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 손예진은 울고 있는 전미도를 위해 기꺼이 불법을 저질렀다. 그것도 벽돌을 쥐고.
16일 방영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연출 김상호)에서는 생명이 꺼져가는 정찬영(전미도 분)의 마지막을 위해 기꺼이 순간순간을 함께 하는 차미조(손예진 분)와 장주희(김지현 분)의 모습이 그려지며 뜨겁고 찬란한 우정의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살려냈다.
차미조가 기억에도 없는 친모를 만나러 갈 때, 장주희와 정찬영은 그의 연인 김선우(연우진 분)과 기꺼이 함께 했다. 차미조가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친모에게 서러운 기분을 느끼며 흐느껴 돌아오자 장주희와 정찬영은 티격태격하며 차미조의 친모를 무척이나 미워하는 등 절대적으로 차미조의 편이 되어준다.

장주희가 퇴사 후 여유를 즐기다 박현준(이태환 분)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만, 정찬영이 커피 한 잔 하자는 연락을 보내자 장주희는 미련 없이 정찬영 곁으로 향한다. 오히려 정찬영과 차미조는 "둘이 있지 왜 왔냐"라며 박현준을 붙들지 못하는 장주희를 타박한다. 이들의 우정에서, 사랑은 뒷전이다. 장주희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정찬영을 애틋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야 이혼을 겷심한 김진석(이무생 분)의 아내 강선주(송미진 분)은 정찬영을 찾아가 자신의 아이인 주원이 김진석의 아이가 아니라는 점 등을 사실대로 말한다. 정찬영은 이 부분에 있어 친구들과 나눌 수 없는 슬픔임을 알기에 그저 의연하다. 오히려 정찬영은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오고, 자신이 오래도록 바라온 김진석이 외로워질까 두렵다. 정찬영은 "오빠 이혼, 나 보내고 해라. 시간 지나면 혹시 모르지 않냐. 선심 쓰는 건 아닌데, 오빠가 혼자 있는 게 좀 그렇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셋이 있을 때 끈끈해지는 법이다. 정찬영은 모친의 생일을 각별히 준비했다. 어쩌면, 정찬영이 살아서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생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정찬영은 그저 의연히 신발을 고르고 친구들의 추천으로 유명 케이크 가게에 예약을 한다. 그러나 정찬영은 갑자기 쓰러져 그만 케이크 가게를 찾아갈 수 없게 됐다.
응급실에서 깨어난 정찬영은 절망했다. 케이크 가게를 다급히 찾았지만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정찬영은 닫힌 문 너머 쇼케이스 안의 케이크를 보고 가슴을 앓으며 울었다. 자신이 살아서 마지막으로 모친에게 챙겨줄 수 있는 생일 케이크였기 때문에, 게다가 이번이 아니면 마지막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무치도록 울었다. 이런 정찬영 곁으로 달려온 건 차미조와 장주희였다.
정찬영은 울면서 머리를 쥐어 뜯었다. 정찬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는 왜 하필 그때 쓰러져. 죽는 것도 서러운데, 왜 팔자가 이렇게”라는 말. 친구가 스스로를 좀 먹는 완연한 자책을 내던지는 것을 본 차미조는 “찬영아, 간절히 원해?”라며 결연히 외친다. 정찬영은 말해 무엇하냐는 듯 차미조를 보았다. 차미조가 내세운 대책은 바로 벽돌. 즉 가게 유리창을 아예 부순다는 거였다.
정찬영은 “너희 전과자 될 수 있다”라고 했으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차미조와 장주희는 정찬영에게 케이크를 들려 보냈다. 정찬영이 사라지자 차미조는 “수습을 잘, 해야지. 잘”이라고 말하며 벌벌 떨었다. 장주희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장주희와 함께 있어 용기를 얻은 차미조는 그대로 경찰서에 자수했다.

시원하게 끝이 나면 그만이련만, 무탈히 합의까지 하고 끝났으나 세 사람은 더욱 느꼈다. 이런 날은, 이제 더는 없다는 것을. 정찬영은 부서질 듯 웃으며 속으로 “나 어쩌면 계속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날이면 그런 생각을 해”라고 중얼거렸다. 장주희도 곱게 웃고 있었으나 “한 번도 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너 없는 미조랑 나는 괜찮을까”라며 속으로 울음을 간신히 삼켰다.
찬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차미조는 “우리는 소주랑 오돌뼈만 있어도 괜찮아요. 찬 밤, 계속 찬 밤, 그렇게 계속 살게 해주세요”이라며 답지 않은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osen_jin0310@osen.co.kr
[사진]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