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미도가 ‘서른, 아홉’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 2월 16일 4.4%의 시청률로 출발한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은 마지막회에서 8.1%라는, 첫방의 2배 가까운 시청률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자신의 두 번째 주연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전미도는 “여운이 길다”며 “마지막 방송이 워낙 슬퍼서 그런지 아직도 감정이 채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많은 분들이 끝까지 많이 사랑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 전미도는 극중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연기 선생님 정찬영 역으로 분했다.
그간 무대에서 활동해왔던 전미도에게 있어 ‘서른, 아홉’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두 번째 주연 드라마였다. 전미도는 ‘서른, 아홉’을 차기작으로 택한 이유를 묻자 “찬영이가 불완전하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일로서도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불안하다. 어찌 보면 방황하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찬영이는 자기 길을 정확히 알고 추진력을 갖고 나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그게 ‘슬의생’의 채송화와 상반돼 보여서 매력이 있었다. 그런 인물이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주변 사람과 보내는 시간, 과정들이 많은 분들한테 큰 울림을 줄 것 같았다. 그런 의미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정신이 있을 때마다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에 후회심이 들기도 했다고. 전미도는 “생각보다 너무 어렵더라. (감정을) 터트릴 수 없어서 힘들었다. 차라리 다 쏟아내고 토해내면 속이라도 후련할 텐데 매번 눈물 머금고 참고 있어야 하는 게 힘들더라. 촬영하는 내내 저까지 울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서 울고 있으니 나는 괜찮다는걸 보여줘야할 것 같더라. 그런데 마지막 방송을 보고 울면서 감정을 토해내고 나니 더 여운이 긴 것 같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정찬영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해 간다. 전미도는 “찬영이처럼 0.8%의 희박한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저 역시도 비슷한 선택 할것같다. 희박한 희망을 갖고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느니 남은 시간이라도 의미 있게 보내는 걸 선택할 것 같다”면서도 “‘찬영이만큼 담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이야기가 찬영이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한부로서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걸 많이 다루진 않다. 그러면 친구들도 힘들어하고 신파가 될 것 같아서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며 “저 역시도 담담하게 그려내길 원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에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더라”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서른, 아홉’에 출연하며 주변 친구들에 대해 생각하고,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됐다는 전미도는 실제로 ‘부고 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걸 해 보니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간 관계를 맺었지만, 마음 속에 중요하게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무생(김진석 역)과의 불륜 미화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미도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우려가 되긴 했다”면서도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사이다. 그게 연인으로서건 또 다른 관계였건 관계를 맺어온 시간이란 게 있기 때문에 편함이 있다. 많은 분들이 불륜 설정으로 바라봐 주셨지만, 선후배에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다. 남녀로서의 그런 에로틱한 것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슬의생’ 시리즈에 이어 ‘서른, 아홉’까지 무사히 마침표를 찍은 전미도는 추후 활동 계획에 대해 “‘슬의생’부터 지금까지 3년간 못 쉬어서 당분간 쉬려고 한다. 그 이후의 일정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또 차기작과 관련해서는 “무대, 방송 모두 열어두고 있다. 뮤지컬도 좋은 타이밍에 봐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두 주연작인 ‘슬의생’, ‘서른, 아홉’ 모두 흥행에 성공했던 만큼 차기작을 선택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전미도는 “부담감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그에 대해 염두에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하는 게 많은 것 같더라. 그런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라는 주의”라며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면 임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또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공연 때는 분장이나 다른 것들로 여러 변신을 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얼마나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면 여기서도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특정 인물보다는 저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 다른 분들이 과연 제 얼굴에서 어떤 모습을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미도에게 있어서 ‘서른, 아홉’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는 ‘서른, 아홉’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슬의생’에서 좋은 남자 동료들을 얻었다면 이번엔 좋은 여자 동료들, 친구들을 얻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서른아홉’을 돌이켜 보며 “저는 서른아홉 살에 ‘슬의생’ 오디션을 봐서 ‘슬의생’을 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그 나이가 한 번쯤 멈춰서서 ‘잘 가고 있는 것인가?’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나이인 것 같다. 저한테도 그랬다. ‘내가 지금 원래 목표했던, 그렸던 그림대로 가고 있나’하고 가만히 서서 점검해보는 시기다. 새로운 나이대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기도 하고 도전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는 나이였다”고 털어놨다.
아직까지는 목표했던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전미도는 마지막으로 “제가 연기하는 게 모두에게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배우로서의 이상향을 전하기도 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