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이 시작부터 베테랑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시청자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표정부터 대사처리까지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9일 방송된 tvN 수목 드라마 ‘킬힐(감독 노도철, 극본 신광호, 이춘우)’의 서막이 올려졌다.
과거 쇼호스트로 수많은 상패를 받을 정도로 만인에게 인정받았던 우현(김하늘 분), 하지만 점점 회사내 입지가 좁아졌고, 그만큼 그를 대하는 대우도 달라졌다. 대놓고 무시하는 후배들 속에서 정신마저 피폐해져가는 우현, 이와 달리 옥선(김성령 분)은 가장 주가가 높은 쇼호스트로 사랑받고 있었다.
우현은 그런 옥선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옥선이 진행하는 홈쇼핑에 자신의 모습을 오버랩하면 할 수록 더욱 초라해질 뿐이었다. 그 탓에 우현은 점점 예민해졌고 차가워졌다. 준범(정의제 분)은 서늘한 모습을 보인 우현을 보며 “옛날엔 안 그랬는데 살짝 변했다”며 신경쓰이는 모습을 보였다.
우현은 집에서도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야했다. 무능한 남편 도일(김진우 분)이 가족사업에 돈을 계속 빌려주고 있단 사실을 알게됐고 집까지 찾아온 시모에게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현은 “돈 주고 싶어도 없다, 우리가족 먹고 살기도 바쁘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다”며 소리쳤고 결국 시모에게 뺨까지 맞으며 힘든 나날들을 지내고 있었다.

다음날이 됐다. 유니홈 홈쇼핑 사장인 현욱(김재철 분)도 출근하며 동태를 살폈고 전무 모란(이혜영 분)에게 실적을 물었다. 모란은 옅은 미소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매너리즘에 빠진 상황에 대한 해결법을 제시했다.
우현은 출근 대신 다른 홈쇼핑 관계자를 만났다.단도직입적으로 이직에 대해 말을 꺼내자 관계자는 “어렵겠다”며 우연의 자존심을건드리는 송곳같은 말을 쏟아냈다. 급기야 관계자는 “효율은 떨어지고 몸값 무시 못하는 쇼호스트”라고 하자 우현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회사 안에서도 사람들과의 마찰은 계속됐다. MD과장 안나 (김효선 분)가 옥선(김성령 분)과 비교하는 말투에 발끈한 우현, 안나는 더욱 모난 말로 우현을 자극했고, 참다 못한 우현은 안나의 뺨을 때리며 돌아섰다.
정신적인 고통부터 체력까지 바닥난 우현은 결국 복도를 걷던 중, 사람들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마침 모란이 그런 우현을 발견했고, 손을 내밀며 미소지었다. 서로 눈빛이 통한 두 사람이었다. 예고편에서는 급기야 모란이 “패 뒤집을 방법 찾아보자”고 우현에게 제안하며 극의 전환을 알렸다.

이 가운데 첫 장면에서 우현(김하늘 분)이 맨발로 호텔 로비를 걸어들어간 모습에 대해 궁금증을 안겼다. 욕실 안에서도 긴장한 듯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우현, 과연 우현이 호텔에 같이 들어간 남자는 누구인지, 우현이 어떻게 흑화하게 될지 쫄깃한 긴장감을 남겼다.
무엇보다 대체 불가한 명품 연기력을 펼친 배우들도 특히 눈길을 끌었다. 홈쇼핑 간판 쇼핑 호스트 ‘옥선’역을 맡은 김성령은 무언가 말 못할 사연을 감춘 듯 호기심을 안기면서도 탄탄한 내공이 돋보이는 연기로 캐력터를 소화했다.
역시 쇼호스트를 연기하는 우현역의 김하늘은 우아함과 당당함 뒤에 숨겨진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를 소화, 절제하면서도 폭발시키는 감정선을 넘나들며 ‘역시 김하늘!’ 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극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모란 역의 이혜영은 대사 처리없이 눈빛 하나만으로도 일명 ‘씹어먹는’ 연기력을 펼쳤다. 간담이 서늘하게 하는 카리스마를 보이며 속내를 알 수 없는 신비감을 안기기도 했다.
이 가운데 ‘탑’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억눌러왔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흑화를 예고한 배우들이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성공을 향한 세 여자의 욕망이 어떻게 그려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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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킬힐’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