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먼저 굉장히 잘생겼다. 전반적인 능력도 좋다. 지위와 돈까지 갖췄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부터 시작돼 ‘신데렐라’ ‘라푼젤’ ‘백설공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의 기본값이다.
이런 동화시대의 왕자들은 성격조차 상냥했던 순정남들이다. 이들은 한 눈에 반한 여주인공에 닥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고는 한 눈 안팔고 여주인공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다 간다.
하지만 드라마 시대에 이런 완전체는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기본값은 포기할 수 없다. 판타지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손 볼 곳은 성격이다. 그래서 ‘파리의 연인’의 한기주(박신양 분)는 오만불손했고 ‘시크릿가든’의 김주원(현빈)은 나르시스트였다.
그 계보를 잇는 이가 SBS 월화드라마 ‘사내 맞선’(극본 한설희·홍보희, 연출 박선호)의 강태무(안효섭 분)다.
강태무는 15일 방영된 6화에서 몰카범 응징을 위해 몰카범 회사를 사들여 그를 해고하고 신하리(김세정 분)와의 연애를 위해 푸드트럭을 속초해변으로 전세내는 등 급이 다른 플렉스를 과시했다.
시놉시스상 강태무 소개란은 지나치게 오글거린다. 첫 줄이 ‘신이 모든 걸 플렉스 해서 빚어낸듯한 남자’다. 확인은 못하겠지만 등장인물 소개하자고 신까지 소환한 것은 강태무가 처음일 것이라 확신한다.

너무 잘생겨서 학창시절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연예기획사의 명함을 모두 받아야 했고 학교는 하버드를 나왔다고 한다. 가업인 GO푸드를 잇기 위해 한식·중식·양식 등 요리와 관련된 자격증은 죄다 따냈고 그가 구축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입각, 회사는 승승장구한다는 설정이다.
그의 지상목표는 회사의 성장이다. 당연히 외모가 아깝게 연애에는 관심없는 워크홀릭이다. 그런 강태무에게 번듯한 가정을 꾸려주고 싶은 할아버지가 GO푸드의 모기업인 금화그룹 창업자 강다구(이덕화 분)다.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조차 시간낭비라 생각하는 태무는 첫 맞선 상대인 마린그룹 2세 진영서(설인아 분)와 바로 결혼하리라 작심한다.
문제는 맞선 자리에 나선 이가 알바비에 혹해 진영서 대타로 나선 GO푸드 식품개발팀 선임연구원 신하리라는 점.(이 설정은 얼마전 종영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와 중복된다.)
고용주 진영서로부터 ‘맞선자리 깽판’ 오더를 받은 신하리의 혼신 연기는 그러나 강태무의 호기심만 자극하고 신하리는 진영서 대타임이 드러나고 나서도 태무 회사 직원임을 밝힐 수 없어 다시 신금희란 가상의 인물로 변신한다.
강태무와 신금희 사이엔 다시 위장연애 계약이 맺어지고 신하리는 식품개발팀 선임연구원과 신금희의 이중 신분으로 강태무와 강다구의 눈을 속여야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등장인물 및 시청자들의 안면인식 장애를 전제로 전개된 신하리의 이중생활은 설정에 걸맞는 다양한 상황들을 소화하며 드라마의 본령 로맨틱코미디에 걸맞는 코믹상황들을 연출한다. 그러는 동안 공식대로 강태무는 신하리에 빠져들게 되고 급기야 신하리의 정체를 알고나서도 괘씸할지언정 새롭게 깨달은 연애의 감정을 포기하려 들지는 않는다.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웃음과 환희를 주며 결국 행복한 결말을 끌어내는 장르다. 시청자들은 덜 떨어지고 불안정한 등장인물들의 실수에 웃음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신이 빚은’ 강태무처럼 캐릭터는 과장되고 상황은 좀 더 호들갑스러워진다.
웃음과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은 사소한 개연성의 부재 정도엔 관대하기 마련이다. 드라마 초반 강태무의 오버스런 대사나 옷 하나 갈아입고 신금희로 변하는 신하리의 모습 정도는 충분한 양해 사항이 된다. 강태무의 비서실장 차성훈(김민규 분)과 진영서간 러브라인도 몰카나 화장실 에피소드 등으로 사뭇 극적으로 진행되지만 거부감 대신 웃음과 공감 쪽에 집중하기 십상이다.
시종일관 웃고만 말아선 드라마가 성공할 순 없다. 한기주에 부여된 출생의 비밀처럼, 김주원의 엘리베이터 트라우마처럼, 백마 탄 왕자도 성장은 해야 된다.
6화에서 드러난 강태무의 트라우마는 빗길 운전이다. 강태무는 빗길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기억을 고통스럽게 안고 사는 중이다. 보육원 출신 차성훈도 고아라는 자각이 강요한 ‘선’에 대한 강박을 떨쳐내야 한다. 그깟 강박에 얽매이기엔 진영서는 점차 너무 사랑스런 연인으로 성장할테니.
‘드라마는 뻔하다’는 말이 있다. 더러 의표를 찌르는 드라마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반전의 재미 못지않게 예상을 확인하는 재미 역시 포기할 수 없는 드라마의 묘미다. ‘사내 맞선’은 그런 재미를 충분히 안겨주고 있다. 6회 시청률 10.1%는 그 방증이다.
/zait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