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진하가 드라마 '파친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8일 오전 Apple TV+ 드라마 '파친코' 주연 배우 윤여정, 진하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시작돼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선자'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윤여정은 노년 시절의 '선자'로 극을 이끈다. 과거 미국에서 수년간 생활했던 경험이 있었던 윤여정은 일본으로 이민 후 살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파는 등 분투했던 선자의 삶을 바라보며 "저와 선자는 상황이 달랐다. 저는 미국에서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살려고 일할 때는 그게 힘든 일인지 아닌지 모른다. 그냥 선택지가 없으니까. 이것밖에 할일 없으니까 하는 상황이다. 힘든지도 모르고 한다. 그 여자가 할수있는 일은 김치만드는 일 밖에 없다. 남편은 감옥에 갔으니까. 그래서 힘든지 아닌지도 모르고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때 한 차례 경상도 사투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윤여정은 '파친코'에서도 또 한번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그는 "'그것만이 내 세상'때는 사투리를 배우느라 제 연기를 망쳤었다. 사투리에 너무 집중하니까. 그런데 내가 물어보니 거기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원민처럼은 못한다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연기에 집중하려고 뉘앙스만 살렸다. 선자는 16살에 일본에 가서 6, 70년이 살았으니 이상한 액센트가 됐을라고 해석해서 사투리 코치를 할 때도 '내버려두라'고 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특히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 전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윤여정은 "엄마가 1924년생이니 이 시절 사람이라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저도 1947년 해방 후에 태어났으니 일제강점기에 대해 잘 모른다. '파친코'를 통해 너무 많이 배웠다. '자이니치'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재일교포와 뭐가 다른가 물어봤더니 '자이니치'는 프라이드가 있다더라. 우리나라는 독립하자마자 6.25가 일어났지 않나. 이 사람들은 재일동포도 아니고 어딘가에 떨어진 사람들이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졌으니 우리나라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이니치'는 재일동포지만 한국인으로 산다는걸 뜻하는거라고 했다. 자랑스러운 '자이니치'라는 거다. 이걸 배우고 찍으면서도 가슴이 아프더라. '파친코'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선자의 손자 솔로몬 백 역을 맡은 진하 역시 미국에서 활동을 하는 한인 배우인 만큼 '파친코'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갔다. 그는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면서 경험했던 것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부모님, 또 그 윗세대가 일제 강점기를 경험해서 의미가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1911년도에 태어나서 일제강점기를 겪으셨다. 아버지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고 다른 가족들도 일본어 잘한다. 그중 일부는 일본어를 하도록 강제적으로 배워야하는 상황에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 역사를 미국 TV쇼에서 보여줄수 있다는게 영광스럽고 특권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제 역사와 제 가족의 이야기를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솔로몬 캐릭터에 공감이 됐던 부분을 묻자 "우선 많은 면에서 다르다. 저는 자이니치도 아니고 일본어를 못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서 경험했던 것이 솔로몬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됐다. 저는 연기를 업으로 삼기로 결정하기 전에 잠시 은행에서 금융업을 하는 걸 고민했다. 대학을 다닐때 인턴십을 은행에 지원하려고도 했다. 그때 만약 연기라는 직업을 못 찾았단면 솔로몬같은 사람됐을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제나 가면을 쓰고 성공하려는 야망이 넘치는 사람 됐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며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솔로몬은 선자가 이전에 했던 희생과 결정의 결과물이다. 그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로부터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다. 첫번째로 많은 기회를 누리게 되는 세대지 않나. 저도 미국으로 오면서 부모님의 희생이 많았다.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여정과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진하는 "윤여정 같은 마스터와 일을 할 수 있는 건 좋은 기분이다. 촬영하면서 윤여정 선생님의 연기를 많이 보고자 노력했다. 좋은 연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니다. 같이 일할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며 "제가 자랄때 할머니가 한 분밖에 안 계셨는데, 가까이 있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 역할인 선자와 가까운 손자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파친코'에는 실제 스태프와 배우진에도 한국계 미국인이 대거 참여했다. 윤여정은 "'미나리'를 했을 때도 '왜 이걸 했느냐'고 얘기하더라. 나는 플로리다에서 살았는데 내가 뭐 얼마나 사교적이었겠나. 친구들은 미국사람인데 나를 잘 도와줬다. 인종차별 그런거 하나도 못느꼈다. 직장에도 안 다녔으니까. 하나도 몰랐다가 우리 아들이 그걸(인종차별을) 많이 느끼나보더라. 아들이나 진하같은 애들이 국제 고아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와도 한국어를 못하니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긴게 다르니 차별받고. 그래서 '미나리'때도 아이작 감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게 내 마음에 있나보다. 얘네들이 다 우리 아들과 같은 상황인데 뭔가를 만들려고 하니 내 마음이 가는 것"이라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파친코'에 대해 "장대한 80년 역사를 어떤 가족을 쫒아서 하는 작품이다. 각색을 거쳐서 소설하고는 조금 다른데, 저는 보고 만족했다. 봉준호 감독 말마따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얘기를 나눌수 있다. 같이 얘기 나눴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진하는 "이정도 규모로, 이런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을 처음으로 만날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나갈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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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ple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