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브래드 스티븐스’를 꿈꾸는 한국인이 있다.
브래드 스티븐스(46)는 미국농구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제대로 농구선수 생활을 하지도 않은 그는 안정적인 제약회사를 마다하고 자원봉사 농구코치를 시작했다. 그는 불과 26세에 버틀러대학 코치로 부임했고, 6년 뒤 정식감독이 됐다. 2010년에 그는 버틀러를 이끌고 명문 듀크대와 NCAA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붙어 아깝게 준우승을 했다.
2013년 NBA 보스턴 셀틱스에 감독으로 파격적으로 선임된 그는 8시즌간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는 2021년부터 셀틱스의 단장 겸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나이는 아직도 불과 47세에 불과하다.

재밌는 것은 스티븐스가 제대로 선수생활을 한 적도 없고, 비디오 전력분석으로 높은 자리까지 갔다는 사실. 하루에 10시간 넘게 농구비디오를 보던 농구덕후가 성공한 덕후가 된 셈이다.
농구명문 듀크대 여자농구부에서 전력분석을 맡고 있는 김태경(34) 씨는 스티븐스와 비슷한 점이 많다. OSEN이 듀크대 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 어떻게 농구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 아버님이 취미가 농구셨어요. 마이클 조던 팬이셨죠. 미국에서 태어나 아버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농구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어릴 때 박스로 골대를 만들어서 하기도 했어요.
- 농구관련 직업은 어떻게 갖게 되셨나요?
▲ 대학시절 만난 아내와 스포츠매니지먼트 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교수님에게 조언을 듣고 농구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곤자가대학에 이력서를 넣고 감독과 면담을 했습니다. 합격을 하고 조교로 가게 됐습니다. 곤자가에서 2년을 일했죠. 곤자가가 해외지도자들을 잘 받아 연수를 온 조상현 감독님과도 같이 지냈습니다. 이후 다른 대학에서도 제안이 왔고 듀크대학 여자농구부를 맡게 됐습니다. 지금 아내도 스포츠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 비디오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은 어떤 일을 하나요?
▲ 학교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ACC의 모든 상대팀의 스카우팅을 다 담당하고, 우리 팀 공격도 담당합니다. 감독과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코치가 없으면 연습도 주도합니다. 감독이 바빠서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볼 수 없기 때문에 연습을 준비할 수 있는 영상도 만들고 있습니다.
- 코치들과의 의사소통 및 교감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감독님 첫 부임 후 하루에 영상만 3-4시간씩 같이 봤어요. 감독과 농구철학과 용어, 관점이 서로 맞아야 하거든요. 코치가 보는 시야에 제가 맞춰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구에 대한 데이터 분석+비디오+설명 삼박자가 맞아야 설득에 효력이 생긴다는 것이죠. 제가 비선출이기 때문에 코치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그런 면이 있습니다.
- 미국에서는 브래드 스티븐스처럼 비선출이 NBA 감독까지 맡기도 하잖아요?
▲ NBA에 대한 환상은 없지만 코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NBA가 세계농구 트렌드를 리드하는 전술이나 용어 등이 새롭게 나오는 곳이니까 체험해보고 싶죠. 브래드 스티븐스도 두 번 만난적이 있는데 정말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꿈 같았죠.
-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전설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을 직접 옆에서 보고 계신데 배울 점은?
▲ 사실 남자팀과 여자팀이 훈련시설은 같이 쓰지만 훈련시간이 다르고 참관도 할 수 없습니다. 코치K가 듀크농구부를 브랜딩한 부분과 듀크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부분은 대단합니다. 마치 듀크출신들은 군대를 보는 것처럼 끈끈한 전우애가 있거든요. 코치K처럼 이미 성공한 분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하세요. 남자농구부는 전력분석도 매우 체계적입니다.

- 코치K 마지막 홈경기를 보려고 학생들이 두 달이나 캠핑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라이벌 노스캐롤라이나에게 졌는데?
▲ 그동안 가르쳤던 제자들이 다 경기장에 오고 대단한 것 같습니다. J.J. 레딕이 ‘16세 때 듀크에 오기로 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말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 한국여자농구대표팀에서도 전력분석으로 인연을 맺으셨는데?
▲ 크라우스 감독의 스승의 제자가 한국분이 계셔서 농구협회와 연락이 닿아 9개월 정도 대표팀 통역과 전력분석을 맡았습니다. 한국 농구인들도 변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제 역할을 열심히 하면서 한국농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농구인들과 교감을 할 생각입니다.
- 학교는 다르지만 미국대학농구에서 활약하는 이현중 선수를 보면 어떤가요?
▲ 하이라이트만 챙겨보고 있는데 너무 대단합니다. 데이비슨처럼 좋은 학교에서 활약한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A-10 컨퍼런스 토너먼트를 꼭 우승해서 NCAA 68강 토너먼트까지 꼭 갔으면 좋겠습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더럼(美노스캐롤라이나州)=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