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서' 임시완, 번아웃과 맞바꾼 인생 캐릭터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2.03.28 10: 35

배우 임시완이 ‘트레이서’를 통해 ‘믿고 보는 배우’ 자리를 굳혔다.
임시완은 최근 OSEN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지난 26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극본 김현정, 연출 이승영) 종영 소감과 황동주 역을 연기한 소감 등을 밝혔다.
‘트레이서’는 누군가에게는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트레이서’ 최종회는 분당 최고 시청률 12.5%까지 치솟은 가운데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9.8%까지 올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국 시청률은 9.0% 기록했다.

풀럼에이엔씨 제공

2017년 ‘왕은 사랑한다’ 이후 5년 만에 MBC 드라마에 복귀하게 된 임시완은 주인공 황동주로 분했다. 극 중 황동주는 대기업 뒷돈을 관리하던 업계 최고 회계사 출신으로, 지금은 국세청 중앙지청 조세 5국 팀장이다. 업계를 씹어 먹던 남다른 실력은 물론 특유의 뻔뻔함과 똘끼로 무장한 인물로 시원한 통쾌함을 선사했다.
2010년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은 배우로 전향하며 꽃을 피웠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적도의 남자’, ‘트라이앵글’, ‘미생’, ‘왕은 사랑한다’, ‘타인은 지옥이다’, ‘런 온’ 등과 영화 ‘변호인’, ‘오빠생각’, ‘원라인’, ‘불한당: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등에 출연했다. 특히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와 ‘비상선언’으로 칸 영화제에 두 번이나 다녀오는 등 배우로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국방의 의무를 마친 이후 더 높이 날아오르고 있는 임시완은 ‘트레이서’를 통해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자리를 다시 한번 굳혔다. ‘트레이서’로 시청자들을 만난 임시완은 “후련하다. 보신 분들이 잘 보셨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 안도하고 있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 “‘트레이서’, 안 하면 배우로서 문제 있는 행위라 느껴”
‘트레이서’를 마친 임시완은 “이번 드라마를 반년 넘게 찍었다.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더 긴 시간을 ‘트레이서’와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긴장이 딱 풀린 것 같았다. 번아웃이 왔는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며칠 동안 푹 쉬었다. 가만히 좀비처럼 지냈다”고 근황을 전했다.
‘번아웃’이라는 말이 걱정을 자아냈다. 임시완은 “번아웃은 당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니까 제대한 뒤 3년 정도를 작품을 쉬지 않고 했다. 이제야 쉴 수 있으니 긴장감이 풀려서 번아웃처럼 온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임시완을 쉴 수 없게 한 ‘트레이서’.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임시완은 “‘트레이서’의 첫 인상은 기획의도부터 대사까지 빽빽하고 권 수도 상당했다. 배우로서는 고생길이 훤하기 때문에 드라마가 재미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본을 봤다. 그런데 작가님의 글에 대한 애정과 철두철미함, 몇 년간 응축된 노력이 보였다. 이런 웰메이드 대본을 선택하지 않으면 배우로서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생각해 안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트레이서’ 대사 늪에 빠지게 됐다”고 웃었다.
임시완은 “익숙하지 않은 직업이고, 어떤 작품에서 다뤘던 익숙한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떤 것이 국세청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의 모습과 언행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국세청에서 일하셨던 분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탐방도 했지만 결국은 ‘국세청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게 힌트가 되어 따라가지 말고 이 상황을 접하고 있는 사람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임시완은 “세금 잘 내고 있다. 정말 잘 내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잘 내고 있다”고 웃었다.
▲ “황동주, 아재들 잡는 MZ세대”
그렇게 ‘트레이서’ 황동주가 된 임시완. 그는 “어떤 스타일로 가자고 생각한 건 없지만 키워드로 잡은 건 ‘아재들 잡는 핏덩이’였다. 아재들을 잡는 MZ세대. 아저씨들이라고 표현한 건 국세청 고위 간부 들이다. 스마트한데 악한 사람들이다. 아저씨들이 하지 않을법한 언어들을 해서 이 사람들이 어린 아이와 싸우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유치해보이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비주얼적으로도 변화를 줬다. 우선 곱슬곱슬한 파마 머리가 눈에 띄었다. 임시완은 “그 머리를 통해 고집 센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여졌다면 다행이다. 며칠 동안 감지 않아도 티가 나지 않는 머리, 영상으로 봐도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느낌을 의도했다. 슈트를 빼입은 기성 세대에 반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주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임시완은 “황동주라는 캐릭터가 유독 힘들었다기보다는 대본과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과 어떻게 위트를 넣을 수 있을까, 유머러스하게 넣을 수 있을까, 깐족거리는 걸 매력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확실히 연기를 하면서도 속 시원한 것들이 있는 게, 내게 있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통쾌한 장면을 찍을 때 속 시원했고, 어른들이 위압감을 주려고 공포감을 주는 것에 있어서 되바라지게 따박따박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는 모습이 내가 연기하면서도 통쾌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완은 회계사 황동주와 국세청 황동주의 차별점에 대해 “제일 크게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 극명하게 보여주기 쉬운 게 그 사람의 행동과 의상이라고 생각해 고민했다. 회계사 황동주는 본인이 잘 나간다는 걸 알고,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정의감보다는 본인이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게 중요했고, 보란 듯이 더 잘나가기를 소망하는 사람이었다. 언어, 행동 자체에 자신감이 있고 능글 맞다”며 “국세청에 들어간 황동주는 완전 반대되게 이를 갈고 모든 걸 복수를 위해 살 것이라는 사람으로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그런 톤을 그대로 표현하면 나는 진짜 복수에 이를 가는 게 들킬 수 있다. 원래 모습인 것처럼 연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회계사가 원래 기질이라면, 국세청은 그걸 연기하는 동주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임시완은 “어떠한 결말이든 황동주라는 캐릭터가 가진 기질이 변하지 않았으면 싶었다. 황동주라는 캐릭터가 똘끼가 가득하고, 뻔뻔함도 있다고 하면 그 지점들이 어떤 큰 일을 겪고나서라는 이유로 바뀌지 않았으면 했다. 해머로 내리치는 장면에서 황동주의 기질이 잘 나오는데, 시골에 내려가서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쿠키영상으로 나오는데, 그 모습이 황동주의 기질을 잘 보여준 거 같아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아성,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맑은 사람”
임시완은 영화 ‘오빠생각’에서 만난 고아성과 ‘트레이서’에서 재회했다. 약 6년 만에 재회한 고아성에 대해 임시완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맑은 것 같다. 그걸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런 저런 작품을 한 배우로서, 작품을 많이 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날 것이고, 본인이 다치지 않기 위해 방어 기술을 터득할 가능성도 높은데, 그걸 떠나서 사람이 참 맑다”고 말했다.
이어 “맑은 심성 자체를 잘 지키려고 하는 모습들을 본 것 같다. 그 지점이 내게 있어서는 감명 깊었다. 그래서 고아성이 연기할 때 있어 본인의 모습이 투영되는 건가 싶다. 나도 내 순수함을 지키면서 연기하는 게 이상적인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선배이자 동료다”고 덧붙였다.
임시완은 “(고아성을) 만나서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친한 사이면서 수다도 많다. 고아성과 시덥지 않은 이야기 많이 했다. 식사 메뉴 등 일상 이야기를 하는데, 연기 이야기 뿐만 아니라. 처음에 몇 분은 재미있게 듣고 대꾸도 하다가 곧 지쳐서 질려해서 도망간다. 그럼 나도 따라가서 말 걸고 수다 떤다. 그런 식으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 “‘트레이서’ 황동주 보시면서 대리만족 하시길”
‘트레이서’를 성공적으로 마친 임시완은 “드라마가 교육용이나 교과서적은 아니다. 철저하게 국세청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가지고 있는 드라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서 어떤 일을 한다, 어떻게 일을 하고, 용어를 가르치는 드라마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즐기는 오락 드라마일 것이라 생각으로 접근을 했다. 그래서 딱히 국세청 업무를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한다. 극적으로 묘사한 것도 있을 것이다. 세상일 다 하는 거 같이 보인다. 애초에 없는 허구의 팀원들이다. 극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조세 5국이 일을 많이 했을 것이다. 드라마와 현실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동주라는 캐릭터 자체가 권선징악이라고 표현을 해주셨지만 안티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했다. 황동주 역시도 티없이 깨끗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보시는 분들이 쾌재를 질렀을까, 카타르시스를 느끼셨을까, 내가 왜 선택했을까 돌이켜보면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 악에 대해 대응하는, 악을 더 악하게 대응하는데 거리낌 없는 황동주를 보며 대리만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통해서 교훈, 메시지를 구태여 가져가야겠다는 의무감을 갖고 보지 않으시는게 더 좋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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