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개봉"..'니 부모' 설경구→오달수, 묻히면 안되는 학폭 가해자 추악함 고발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2.04.07 12: 48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드디어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7일 오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 연출자 김지훈 감독 등이 참석했다. 오달수와 김홍파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제공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배급 (주)마인드마크, 제작 (주)더타워픽쳐스·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공동제작 주식회사 리버픽쳐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다.

김지훈 감독은 "요즘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학폭에 대한 이야기"라며 "기존에 많은 이야기들이 학폭에 대해 진심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 중심에서 가해자 중심으로 서사를 풀었다고 생각한다. 아픔과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기획의도를 공개했다. '니 부모 얼굴'은 '가해자의 얼굴'을 의미한다고.
이어 "10년 전 원작 연극을 보고 제목이 직접적이라서 너무 놀라웠다. 그걸 경험하고 처음 든 생각은 분노였다"며 "원작자 분이 제목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제목이 주는 분노감이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이 영화의 담고자 하는 함의를 충실히 표현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설경구는 극 중 학교 폭력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강한결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강호창 역을 맡았다.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 부모들과 공모하며 치밀하게 사건을 은폐하는 이기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균형 있게 표현해냈다. 
설경구는 "영화 제목으로 강렬한 색이 있고, 내용을 들여다봐도 강렬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화도 있다고 하더라"며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나도 분노와 마음이 아팠다.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전달돼서 이런 이야기는 건들여지고 소개가 돼서 많이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 "가해자 부모들의 시선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모든 부모님들이 다 이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촬영하면서 아이의 말을 끝까지 믿어보려고 하는 부모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다. 아이가 진짜 가해자라고 생각해서 연기하는 것보다, '진짜 아니구나' 믿으면서 그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2013년 개봉한 영화 '스파이' 이후 고창석과 재회했다.
그는 "고창석이 이번에 부모들 배우 중에 막내였다. 뒤풀이 때 술 한 잔씩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심부름 시키느라고 우리가 귀찮게 했다"며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고창석은 "형들이 그때도 못됐는데 더 못 돼 졌더라.닭집 가면 꼬막 사오라고 하고, 횟집 가면 파전 구워오라고 했다. 인간들이 말이야.(웃음) 영화하면서 어릴 때 연극하는 느낌이었다. 형님들이 짓궂게 심부름을 시켜도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심리적으로 딥해졌을 수도 있는데, 한 편의 연극을 하는 느낌이 컸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천우희는 "선배님들 사이에서 거의 아기였는데, 영화는 진지하고 무거웠지만 현장 분위기는 손에 꼽을 만큼 훈훈하고 좋았다"며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작품 끝나고 술 한 잔씩 하면서 하는 이야기가 고마웠다. 웃으면서 훈훈한 분위기였지만, 반면 첫 촬영 땐 시나리오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걸 보면서 '고수들이다'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에 설경구는 "NG 내면 벌금내야 해서 그랬다. 그 돈을 모아서 커피차를 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천우희는 사건을 둘러싼 아이들의 담임 교사 송정욱을 연기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 애쓰는 인물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캐릭터다.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가해자 부모들과 대립하며 극에 변수를 불어넣는다.
한 차례 출연을 고사했던 천우희는 "원작 연극과 낭독 공연을 보니까 팬으로서 원작의 느낌을 가지고 싶었다. 영화로 만들면 극적이니까 다른 느낌일 것 같더라. 난 팬으로서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설경구, 오달수 선배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아시고, 전화가 왔는데 사실 너무 감사했다"며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이 좋은 인연과 작품을 놓칠 뻔 했다고 생각한다"며 고마워했다.
설경구는 "천우희 씨여야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역할이고 고발인 역할이다. 가해자 부모들을 모이게 하는 단초를 만든다. 그래서 천우희여야됐다. 개인적으로 잘 몰랐는데 용기를 내서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했다. 애걸복걸 집요하게 부탁했다.(웃음) 완성되고 나서도 '천우희 아니면 어떡할 뻔 했어'라고 했다"며 후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창석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을 둔 부모 정선생으로 분했다. 강호창(설경구 역), 박무택(김홍파 역)과 함께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뻔뻔한 언행으로 공분 일으킨다.
고창석은 "이 영화가 5년 동안 빛을 못 보고 사라질까봐 가슴을 졸였다. 죽은 줄 알았던 부모 얼굴이 살아돌아와서 기쁘다"며 "외면 받아선 안 되는 이야기다. 많은 관객들과 만나야 되는, 만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기쁨과 동시에 약간의 감격스러운 느낌도 있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2017년 촬영을 끝내고 2018년 개봉 예정이었지만, 주연 배우 오달수가 미투 논란에 휩싸이며 5년간 개봉이 미뤄졌다. 
시나리오를 보고 분노를 느꼈다는 고창석은 "배우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다. '나였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지더라"며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정말 내가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럽지만 뜻 깊게 작업했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완성도가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공감하고 아파하고 격려해주시면 좋겠다. 영화에 나오는 피해자 건우의 얼굴과 배우들의 마음을 봐주시면 좋겠다", 감독은 "5년이란 시간 동안 꼭 개봉하고 싶었고 평가를 받고 싶다.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 hsjssu@osen.co.kr
[사진] (주)마인드마크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