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짜릿해"…박하나, '신사와 아가씨'로 쓴 新개념 악녀 '조사라'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2.04.05 14: 08

배우 박하나가 현실 분노를 유발하는 빌런 연기로 또 한번 이름값을 증명했다. ‘신사와 아가씨’에서 박하나는 갈등을 유발하는 촉매제이자 빌런으로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발하며 마지막까지도 쫄깃한 전개를 이끌었다.
박하나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지난달 27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종영 소감과 조사라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신사와 아가씨’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아가씨’와 ‘신사’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해 9월 첫 방송된 ‘신사와 아가씨’는 최고 시청률 36.6%(48회,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21 KBS 연기대상에서도 여자신인상(이세희), 남자청소년연기상(서우진), 여자청소년연기상(최명빈), 작가상(김사경), 장편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상(박하나), 베스트커플상(지현우x이세희), 대상(지현우) 등 7관왕에 올랐다.

FN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박하나는 이영국(지현우)네 집사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인물로,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지닌 조사라로 열연을 펼쳤다. 이영국 집안의 안주인이 되기 위해 5년간 온갖 살림을 도맡으며 고군분투했지만 여전히 바라보지 않는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했고, 기억을 잃은 이영국에게 아이를 임신했다는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
시청자들의 원성이 쏟아질 만큼 박하나의 연기는 생동감이 넘쳤다. 탄탄히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와 깊은 연기 내공을 바탕을 리얼한 캐릭터를 완성했으며,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 뒤에 감춰진 가슴 아픔 사연과 절절한 감정 열연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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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라, 처음부터 나쁜 아이는 아니었어”
박하나가 악역을 연기한 건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 임팩트는 엄청났다. ‘천상의 약속’, ‘빛나라 은수’ 등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을 연기한 박하나는 높은 시청률에 큰 힘을 보태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박하나는 ‘신사와 아가씨’ 조사라 역으로 악역의 정점을 찍었다.
박하나는 “조사라가 대본 리딩 때는 여성스러운 캐릭터였다. 이영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청순한 캐릭터였는데, 대본 리딩 2~3번 정도 후 작가님께서 지금의 방향으로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셔서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원래 초반에는 착한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의 악역. 악역으로 임팩트가 강했던 박하나였던 만큼 악역 캐릭터 안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박하나는 “악역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어 좋다. 뻔하지 않은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 전에 보였던 악역들은 내가 어리기도 했고, 내공이 얕았다. 이번에는 시청자 분들도 이해할 수 있는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 인간적이고, 허당미도 있는 악역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름대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도전은 성공이었고, 박하나는 새로운 악역을 만들어내며 한층 더 성장했다. 그는 “새로웠던 것 같다. 그래서 보시는 시청자 분들이 덜 미워하지 않았나 싶다. 다들 얼마나 힘들겠냐면서 토닥여주시기도 하고, SNS에서는 악플이나 욕이 달리기도 했지만 실제로 시장 같은 곳이나 길에서 만난 분들은 불쌍하다고 응원해주셨다. 이영국(지현우) 말고 사랑해주는 차건(강은탁) 만나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박하나는 “악역 맡을 때마다 작품이 잘되면서 착한 역할이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악역을 연기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게 마음 아파서 두려울 때가 있다. 이제는 덤덤해질 때도 됐는데 마음에 꽂히는 게 있다. 그런 점은 힘들지만 연기하는 순간은 힘들지 않다. 연기한 뒤 오는 반응들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이런 거에 흔들리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이야기했다.
KBS 제공
▲ “지현우가 ’조실장‘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더라”
박하나는 조사라에 대해 “조사라 자체는 정말 매력있는 친구다. 진짜 잊을 수 없고, 내가 사랑했고, 그 친구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지금은 오히려 조실장, 조사라라고 불리는 게 편하다”고 말하며 애정을 보였다.
박하나는 “조사라도 나쁜 친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모성애가 있는 건 높게 산다. 그 아이 옆에 있으려고 하고, 그런 표현을 드라마 안에서 많이 보여줬다. 처음에 비서로 들어와서 이세종(서우진)을 바라보는 모습들도 있어서 나도 몰입할 수 있었고 시청자 분들도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하나는 조사라 그 자체로 완전히 몰입했다. 이영국이 “미친 여자”라고 하면서 내쫓을 때도, 차건의 아이를 유산한 뒤 이별을 고할 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박하나는 “유산한 뒤 차건과 카페에서 이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 눈물이 많이 나왔다. 조사사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마음 아팠다”며 “연기인데도 지현우가 ’조실장‘만 해도 눈물이 나더라. 연기에 몰입하다보니까 쫓겨날 때 너무 비참해서 많이 울었다. 그 장면은 몰입을 하다보니까 추위도 잊을 정도였다. 그 순간은 감히 내가 조사라에 100% 몰입했던 장면이다”고 이야기했다.
박하나는 조사라를 어떻게 이해하려 했을까. 박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다. 나로 예를 든다고 해도 내가 누구를 좋아하더라도 상대의 마음이 변하면 붙잡지 읂는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찾지, 매달리려고 하지 않는다”며 “조사라는 욕심이 컸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나쁘지 않았던 아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적으로 잘 자랐다고 생각하고, 모성애도 있고, 책임감도 있지만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 그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 불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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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우, 강은탁, 이세희”
박하나는 이영국 역을 연기한 지현우와 두 번째 만남이었다. 박하나는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는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애절한 모습이었다. 호흡을 맞춰봤기에 다시 호흡을 맞춰봤고, 역시 호흡이 좋았다. 로코를 했으면 너무 좋았겠지만”이라며 “만약 다음 작품에서 만나면 로코보다는 엄청 끈끈한 남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건 역을 연기한 강은탁과는 ’압구정 백야‘ 후 약 6년 만의 재회였다. 박하나는 “’압구정 백야‘ 할 때 고생도 많이 하고 해서 호흡은 맞출 것도 없이 ’아 하면 어‘하고 착착 맞았다. 강은탁이 제작발표회에서 ’이번에는 내가 도움을 받겠다‘고 해서 좀 더 진지하게 긴장하고 했다. 이후 강은탁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한마디만 한다더니 ’잘했다‘고 하더라. 술을 마시고 전화했는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배웠다‘고 해주더라. 너무 뿌듯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세희와는 지현우을 두고 대립했지만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였다. 박하나는 “이세희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너무 밝아서 볼을 주무르고 싶을 정도다. 생기발랄한 친구라 미워하기 힘들었다. 연기할 때는 조사라에 몰입해서 박단단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는데, 평소에는 대기실에서 먹을 거 나눠먹고 수다 떨면서 지냈다. 내가 많이 사랑하게 된 친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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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15년 전부터 생각…배우 생활 오래 하고 싶어”
2003년 혼성그룹 퍼니로 데뷔한 박하나는, 올해로 본격적인 연기 인생 10년째를 맞았다. 2012년 ’일년에 열두남자‘로 연기에 발을 들인 박하나는 10년을 돌아보며 “복받은 것 같다. 12살부터 가수와 배우를 다 하고 싶어서 오디션도 보고 연습 생활도 일찍 했다. 오로지 그 꿈만 꿨기에 꿈을 꾸면 다 이루는 줄 알았다. 이렇게 오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떤 때는 너무 행복해서 실감이 잘 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박하나는 “방송국에서 죽을거다. 50년 정도는 더 달려야 하는데 너무 기대가 된다. 설렌다. 좋아하는 선배님들,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내가 저 캐릭터를 해보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설렘과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떤 역할과 대본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설렘이 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여배우라는 점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현실적인 벽도 있지만 박하나는 연기자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결혼 생각은 15년 전부터 있었다. 내 가정을 꾸리는 것에 로망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 환상이 있는 편이다. 그러다보니까 (결혼과) 더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올해부터는 조금 내려놓고 있다. 그래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도 바로 복귀하고 싶다. 집에서 쉬면 병이 날 것 같다. 몸이 허락하고, 미래의 내 배우자가 허락한다면 아이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빨리 복귀하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기에 진심인 박하나. 그는 “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렵게 배우가 됐는데 쉬는 건 불안하다. 그리고 내가 현장에서 텐션이 높고, 내 원동력은 촬영장이기 때문에 오래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계속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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