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 전미도는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죽음에도 부모와 연인에게 최선을 다했다.
16일 방영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연출 김상호)에서는 죽음에 한 발짝 가까워진 정찬영(전미도 분)과 여러 가지 갈등에서 벗어나고자 부던히 노력하는 차미조(손예진 분), 장주희(김지현 분)의 모습이 그려지며 아슬아슬한 평화를 이어나갔다.
차미조는 38년 만에 친모를 만났으나 친모의 아무렇지 않은 "의사 딸 두고 싶었는데 잘 됐다", "너 근데 쌍꺼풀 수술 했니? 어릴 때는 없던 것 같은데.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 등의 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차미조는 친모의 말이 "옆집 아줌마보다 못한 말"이라며 거의 치를 떨었으나 양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찾아간 것이기에 마땅히 응석을 부릴 수 없었다. 이런 차미조 곁을 지킨 건 연인 김선우, 그리고 정찬영과 장주희였다.

그러나 정찬영에게는 자신만의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앞선 방송에서 정찬영의 불륜 상대이자 유일하게 사랑하는 연인인 김진석(이무생 분)의 아내 강선주(송민지 분)가 부모에게 정찬영의 불륜을 알렸던 것. 정찬영의 부모는 주저하며 정찬영을 찾아왔으나 정찬영은 시원하게 웃으며 "오빠 집으로 돌려보냈다. 걱정 마라. 딸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렇게 긴장한 거냐"라며 "집으로 갔어. 이혼을 하든 어쩌든"이라고 말해 미련없이 웃었다.
이런 정찬영을 찾아온 건 애써 의연하게 담담하게 자신을 꾸민 강선주였다. 강선주는 정찬영에게 자신의 아이인 주원이 김진석의 아이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유학 갔을 당시 김진석이 술에 취해 정찬영을 잊지 못하고 울던 것을 봤던 점 등을 털어놓았다. 강선주는 "며칠 만이라도 김진석의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꽤 길게 버텼다”라며 제 마음을 털어놓았다.
강선주는 김진석과의 이혼을 결심, 다만 자신의 아들인 주원을 데려가길 바랐다. 강선주는 정찬영에게 "부탁이 있다. 진석 씨 설득해달라. 주원이 내가 데려가는 걸로. 내가, 주원이 엄마로 잘 살아보고 싶다. 지켜보다가 잘 못하는 것 같으면 그때 데려가라고 설득해달라. 힘든 시간 보내고 있는데 나까지 부탁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정찬영은 막상 김진석이 걱정이 됐다. 우유부단하지만 정찬영을 절대로 놓지 않는 김진석이, 정찬영에게는 안타까운 사랑의 상대였던 것. 정찬영은 “오빠. 이혼 나 보내고 해라. 갑자기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혹시 또 모르잖아. 선심 쓰는 건 아닌데, 오빠가 혼자 있는 게 좀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진석은 마지막만큼은 정찬영의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김진석은 참아왔던 눈물을 울컥 터뜨리며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이라고 중얼거렸다.
정찬영은 그런 김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신의 여린 몸뚱어리로 그의 커다란 몸피를 다 덮듯, 다정히 감싸며 “입에 발린 소리 안 할게. 이혼해. 나랑 같이 있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이미 상처뿐이었고, 앞으로도 상처뿐일 것이라서, 김진석의 눈물은 쉽게 그칠 줄 몰랐고 정찬영은 더는 위로할 수 없었다./osen_jin0310@osen.co.kr
[사진]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