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누구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프로’라는 타이틀을 들고 있는 이들은 성적이라는 결과를 내기위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
개인 기록은 선수들 스스로가 자신을 채찍질해 만들어내지만, 그 기록들이 모여 팀 성적을 이뤄낸다. 선수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촉매제를 자처하는 코칭스태프들 역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지난해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T1의 ’모멘트’ 김지환 코치 역시 스스로를 향해 쉴새없이 동기를 부여하면서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
LCK 정규시즌이 시작된 이래 새로운 역사를 T1이 만들어냈다. SK텔레콤 T1이 2015년 서머에서 개막 이후 무패 행진을 벌이면서 만들어낸 14연승을 훌쩍 뛰어넘어 단일 스플릿 최다 연승인 1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마지막 9주차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게 되면 전무후무한 LCK 첫 단일 시즌 전승이라는 대기록이 탄생하게 된다.
기록을 달성하게 되면 ‘매너리즘’이라는 공허감이 밀려올 수 있지만, ‘모멘트’ 김지환 코치는 달랐다. 자칫 큰 소리로 치부될 법한 이야기지만 김 코치의 진지함에 듣는 사람 역시 삐져들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브리온전을 2-0으로 승리하고 OSEN과 만난 ‘모멘트’ 김지환 코치는 “연승도 기쁘지만, 5년만에 팀이 정규시즌 1위를 달성해 기분 좋다. 코로나 이슈로 인해 예전 팀들이 세웠던 연승 기록과 다르게 보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지만, 우리 팀은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T1의 코치로 평생 남을 만한 기록을 세워 너무 기분 좋다”고 활짝 웃었다.
1993년생으로 우리 나이 서른 살인 김지환 코치는 지난해 봄까지 LCK 팬들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2021 LCK 서머 2라운드 직후 당시 손석희 감독 대행과 함께 T1의 LCK 서머 2라운드 일정서 밴픽과 피드백을 전담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중의 낮은 인지도와 달리 팀을 맡고 나서의 성과는 탁월했다. 2라운드 상승세를 이끌면서 LCK 준우승과 롤드컵 진출까지 견인했고, 롤드컵 무대에서도 4강의 성적을 이끌어내면서 호평 받았다.
김 코치는 좋은 스승들을 만난 덕택이라고 겸손해하면서 그 동안 자신을 이끌어줬던 선배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했다. “진에어와 SK텔레콤 시절에는 막내 코치였기 때문에 팬 분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좋은 스승들을 많이 만났다. 한상용 감독님으로 시작해 김정수 감독님, 작년에는 양대인 감독님과 이재민 코치님 밑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가 팀을 떠나신 후 성적이 잘 나오기는 했지만, 그 분들에게 많은 점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손석희 감독 대행께도 감사한 마음 뿐이다. 올해 역시 최성훈 감독님에게 보고 듣고 느끼는 점이 많다. 단장 역할도 함께 소화하셔서 업무 부담이 많으신데도 감독으로 한치의 소홀함이 없으시다. 많은 점들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T1의 밴픽과 피드백 전담을 맡고 김지환 코치가 생각하는 지도 철학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그는 때로는 작은 손해가 큰 이득으로 치환될 수 있는 예를 제이스의 무라마나 아이템 빌드로 설명하면서 1인분 이상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전술적 손실이 승리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전술을 뒷받침 하는 원동력은 선수들의 실력이라고 자신이 아닌 선수들에게 16연승의 공을 돌렸다.
“밴픽을 하다보면 전투구도에서 쓰러질 수 밖에 없는 챔피언들이 있을 때가 있다. 보통 데스를 당하는데는 두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손해를 보는 걸 싫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팀은 자신이 쓰러져도 다른 이들이 더 잘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 ‘제우스’ 최우제 선수가 제이스로 무라마나 빌드를 가게 되면 무조건 1인분 이상의 역할을 맡는 다는 확신이 있다. (최)우제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자신이 불리한 상황의 픽을 가져가도 동료들에게 대한 믿음이 확실하기에 다소 무모해보이는 밴픽의 시도가 가능하다. 이런 점들은 연습에서도 다르지 않다. 실수가 나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연습때는 안 좋았던 상황들도 대회에서는 훨씬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 T1이 후반으로 갈수록 역전을 잘하는 이유도 이런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김지환 코치는 “프로팀은 무엇보다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수하거나, 패배를 두려워하기 보다, 긍정적으로 다른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발전될 수 있는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면서 “내가 많은 역할을 차지하지 않아도 좋다.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김지환 코치의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당당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T1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우선 정규시즌 남은 두 경기를 다 이겨서 전무후무한 스플릿 전승을 해내고 싶다. 전승을 못해도 포기 못하는 목표는 바로 우승이다. 결국 우승하는게 최고였다. 작년에 놓쳤던 우승, 이번에는 꼭 해보고 싶다. 스프링 뿐만 아니라 MSI, 서머, 롤드컵까지 한 시즌에 네 대회를 모두 우승한 팀은 없었다. 그런 기록을 꼭 세워보고 싶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