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25, 루빈 카잔)도, 백승호(25)도, 김진규(25, 이상 전북)도 없었지만, 이재성(29, 마인츠)이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홈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란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아시아 국가 중 일본과 함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국가다. 한국이 상대 전적 열세인 아시아 두 국가 중 하나다. 이 경기 전까지 이란과 상대 전적은 9승 10무 13패였다. 또한 최근 10년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고전했다.

홈에서 펼친 맞대결로 따지면 2005년에 거둔 승리가 마지막이다. 무려 17년 동안 홈에서 승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대한민국은 그간 부진을 겪었던 상대 이란을 꺾고 A조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경기 전 라인업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양쪽 풀백 자원인 홍철(31, 대구)과 이용(35, 전북)이 부상당하며 김진수(29, 전북)와 김태환(32, 울산)을 대신 소집했다. 또 주요 선수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며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문제는 중원이었다. 황인범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소집한 김진규였지만, 김진규도 코로나19로 빠졌다. 김진규 대신 중원을 볼 수 있는 백승호까지 코로나19로 소집 해제되며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해졌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의 빈 자리에 이재성을 기용했다. 이재성은 정우영(32, 알 사드)과 중원을 받쳤고 이들 앞에는 황의조,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이 득점을 노렸다.
이재성 카드는 적중했다. 전반전 내내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공격에 가담했다. 그 뒤는 정우영이 든든히 지켰다.

결정적인 장면은 후반전에 나왔다. 손흥민의 환상적인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던 후반 18분, 왼쪽 측면을 휘저은 황희찬은 박스 안으로 침투한 이재성에게 패스했고 이재성은 골문 앞에서 대기하던 김영권에게 공을 넘겼다. 김영권은 곧바로 슈팅해 다시 골망을 갈랐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도움을 기록한 것이다.
이재성의 도움과 김영권의 득점으로 여유 있는 2-0 리드를 점한 한국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풀었다. 이란을 압박하는 강도는 오히려 더 거세졌고 두 골에 만족하지 못한 한국은 계속해서 득점을 노렸다.
11년만에 이란을 잡아낸 한국은 승점 3점을 획득, 승점 23점(7승 2무)으로 이란(22점)을 제치고 조 1위에 올라섰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