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2' 김명하 PD, 임창정♥서하얀 '재혼' 자막 쓰지 않은 이유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2.04.10 14: 07

‘스며들다’에는 ‘속으로 배어들다’, ‘마음 깊이 느껴지다’라는 뜻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는 이를 연출하는 김명하 PD의 감수성과 진정성이 배어있다. 그리고 이는 시청자들의 마음 깊이 느끼기 충분하다. 자극적인 부부 예능 속에서도 진하고 싶은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김명하 PD다.
음식도 매운맛의 단계로 나눠 먹을 정도로 매운맛에 중독된 지금.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매운맛은 잠깐의 즐거움을 줄 순 있어도 계속해서 숟가락이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깊고 진한 맛,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에 손이 더 가고 재료와 조리 방법이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며 식탁이 더 즐거워진다.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 바로 그렇다.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지금의 시대에서도 MSG를 쓰지 않는. 시청자들의 ‘맛집’으로 등록됐다.
한 예능 프로그램이 5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랑 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오래될수록 포맷과 패턴이 읽히고, 시청자들은 지루함을 느껴 채널을 돌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초반의 기획 의도를 지키지 못하기 부지기수다. 그래서 통했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변했다”는 말을 들으며 외면 당하면 폐지되는 수순. 그래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롱런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SBS 제공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은 늘 그 자리에서 기본을 지키고 있다. ‘동상이몽2’도 사실 처음에는 매운맛이었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 집의 안방, 민낯까지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은 없었기 때문. 이후 론칭된 부부 예능이 더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보였지만 ‘동상이몽2’는 이를 따라가지 않고 본연에 집중했다. “더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못했겠는가. 누구나 궁금해 하는 스타 커플에게 조금만 MSG를 넣으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김명하 PD의 신념과 ‘동상이몽2’ 제작진이 무수히 거치는 자기검열, 그리고 원칙에 있다.
최근 ‘동상이몽2’는 상승세다. 임창정-서하얀 커플과 두 사람의 다섯 아이가 출연하면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김명하 PD는 “다른 사실 부부 예능 프로가 많은데 감사하게 저희는 먼저 제일 먼저 떠올려주셨다고 하셔서 미팅을 했다. 정말 고민이 너무 많으셨을 부분이 많다.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 해서 오셨다가 다행히 저희가 지금까지 하신 것도 쭉 보셨고 또 저의 진정성도 좀 느껴주셔서 합류하시게 됐다”고 설명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임창정-서하얀 커플은 18살 연상 연하에, 재혼 커플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높였다. 하지만 정작 ‘동상이몽2’에서 두 사람에게 ‘재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재혼’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게 되는 순간 이 부부가 가진 매력이나, 이 부부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명하 PD는 “재혼인 게 맞지만 이 부부가 재혼 부부, 재혼 가정으로 비춰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재혼이라는 자막을 쓰지 않았다. 정말 MSG를 뿌리면 자극적이고 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믿고 이야기를 해주고 속마음을 꺼내는 만큼 우리가 MSG를 치고 자극적으로 만들면 안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PD는 “18살 연상 남자가 어린 여자, 그것도 초혼인 여자와 산다고 했을 때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그들을 평가하거나 심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진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질문하고, 다시 듣고 질문하곤 한다”며 “서하얀 씨가 ‘친엄마 같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은 사실 경험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 말에서 ‘이번 회차의 가치를 세상에 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혼 부부를 다루면서 ‘재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만큼 ‘동상이몽2’ 제작진은 조심스러웠고, 자신들이 이들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했다. 단어 하나에도 조심스러워하는 ‘동상이몽2’는 끊임없는 자기검열과 필터링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의미와 가치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명하 PD는 “시청자 분들에게 ‘이 커플을 지켜봐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커플이어야 한다는 점을 늘 고민하는 것 같다. ‘맞춰갈 게 너무 많은데 서로 다른 사람이 굳이 만나 왜 결혼을 하고 사랑할까’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커플마다 보여줄 것들, 가치를 찾으려고 애쓰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어떻게 살고,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부분에서 다양성과 가치를 두고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며 “끊임없는 자기검열의 원칙 중 하나가 관찰만 하자라는거다. 우리가 평가, 심사, 심판을 하지 말자라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제작진이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평가하거나 심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진다. 출연자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속마음을 오픈해주는데 우리도 더 자기검열을 하고 진정성을 다해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출연자 분들의 진정성과 제작진의 경험, 시청자 분들의 따뜻한 시선이 만났을 때 ‘동상이몽2’가 더욱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김명하 PD가 출연자들을 섭외할 때 ‘정말 지독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김 PD는 “부부 사이의 일을 시청자 분들 앞에서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만큼 제작진은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독하게 본다는 건 그런 것들이다. 다 이야기해줬는데, 우리가 대충하면 안된다. 그래서 수많은 필터링과 자기검열을 한다. 그래서 ‘동상이몽2’가 오래 방송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하 PD와 ‘동상이몽2’ 제작진의 지독함과 진정성, 감수성은 스타 부부들을 움직였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아카이브를 이뤘다. 그리고 이제는 스타 커플이 탄생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동상이몽2’ 출연을 생각하게 됐다. 이는 ‘동상이몽2’가 그 부부를 가장 진솔하게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명하 PD는 “다양한 옵션이 있겠지만 ‘부부 예능을 한다면 동상이몽2에서 해보면 좋겠다’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인터뷰도 하지 않는 부부가 ‘동상이몽2’이니까 이야기라도 해보자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우리가 잘 걸어왔다는 이야기라고도 생각한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에서 ‘동상이몽2’는 어떤 가치를 남기고,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김명하 PD는 “예전에는 결혼이 필수였고, 미혼이나 비혼이 어떤 옵션이었다면, 요즘은 비혼 쪽이 더 많고 결혼이 오히려 마이너한 선택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출산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동상이몽2’을 통해 ‘결혼은 미친 칫까지는 아니야’라는 걸 조금 더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있다. 결혼해서 고속도로를 쭉 달리는 건 아니지만, 비포장 도로라도 같이 우당탕탕하면서 갈 만큼의 가치도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하 PD는 “ 우리가 만든 70분짜리 콘텐츠가 월요일 저녁의 휴식이었으면 한다. 사회적 의미 등은 내가 바라고, 평가할 게 아니라 나중에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보는 시간만큼은 편하게 보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하 PD는 앞으로도 재료 본연의 맛으로 월요일 밤을 따뜻하게 물들일 것을 다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마흔 커플 이상을 봐왔다. 솔직히 이 커플에 어떤 MSG를 치면 더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보이지 않겠느냐. 하지만 ‘동상이몽2’ 팀이 모두 서로의 필터를 되고 있다. 초조해 할 때가 있어도 서로가 서로의 감시자이면서도 동료로 지내면서 ‘동상이몽2’의 초심을 지켜가려고 하고 있다”며 “시청률이 떨어지고 그러면 그날은 굉장히 초조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을 갖는 건 이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그 태도, 마음을 열어주는 그걸 보면 그래도 우리가 잘하고 있다, 시청자 분들도 예쁘게 봐주실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동상이몽2’를 연출하는 김명하 PD는 그 누구보다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그의 풍부한 감수성과 진한 진정성이 프로그램에 스며들면서 ‘동상이몽2’는 깊고 진한 맛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스며들었고, 월요일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도 당장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는 ‘매운맛’이 아닌 진정성에 중점을 둔 ‘진핫맛’으로 ‘동상이몽2’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김명하 PD. 스타 커플들은 물론 시청자들이 ‘동상이몽2’를 더 사랑하고, 아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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