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이하 블랙)’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약 8년간 전국을 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연쇄 성폭행범 이중구와 그의 사건에 가려진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쳤다.
1일 방송된 ‘블랙’에서는 총 184명의 피해자를 남긴 연쇄 성폭행범 이중구의 범행 행적을 다뤘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중구는 20년 가까이 혼인생활을 유지하며 20대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어서 검거 당시 충격을 안겼다. 그의 범행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법정 진술을 토대로 이중구의 첫 범행을 들여다봤다.
이중구의 진술에 의하면 한 여성 손님이 길을 돌아와 택시 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불평하면서 택시비를 자신에게 던지고 갔고, 그는 자신을 무시한 여성에게 복수하려고 며칠 뒤 그 여성의 집에 침입했다. 폭행하고 돈을 훔치려 했지만, 피해 여성이 속옷을 입지 않고 자고 있어서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신소율은 “자신의 추한 욕망을 여성의 탓으로 이야기하는 게 화가 난다”라며 분노했다.
권일용은 “첫 범행 이후 여성에게 잔인한 공포를 준 것이 그에게는 최상의 만족감이 됐다. 자신이 검거되지 않자 자신감이 상승했고,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연쇄 성폭행으로 발전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중구가 범행 당시 피해자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 “더 애원해라”, “너 생각해서 신고는 하지 마” 등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신소율은 저항할 수 없었을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권일용은 불우하게 성장한 이중구가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한 ‘왜곡된 감정’을 원했다고 짚었다.
장진은 “우리가 그를 ‘영혼 파괴자’라고 부르는 진짜 이유가 있다. 죄 없는 사람들의 영혼을 무참히 무너뜨렸다”며 이중구의 악랄함을 지적했다. 이중구는 한 피해자에게 친구를 유인하도록 강요해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의 친구들까지 성폭행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권일용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만듦으로써, 피해자가 영원히 그 덫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다. 어떤 방식으로도 치료될 수 없다”라며 씁쓸해했다.
이중구는 성폭행과 함께 마구잡이로 금품을 갈취하는 강도 행각도 벌였다. 피해자 184명에게서 훔친 총액은 4천 7백여만 원에 달했다. 그러던 이중구는 약 8년간의 범죄 끝에 서울 천호동에서 결국 검거되었다.
그러나 이중구는 강간만 했을 뿐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이 구형한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최종 선고받았다. 장진은 “법이 과연 피해자들의 아픔을 짐작하고자 노력했을까?”라고 물었다. 또 “연쇄 강간범이 저지른 죄의 무게가 살인범보다 가볍다고 보는 일부 시선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이중구의 죄가 살인자의 죄보다 가볍게 느껴지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범죄자의 비뚤어진 내면을 추적하는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는 매주 금요일 밤 11시 채널A에서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