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지연 감독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엄마'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14일 오전 '앵커' 정지연 감독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앵커'(감독 정지연)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 분)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이날 정지연 감독은 극중 배우 이혜영이 맡은 세라(천우희 분)의 엄마 소정 캐릭터에 대해 "어떤 엄마로 표현하려 했냐"고 묻자 "대중영화나 드라마에서 엄마라는 인물을 다룰때 희생적인 엄마로 다루거나 나쁜 엄마로 다루는 시선이 즐겁지는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물론 그렇게 다룰순 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스테레오 타입화 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제와 가깝기도 한 '양가적 감정'처럼 어머니의 양면성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이래야한다'라는 생각을 저 역시도 했었기때문에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 실제 엄마들이 그런 압박을 견디지 못해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더라. 그런 면에서 연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엄격한 잣대를 주지 않으면서 엄마라는 역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정지연 감독은 실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질문에 "극단적인 정도의 엄마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많이 극화됐지만 비슷한 부분은 있었을 것 같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배운것 없이 자식만 키워내야하던 시대와는 다르다. 대학교도 가고 공부를 했는데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게 됐고, 때문에 아이한테 기대하는게 많아지게 되고 본인이 원하는게 이거였나 고민했던 세대인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로서의 의무감이 자식을 힘들게 할수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걸 자식에게 '그걸 해야해'라고 하는 걸 저도 은근히 느꼈을수도 있다. 엄마한텐 미안하지만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생각한다. 비난하는게 아니라 어느순간부터 '그랬을것 같다'는 이해를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또 극중 묘사됐던 '사회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가졌을때의 공포감'과 관련해 "본인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냐"고 묻자 "저에게 있어 사회생활은 감독이 되는 과정이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그런걸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감독이 되는게 너무 숙제같이 힘든 일이었고, 그걸 양립할수 없는 욕망이라 생각해서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앵커'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작품을 대입 한다면 열심히 시나리오 쓰고 감독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살면서 아이를 가진다는게 굉장히 무서운 일이었다. '그건 가능한 일인가?' 싶다. 그래서 아예 시도도 못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한편 영화 '앵커'는 오는 20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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