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서' 박용우 "내 목소리도 싫었던 슬럼프...이젠 연기 즐겨"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3.26 11: 30

연기 인생 27년, 짧지 않은 지나온 시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멈출 수 없다. 슬럼프를 지난 50대에 여유와 연기의 즐거움을 되찾는 배우 박용우다. 
박용우는 웨이브,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극본 김현정, 연출 이승영)에서 오영 역으로 열연했다. '트레이서'는 "나쁜 돈 쫓는 국가공인 전문가가 온다"라는 주제 아래 누군가에겐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에서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이다.
이 가운데 오영은 극 중 국세청 조세 5국의 과장인 인물. 이에 박용우는 만년 과장이었던 오영의 각성을 보여주며 사이다 같은 통쾌함과 관리한 중년의 매력, 안정적인 베테랑 연기를 뽐내며 호평받았다. 이에 24일 '트레이서' 종영에 앞서 먼저 국내 취재진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그는 "항상 그랬듯이 시원 섭섭하다. 너무 즐거웠다.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 분들과 즐겁게,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마무리 지은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프레인TPC 제공] 배우 박용우.

그는 '트레이서'에 임하며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해 "국세청을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낯선 분야이기 때문에 용어들이 어려웠다.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 맥락에 맞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어려웠다. 의미를 찾아 알다 보니 그런 부분이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2019년 방송된 '프리스트'와 '드라마 스페셜-오우거' 이후 3년 만에 새 드라마에 출연한 터. 그는 '트레이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드라마나 영화나 자세는 비슷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기하는 걸 전보다는 즐기게 된 것 같다. 그런 게 참 좋다. 요새는 작품을 하게 되면 걱정되는 것보다는 설렘이 크다. 그런 건 감사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출연을 결정할 때는 요즘 제 소신은 가능하면 단순하게 결정하자는 거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 설레면 되는 것 같다. 설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상대배우,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서일 수도 있고 대본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수천 가지 이상. 그중에 한 가지라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게 있으면 웬만하면 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용우는 '트레이서' 속 대사들의 맛을 강조했다. 그는 "멋 부리려는 대사면 두 번 세 번 보면 드러난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인정하는 드라마는 '트레이서'가 유일했다. 볼 수록 맛이 있고 의미가 있는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사를 쉽게 하자고 얘기했다. 저 같은 경우는 운율을 타서 외우는데 그렇게 하면 중간중간 새롭게 호칭을 넣거나 애드리브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것들을 계속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최대한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영도 일정 부분은 판타지를 갖고 있는 역할이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제 생각엔 오랫동안 일정 기간 직장 생활을 하신 분들이나 가장인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있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마음속에 갖고 있던 억눌린 감정들을 꼭 표현하고 싶고 당당해지고 싶은 마음들이 있으실 텐데 기본적으로 공감대를 자아내면서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역할이길 바랐다. 그래서 초중반에는 남루하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다가 다른 부분에서 감정적 변화를 주는데 마냥 의기소침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변화를 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트레이서'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그는 "이 드라마 하면서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부분이 이 대본이 가진 주제라고도 할 수 있고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살아가면서 서로 간에 염치 있게만 살면, 당당하게 살기만 하면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양심에 맞게 염치 있게 서로 살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오영 대사 때문에 이 작품을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더 이상 침묵하고 입 다물고 계시면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돈 있는 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계속 평생을 고개 숙이면서 말없이 지낼 거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고개를 들고 뭔가 따져 묻기 시작할 때를 무서워한다. 포기하지 마라'라고 하는데 그 대사 때문에 이 드라마를 한다고 했더라"라며 자신 역시 오영의 메시지를 통해 드라마에 몰입한 점을 강조했다.
또한 박용우는 "결말은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을 높이 사는 게 구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지 않으면 이어지기 쉽지 않은 드라마인데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은 부분이 있다. 작가님이 정말 멋지셨다"라고 덧붙였다.
'트레이서'를 통한 만족을 이루기 전 박용우에게는 슬럼프도 있었다. 그는 극 중 오영과 자신의 높은 싱크로율을 언급하며 "저도 자의 반 타의 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안 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오영도 휴지기가 있었다. 개인적인 내적인 면에서도 연기에 대해서 회의적이었고 부정적이었고 어두웠는데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다. 그런 부분에서 오영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슬럼프를 포함해서 사람한테 안 좋은 상황이 생기거나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지 않을 때 받아들이면 된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거. 머리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건 쉽지 않다. 그런데 만약에 그 상황이 끝이 아니고 잘되기 위해서는 뭔가 성장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태까지 다른 데 눈 안 돌리고 다른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감사한 일이다. 이제껏 연기만 해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연기란 게 자연스럽게 저한테 괴로웠던 일인데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즐겁게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한 박용우는 "저 자신이 변화를 이끌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자기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안 된다. 스스로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나쁜 사람한테도 배울 점이 많다. 저한테 잘해주는 사람한테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제 자신의 스승은 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예전엔 제 목소리가 싫었다. 목소리 긁기도 하고 변조하기도 했다"라며 "이제는 최대한 제 목소리로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어느 장르, 어떤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린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하나라도 설레는 게 있다면 할 거다. 연기적으로는 어떤 역할이던 제 목소리로 연기를 할 거다. 제가 직접 상대방의 대사나 뉘앙스를 제 귀로 들으면서 연기를 하려고 한다. 그게 어떻게 보면 쉬운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배우한테 가장 큰 문제는 잘 말하고 잘 듣는 건데 그게 어느 정도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말처럼 쉽지 않다. 저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 같다. 제 귀로 자세히 들으면서 연기를 하면 어떤 역할이든 좋은 감정과 좋은 표현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실제 박용우라면 오영처럼 버티기 전에 잘렸을 것 같다. 저는 조직생활을 오래 해본 적이 없다. 만약 제가 재직을 오래 했다면 훌륭한 회사"라며 웃은 박용우는 정작 꽤 긴 연기 인생을 걸어왔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27년을 맞은 것. 이에 그는 "벌써 27년이다"라며 놀란 뒤 "연기를 단어로 푸는 분들도 있고 철학적으로 푸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기술로만 끝나면 매력이 한정될 거다. 만약에 연기라는 직업이 사람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그런 직업에 가깝다면 무궁무진하다. 감정은 답이 없다고 본다. 순간순간에도 변화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끝이 없다"라고 나름의 철학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그는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대해 "저도 기대가 된다. 저한테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지금의 생각일 수밖에 없는데 기본적으로 예전에는 역할 때문에 변화하길 바랐다면 이제는 어떤 역할을 맡던 제가 그런 상황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수많은 모험을 겪을 텐데 저이기 때문에 흥분되고 즐거울 것 같다"라며 눈을 빛냈다. 
그런 박용우가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제 스스로 느끼기에 부끄럽지 않고 창피하지 않으면 남들 시선에 느껴진다고 믿는다.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은 사람이자 배우가 되면 적어도 대중에게 억울한 평가는 안 받을 것 같다"라고 밝힌 박용우. 슬럼프를 지나 여유와 당당함을 지키는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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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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