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우승을 눈앞에 두고 리그가 조기 종료됐지만 ‘블로킹 퀸’ 양효진(33·현대건설)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밝았다. 별을 달지 못한 아쉬움보다 압도적인 승률로 한 시즌을 치렀다는 뿌듯함이 더 큰 모습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1일 여자부 7개 구단 단장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여자부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날 열린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인천 경기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여자부의 조기 종료는 2019-2020시즌 이후 두 번째이며, 5라운드 경기 결과로 최종 순위가 결정,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가 나란히 1~3위에 자리했다. 당연히 포스트시즌은 열리지 않는다.
가장 억울한 구단은 현대건설이다. 올 시즌 31경기 28승 3패(승점 8) 세트득실 3.034라는 압도적 레이스를 펼치고도 우승 타이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막 최다인 12연승을 비롯해 V리그 최다 연승 신기록인 15연승 등 각종 기록은 모두 인정되지만 2019-2020시즌에 이어 또 다시 우승을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리는 불운을 겪게 됐다. 현대건설은 승점 1점만 획득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상황이었다.

23일 OSEN과 연락이 닿은 양효진은 “조기 종료 소식을 처음에 듣고 기분이 이상했다. 바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진짜 시즌이 끝난 건지 실감이 잘 안 났다”며 “물론 조기 종료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선수단 모두가 전전긍긍 기다렸는데 챔프전을 결국 못하게 됐다”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승까지 불과 승점 1점이 남았기에 조기 종료 결정이 더욱 야속하게 느껴졌다. 양효진은 “2년 전보다 지금이 더 아쉽다. 올 시즌은 성적이 너무 좋았고, 우승까지 승점이 1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면서도 “이제는 선수들이 현실을 다 받아들인 것 같다. 상황을 바꿀 순 없다. 감독님도 순리대로 가야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래도 양효진은 2021-2022시즌을 데뷔 후 가장 행복한 시즌으로 선정했다. 프로 15년차를 맞아 이렇게 많은 승리를 맛보는 시즌을 맞이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현대건설은 2020-2021시즌 최하위 팀이었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은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잘 됐다. 많이 이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될 것 같다”며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팀이 안정화됐다. 강성형 감독님이 조직적인 배구를 강조하시면서 선수들간의 호흡이 좋아졌다”고 비결을 꼽았다.
양효진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한 시즌을 보냈다. 세트당 평균 0.74개의 블로킹으로 2020-2021시즌 한송이(KGC인삼공사)에 잠시 내줬던 블로킹 퀸 자리를 1년만에 탈환했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그 전까지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에 오른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 센터다. 블로킹 통산 1356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효진은 “나보다 주위에서 다들 원했던 것 같다”고 웃으며 “시즌에 집중을 하다 보니 기록은 신경 못 썼는데 주위에서 다시 블로킹 1위를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줬다. 워낙 오랫동안 1위를 해서 다들 그랬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뿌듯하다”고 1위 탈환 소감을 전했다.
양효진은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지난 시즌보다 급격히 늘어난 팬들을 꼽았다. 팬들이 열렬한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28승 3패(승점 82)라는 압도적 승률이 가능했다.
양효진은 “올해 유독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이렇게 많은 팬들이 생긴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내년 시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면서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