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감독 데뷔작 '뜨거운 피', 정우 표 건달 만나 '핫'하다(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3.16 17: 50

 “제 소설이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데뷔한 이유는(책이)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명관 감독은 16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뜨거운 피’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저도 이렇게 될지 몰랐다. 저는 이게 그리스 비극처럼 원형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만의 이야기에 이끌렸다”라고 영화화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천명관 감독과 정우, 김갑수, 지승현, 이홍내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 제작 고래픽처스, 제공 키다리스튜디오,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키다리스튜디오)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 분)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다. 김언수 작가의 장편소설 '뜨거운 피'(2016)를 원작으로 각색했다.
천명관 감독은 “어려운 시국에 극장 개봉을 하게 됐다. 좋은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잘 부탁드린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소설가인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장편 상업감독으로 데뷔한다. 이날 “제가 오래 준비해왔지만 경황이 없다. 그래도 제 인생의 재미있는 한 과정이었다는 기분이 든다”고 감회를 전했다.
김언수 작가의 글로 데뷔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서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다른 사람에게 (연출이) 넘어가면 아깝겠다 싶어서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지역 설정에 대해서는 “물론 ‘부산’ 하면 떠오르는 건달 영화가 많지만 ‘뜨거운 피’는 그것들과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저희는 허름하다. 부산에서도 낙후된 작은 항구를 둘러싸고,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기가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매혹된 부분을 설명했다.
원작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길이다. 저는 긴 소설을 두 시간 안에 어떻게 보여주느냐 집중했다. 영화적 리듬감을 가지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연출에 집중한 부분을 설명했다.
이날 희수를 연기한 정우는 영화의 완성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산은 제 고향이라 오랜 시간 동안 자라온 곳이다. 그래서 부산을 배경으로 사투리를 쓰는 역할을 맡을 땐 항상 반갑고 감사하다. (부산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다”고 짚었다.
이어 정우는 “이번 작품도 특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촬영하는 동안에는 고민이 많았다. 제가 어떻게 하면 희수 캐릭터에 잘 녹아들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했다. 그 모습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기존의 누아르 영화들과 비교해 강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지만 ‘아무것도 먹을 게 없는 똥밭’ 같은 곳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속에 아픔과 좌절,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다른 누아르 영화들과 다르다고 본다”고 답했다.
“엄마의 품처럼 부산에서 따뜻함을 느꼈다”는 정우는 “부산에 가면 친한 친구, 가족들도 있어서 아무래도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나면 고민이 깊어졌다. 치열하게 준비하면서, 고향이란 느낌보다, 구암이라는 공간에서 희수로서 살아가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손영감 역의 김갑수는 “(손영감은) 희수를 마치 친아들처럼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따뜻하지만 비열하기도 하다”며 “지금 생각하면 건달들의 세계에 ‘이런 보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읍소를 잘한다.(웃음) 결국 그가 갖고 있는 건, 그가 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일단 결정을 하면 주저하지 않는다는 거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현실화 된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는 이어 “살아가는 데 정의, 공정 등이 다 중요하지만 어쨌든 현실에선 살아남아야 하니까 손영감이 희수를 가르치면서도 그를 이용하고, 아들처럼 아낀다”라고 덧붙였다.
희수의 친구 철진을 연기한 지승현은 메인 빌런으로서 활약했다. “내적 갈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희수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철진은 두 딸을 잘 키우고 싶어 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희수와 30년 동안 지내온 친구지만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는 그의 뜻을 눈빛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전했다.
지승현은 이어 “제가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선이 있었는데 오늘 영화를 보면서 그 감정과 감동을 그대로 다시 한번 느꼈다”며 “영화만 봐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원작 소설을 또 보신다면 영화와 비교해가면서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른 영화와 차이점 같다”고 했다.
희수가 지키려 한 청년 아미 역의 이홍내는 “저는 이 영화를 하면서 모든 걸 배웠다. 배우라는 이 직업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동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배님들과 많은 촬영을 하면서, 그 중에서도 정우 선배와 많은 촬영을 했는데 되게 강렬하게 남아있다. 선배처럼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이 찍은 영화를 빨리 보고 싶었다는 그는 “선배님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다. 저도 같이 연기했지만 너무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었다. 정우 선배가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못 찍었을 거 같다”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우는 앞서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감독 이성한)을 통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남자의 몸부림을 연기로 표현했던 바.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액션,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의리와 배신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선택을 해나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현실감 있게 담겼다. 이전보다 내공이 더 깊어진 정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이달 23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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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키다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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