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인삼공사, 일주일 만에 감독 재취업…외인 후보 제치고 깜짝 선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12 03: 18

대전에서 대전으로 옮겼다. 남자배구 삼성화재 지휘봉을 내려놓았던 고희진(42) 감독이 여자배구 KGC인삼공사 새 사령탑으로 깜짝 발탁됐다. 당초 외국인 감독 선임이 유력했지만 인삼공사의 최종 선택은 고 감독이었다. 
현역 시절 V-리그 대표 센터로 삼성화재 왕조 멤버였던 고 감독은 은퇴 후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19년을 한 팀에만 몸담았다. 국내 4대 스포츠 최초로 1980년대생 감독으로 삼성화재 지휘봉을 잡았으나 2시즌 동안 각각 7위, 6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4일 삼성화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해외 연수를 준비했다. 그런데 11일 인삼공사 새 사령탑에 전격 선임됐다. 일주일 만에 남자팀에서 여자팀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대전 연고 팀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인삼공사는 지난 1일 이영택 전 감독과 계약이 만료된 뒤 국내외 사령탑 후보를 폭넓게 검토했다. 그 중 구체적으로 거론된 인물이 미국과 유럽에서 경험을 쌓은 제이미 모리슨 미국 18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 계약 협상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 감독이 삼성화재를 나온 뒤 상황이 급변했다. 후보군에 없었던 고 감독이 급부상했고, 빠르게 면접 과정을 거쳐 새 사령탑으로 결정됐다. 삼성화재를 떠난 지 일주일 만에 인삼공사로 옮겼다. 같은 연고의 남녀부 팀 감독을 모두 이끌게 되는 이색 이력을 갖게 됐다.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 /OSEN DB

인삼공사 관계자는 “여러 감독 후보를 물색하고 접촉했지만 고 감독이 삼성화재에서 나온 뒤 상황이 바뀌었다. 배구계 평판이 좋으신 분이다”며 “새로운 변화와 도전, 신인 선수 육성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고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사실 운이 없었다. 최약체였던 첫 해는 시즌 중 주전 센터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돌연 은퇴했고, 두 번째 시즌에도 한창 상승세를 탈 때 코로나로 시즌이 중단돼 흐름이 끊겼다.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리빌딩을 통해 팀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세대교체 실패로 없는 자원에 팀을 맡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과감한 트레이드와 신인 발굴을 통해 경쟁 가능한 팀으로 키웠다. 강서브가 트레이드마크로 공격적인 배구 컬러도 확실했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이 주먹을 쥐며 환호하고 있다. 2021.10.22 /OSEN DB
선수 시절부터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했던 고 감독은 젊은 감독답게 수평적 리더십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선수들과 영어 이름을 지어 서로 편하게 부르는 등 오랜 시간 엄격했던 삼성화재의 팀 문화를 바꿨다. 여자팀에서 고 감독의 이런 리더십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 등 남자부에서 여자부로 넘어온 감독들이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인삼공사는 지난 2016~2017시즌이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로 최근 5시즌 연속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FA 최대어’ 레프트 이소영을 영입한 지난 시즌도 주전 세터 염혜선의 부상 악재 속에 초반에 반짝하다 말았다. 하지만 센터 정호영, 박은진, 레프트 박혜민, 이선우, 고의정, 세터 하효림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소영, 염혜선, 센터 한송이, 리베로 노란 등 핵심 선수들도 포지션별로 있다. 고 감독 입장에선 삼성화재를 맡을 때보다 좋은 전력을 받고 여자부에서 시작한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이 작전시간을 갖고 있다. 2022.03.29 /OSEN DB
고 감독은 “저를 믿고 선택해준 인삼공사에 감사드린다. 선수들 육성과 원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임 소감을 밝혔다. 조만간 코칭스태프 구성을 완료해 차기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인삼공사 선수단은 24일까지 휴가로, 고 감독과 상견례는 25일 있을 예정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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