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구단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재벌'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003년 1억 4000만 파운드(약 2269억 원)에 첼시를 인수한 후 19년 동안 구단주로 활약했다. 그 사이 첼시는 13명의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고 21개의 트로피를 수집하면서 유럽 최고 클럽 중 하나로 자리했다. 첼시는 이제 최대 40배 가까운 30~40억 파운드(약 4조 8000억~6조 4000억 원) 매물로 거듭났다.
아브라모비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 세계적 지탄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아브라모비치의 돈 출처를 궁금해 했고 영국 정치권에서는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또 영국 정부가 자국 내 러시아 자본 동결을 발표하면서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구단 운영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2/03/08/202203081645777602_62270adc639ec.jpg)
아브라모비치가 지난달 27일 첼시 구단을 매각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일부 첼시팬들은 지난 5일(한국시간) 4-0으로 승리한 번리와 경기 전 가진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다지는 짧은 행사 도중 이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이름을 연호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첼시팬들은 지난 19년 동안 구단을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노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브라모비치가 러시아인이면서 전쟁을 일으킨 푸틴 대통령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오히려 번리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전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주 사이먼 조던은 영국 '토크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매각 결정에 대해 "사람들은 프리미어리그의 진화를 아브라모비치와 같은 사람들 덕분이라고 돌렸다"면서 "첼시를 제외하고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축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 중 하나였다"고 평가절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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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은 그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이미 상승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인기가 높았고 방송사들이 서로 우리에게 돈을 쏟아붓게 만들고 있었다"면서 "아브라모비치가 한 일은 초인플레이션을 조장한 것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이 지배하던 이중독점 구도를 한동안 깬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미 그 일은 일어날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던은 "아브라모비치가 한 일은 축구계를 재정적으로 만들어 성장할 수 없도록 환경을 바꾼 것"이라며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주로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사들인 뉴캐슬의 예를 들면서 "이런 사람들은 축구 클럽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성향에 대한 생명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클럽을 구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던은 "그들은 스포츠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려 하고 뉴캐슬 때처럼 정권을 정당화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영국 축구 클럽을 소유하고 싶어한다"면서 "우리는 거기에 '잘됐네'라고 말하고 있다. 주요 수혜자들은 에이전트들과 선수들"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조던은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개성도 없고 근성도 없고 실속도 없는 세대의 선수들은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다. 축구의 부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나는 이것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아브라모비치의 유산? 첼시에는 환상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축구에는 끔짝하다고 생각한다"고 씁쓸해 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