이 큰 역할을 하셨다. 관객들이 그들의 즐거움에 동참했다고 쓴 리뷰를 봐서 감독으로서 저 나름대로 짜릿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비의 규모가 확보되면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과 세트 미술에 많은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아지트는 특히나 저예산에서는 실현되기 불가능하다. 표현력에 있어서 평소 제가 얘기하고자 했던 것들을 좀 더 풍성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감독으로서 도전이자 시도였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답보다 해답, 좋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영화 같다’고 하자 “일단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설득력 있는 온화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무조건 착한 영화가 아니라. 저는 대배우 최민식의 연기로 표현됐다고 본다. 학성이 지우를 한 달 동안 지켜본 다음에 결정을 하는데, 그 시간의 흐름도 나무 등을 통해 성의있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짚었다.
“제가 착하다는 말은 잘 안 쓴다.(웃음) 영화가 마냥 순진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올바름에 대한 얘기로 받아들였고 풀어냈다. 물론 살면서 결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과를 너무 종용하는 시대에 산다는 게 아쉽다. 시간을 더 들여서 가능성을 찾으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예쁜 결과를 만들 수 있는데, 너무 결과만 원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어서 진중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방법도 찾아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과정을 찾는 일이 제 가치관에 부합한다(웃음).” (인터뷰③으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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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