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변사체가 개울가에 놓인 가방 안에서 발견되자 형사 진호(유연석 분)가 급히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손가락 지문이 심각하게 훼손돼 바로 신원을 알 수 없게 되자,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는 훼손된 표피에서 조심스럽게 조직을 떼어내 남은 지문과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국적과 신분, 살해 방식을 추적한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국 진호와 강력계 형사(성지루 분)들은 법의학자와 공조해 장기매매를 일삼는 국내 범죄 집단의 전말을 밝히게 된다.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 수입 조이앤시네마, 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와 국제 법의학자의 공조 수사를 그린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를 표방한다.

이번 영화는 유연석, 예지원, 최무성, 이승준, 성지루, 박소이 등 한국배우들과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 배우 올가 쿠릴렌코, 할리우트 스태프들이 호흡을 맞춘 글로벌 프로젝트다. 프랑스 자본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인데 서울과 인천 등지를 오가며 한국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을 마쳤다. 국내 개봉은 수입사를 통해 이뤄지게 됐다.
먼저 형사 진호 역의 유연석은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등을 넘나들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최무성과 이승준, 성지루는 각각 장기 밀매 집단의 중간책, 먹고 살기 위해 범죄에 가담한 외과의사 닥터 리, 강력계 형사 역을 맡아 메소드 열연을 펼쳤다. 그간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난처럼 프랑스어를 선보여왔던 예지원은 알리스의 동시통역사 역을 맡아 수준급 불어실력을 자랑했다. 이들의 탄탄한 연기가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배니싱: 미제사건’은 기존의 한국형 범죄 스릴러 영화와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형사들이 장기 밀매 집단을 쫓고 검거하는 과정에서 숨막히는 액션이나 예측불허의 반전이 나오지 않아 극도의 긴장감은 전무한 것. 악인과 악행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은 강조했지만 팽팽한 긴장과 쫀쫀함 없이 끝나는 점은 다소 아쉽다.
역시나 엔딩도 범죄 스릴러스럽지 않고, 진호와 알리스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 한다. 두 남녀가 향후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각본에 참여하고 메가폰을 잡은 드니 데르크루 감독은 영화 ‘페이지 터너’, ‘투모로우 앳 던’으로 각각 2006년과 2009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배니싱: 미제사건’의 극장 개봉은 오는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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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