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아"…'공기살인' 김상경→이선빈, 코로나 시대 의미 남긴 재난실화(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4.08 17: 27

 ‘공기살인’의 조용선 감독이 “저희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8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기살인’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검색창에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기사를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저는 잘못된 부분에 대한 숫자놀음이 아니라, 이들(기업 측)이 어떻게 (피해사실을) 입막음 하는지에 집중했다”고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공기살인’(제공배급 TCO㈜더콘텐츠온, 제작 ㈜마스터원엔터테인먼트)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 더불어 17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출연배우들과 조용선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08 / soul1014@osen.co.kr

이 영화는 2011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해졌음에도 기업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은 당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감독은 “2011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 데다 현재진행중 사건이라 새로운 내용이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제가 결말을 실제 사건과 다르게 만든 이유는, 제도권이나 업계를 포함해 계신 모든 분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경고라는 말이 (어감이) 셀 수 있지만 이번에 조정안을 보면 제가 그 (보상)액수는 모르지만 (보상보다) 진정 어린 사과가 먼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출연배우들과 조용선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08 / soul1014@osen.co.kr
김상경이 의사 정태훈 역을, 이선빈이 변호사 한영주 역을, 윤경호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오투의 서우식 과장 역을, 서영희가 태훈의 아내이자 영주의 언니 한길주 역을 맡았다.
조 감독은 “이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캐스팅에 대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거 같다”며 “김상경에게 믿음이 있었고 윤경호, 서영희, 이선빈 모두 제가 기댈 수 있었다. 최고의 배우들과 같이 했다”고 라인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희 영화에 나오신, 작은 역할도 알찬 배우들로 채워져서 현장에서 너무 즐겁게 했다”고 밝혔다.
조용선 감독은 ‘작품을 만든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너무 많지만 첫 번째로는 피해자들의 슬픔을 영화에 다 담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돼 가해집단이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건 아닐까 괴로웠다“고 답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김상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08 / soul1014@osen.co.kr
그러면서 그는 ”연출자인 저는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저는 연출자로서 어떤 영향도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되레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을 이었다.
세 번째 어려움에 대해서는 투자 및 캐스팅을 꼽았다. ”이 영화가 극장 개봉해야 하는데 (제작 당시) 투자를 받고 배우 캐스팅 하는 게 힘들었다“며 ”저는 오늘 기쁜 마음으로 앉아 있지만, 그 과정이 힘들었던 거 같다“고 이외에도 연출자로서 힘든 점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의사 정태훈 역을 맡은 김상경은 “제가 ‘살인의 추억’, ‘1급 기밀’ 등 실화를 다룬 작품에 가장 많이 참여한 배우로 꼽힐 거 같다. 이게 하늘이 내게 주는 소임인가 싶기도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실화를 영화화할 때면,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이 계시기 때문에, 보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저는 배우로서 온전히 어떻게 전달할지,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 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서영희가 피해자들 관련 답변에 울컥하고 있다. 2022.04.08 / soul1014@osen.co.kr
이어 김상경은 “피해를 준 사람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피해 보상을 해야 할 텐데 (피해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주객이 전도된 거 같다. 조사위원회에서도 ‘10년 전 가습기살균제를 샀던 영수증을 가져와서 아픈 것을 증명한다면 생각해보겠다’고 하셨던데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누가 10년 전 영수증까지 갖고 있겠나. 저는 당시 가습기살균제를 쓰진 않았다. 내가 쓰지 않았기에 내 일로 생각하지 않았던 거다. 뉴스를 보면서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실화가 영화가 되면 저나 관객들에게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피해를 보신 분들뿐만 아니라 저희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나의 이야기로)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피해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변호사 한영주를 연기한 이선빈도 작품의 힘을 강조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마음을 울리는 게 있었다”라며 “의미 깊고 좋은 영화에 선배님들과 참여하게 돼 기쁘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실화를 다룬 영화에 참여해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이 사건에 관해 준비한 자료를 시험공부 하듯 읽었다는 그녀는 “제 인생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명감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며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차에 탔는데 코피가 나더라. 제가 그간 해온 그 어느 작품보다 조심스럽게 캐릭터에 다가갔다. 깊이 있게 집중해서 작품과 캐릭터를 대했다”고 전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김상경과 이선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4.08 / soul1014@osen.co.kr
태훈의 아내이자 영주의 언니 한길주를 소화한 서영희는 이날 간담회 도중 눈물을 흘렸다. “코로나19 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인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힘들지 않았나. 지금 촬영을 했다면 (연기지만 저 당시보다 더욱) 더 진심을 다해 연기했을 거 같다”고 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전에 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기사 한 줄로 알고 있던 게 전부가 아니었구나 싶더라. 제가 참여하면서 피해자,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이들이 ‘공기살인’이라는 영화에 얼마나 진심과 열정을 갖고 임했는지 알 수 있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조용선 감독이 질문에 답한뒤 생각에 잠겨 있다. 2022.04.08 / soul1014@osen.co.kr
이어 가습기제조사 오투의 직원으로 분한 윤경호는 “제작사 대표님이 일요일 아침에 전화를 주셔서 작품과 역할에 대해 얘기를 주셨다”라고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배우들이 여러 가지 조건 등을 따져보고 출연하겠지만 저는 그날 바로 하겠다고 대답을 드렸다. 김상경 선배가 한다는 말도 그날 들었는데, 이전에 선배와 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같이 했었다. 그땐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영화로 같이 연기하게 돼 기뻤다”고 털어놨다.
조용선 감독은 “실제 벌어졌던 사건과 저희 영화를 비교해서 보셨으면 좋겠다. OTT가 활성화된 시대지만 극장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기살인’은 오는 22일 극장 개봉한다.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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