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배(손호준 분)는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게 살았다고 오해하고 인연을 끊고 살아간다. 차량담보업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여자친구(박세영 분)와 가정을 꾸릴 계획도 세웠지만 예상 밖 장애물을 만난다.
믿었던 동네 친구 동식(이규형 분)에게 크게 배신을 당해 서 사장(허성태 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것. 고향집으로 내려간 영배가 생전 아버지의 차 스텔라를 타고 친구 동식을 추적하면서, 잊고 살았던 부성애를 깨닫게 된다.
영배를 연기한 배우 손호준(39)이 그간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 ‘고백부부’(2017) ‘눈이 부시게’(2019)에서 코믹한 얼굴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스텔라’에서 펼친 연기 스타일은 결을 달리한다. 아버지의 자동차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것. 코믹 영화라기보다 좀 더 감상적이고 느슨한 방식으로 한 남자의 삶과 가족애를 성찰하는 데 집중한다.
손호준은 31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실제로 저도 보통의 아들이지 않나 싶다. 부모님에게 잘하려고 하지만, 그들이 애써 저를 키워주신 것 만큼 못 다 채운 채 살고 있다. 다만 잘하려고 노력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무게는 이 영화 촬영 이전에도 많이 느껴왔다. 사회에 나와 생활하고 힘든 부분을 겪으며 ‘분명 아버지도 이런 걸 겪으며 우리를 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의 무게는 많이 느끼며 살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2006), ‘형’(2016)을 연출한 권수경 감독의 ‘스텔라’(제공 CJ ENM, 배급 CJ CGV, 제작 데이드림)는 옵션은 없지만 사연은 많은 최대 시속 50km의 자율주행차 스텔라와 함께 보스의 사라진 슈퍼카를 쫓는 한 남자의 버라이어티 추격 코미디.

영배를 소화한 손호준은 “작가님, 감독님이 저를 ‘픽’ 해주셨다. 대본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하고 싶었고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감독님, 작가님이 흔쾌히 저를 선택해주셨다. 운이 좋게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출연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부담이 컸다. 내가 주연인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이 나를 믿고 봐주실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며 “근데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 영화가 따뜻하고 감동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저희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들의 속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실제 저희 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들이 집에서 밖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말씀을 잘 안 하시지 않나. 사회에서 겪은 일을 본인이 다 짊어지는데, 우리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들의 속내를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스텔라’는 2019년 11월 말 크랭크업 해 2020년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개봉이 연기됐다. 2년간의 기다림을 거쳐 올 4월 6일 극장 개봉하게 됐다.
이에 손호준은 “코로나 이전에 영화 촬영이 끝났는데, 당시엔 조만간 개봉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근데 코로나가 터진 이후 개봉이 지연되면서 많이 걱정을 했다. ‘이게 개봉할 수 있을까?’ 싶더라.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에 개봉할 수 있게돼 기대되고 설렌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 호흡을 맞춘 이규형(40), 허성태(46)에 대해 “두 분 모두 성격이 유하고 연기를 잘해서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며 “같이 연기를 할 때 두 분이 제 애드리브도 잘 받아주셔서 같이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규형, 허성태가) 연기를 잘한다. 제가 애드리브를 쳤을 때 너무 잘 받아주셔서 실제로 마치 그 상황이 벌어진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말 다들 연기를 잘하는 구나’ 싶었다. 성태 형님은 평상시 성격이 좋고 분위기 메이커인데 촬영이 시작되면 눈빛이 변한다. 집중력이 좋다. 형님에게 큰 매력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동식과 차를 타고 가는 순간을 꼽았다. “뒷좌석에 담뱃불이 붙어 불이 나는 장면이다. 그 부분은 CG로 처리했다. 안전하게 촬영했지만 극 중 불이 나는 장면이다 보니 되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CG로 처리되는 촬영을 저는 처음 해봐서 완성본에서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며 "본편을 보며 (CG가 자연스럽게 처리돼) 깜짝 놀랐다. 다급하게 잘 표현이 된 거 같아 신기하고 재미있더라. 특히 규형이 형이 애드리브를 잘 살려줘서 감탄했다”고 회상했다. 카체이싱 연기에 대해서도 “위험한 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손호준은 “제 운전면허증은 ‘대형 면허’지만 평소 제가 속도를 즐기는 편이 아니고, 운전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며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냥 무난하게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운전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는 딱히 없다”고 밝혔다.

영배를 그린 손호준은 “기존에 보여드렸던 코미디와 약간 다르다. 표현이 조금 더 크고, 슬랩스틱이 더 많이 들어간 장르다. 슬랩스틱만의 재미와 역동적인 웃음이 있어서 이번에 찍은 코미디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영배가 차량담보업계 에이스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다. 반면 정이 많아서 친구에게 배신 당한다. 정이 많은 부분은 실제의 저와 조금 비슷한 거 같다. 오지랖일 수 있지만 제가 주위 친구들에게 정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영배의 상황에 이해가 됐다”고 비교했다.
이어 영배를 연기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해봤을 것 같다고 하자, “어릴 때는 막연하게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많아졌다”며 “평생 같이 살아가려면 생각과 마인드가 잘 맞아야 한다”고 답했다.
“제가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맞춰달라고 하는 부분도 있을 테고, 제가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을 거다. 제 생각이지만 내 자신을 내려놓고 포기할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손호준은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배우자를 배려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그는 “제가 결혼하게 되면 아내에게 많이 양보하면서 살고 싶다. 실제로 저희 아버지가 그렇게 살고 계신다. 저도 저희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밝혔다.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는 손호준은 차기작으로 안방 드라마를 택했다.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가 있는데 언제 방영될지 모르겠다. 다음엔 드라마로 인사 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예고했다. 손호준이 출연하는 SBS 새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극본 민지은, 연출 신경수)는 범인 잡는 경찰과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들의 투철한 초동 대응 합동 현장 일지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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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