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형사들’이 마치 한 편의 극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사건으로 안방극장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연출 이지선 이요한 정숙현/작가 장윤정)에서는 아산경찰서 ‘투캅스’로 불리는 한재갑 형사, 이경호 경위, 강서경찰서 강상철 형사가 출연해 직접 해결한 사건을 소개했다.
이경호 경위는 마치 ‘강철부대’에 나올 법한 근육질 몸매로 이이경, 안정환 등 MC 군단을 사로잡았다. 특히 안정환은 “저도 옛날에 저랬었는데”라며 부러움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방금까지 잡다 온 찐 형사들의 수사 노트!”라는 ‘용감한 형사들’의 캐치프레이즈답게 실제 한재갑 형사와 강상철 형사는 불과 며칠 전, 각각 중고나라 사기범과 흉기를 든 편의점 강도를 구속했다고 말해 신뢰감을 더했다.
한재갑 형사와 이경호 경위가 소개한 첫 번째 사건은 ‘아산 47억 횡령 사건’이었다. 사건 브리핑을 맡은 이이경은 “웬만한 영화, 드라마 대본보다 더 한 스토리가 펼쳐진다”라고 했고, 한재갑 형사는 “형사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아산의 잘나가는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강씨는 회사 재무회계과장으로 입사 3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하는 등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회삿돈 47억을 횡령하고 사라졌다. 꼼꼼하고 빈틈없는 성격으로 회사 재정 관리를 도맡아 했던 강씨의 계획범죄였던 것.
그는 강남 호텔에 은신, 치밀한 계획 아래 이틀 동안 강남 은행을 돌며 무려 33억 원을 뽑았다. 경찰은 강씨의 1년 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확인했으나 깨끗했다. 경찰이 자신의 통화 기록을 확인할 것을 예상,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산경찰서 ‘투캅스’ 형사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치밀한 범죄를 이길 유일한 방법으로 “범인이 실수하기를 기다렸다”라면서 추격에 돌입했다.
실제 백화점에서 수표를 쓰고 난 뒤 추적 당할까 겁이 난 강씨는 수표 회수를 시도했고, 이 과정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형사들은 아산이 연고인 강씨에게 ‘02’로 걸려온 번호를 의심, 강씨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그곳 CCTV에서 강씨의 조력자 최씨를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얼굴만 가지고 인적 사항을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에도 형사들의 집념이 돋보였다. 강씨 주변인 몇 백 명의 사진을 뽑아서 이를 대조하는 과정을 거쳐 최씨가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그것이 강씨의 뒷번호와 일치하는 것을 파악했다.
이렇게 강씨에 대한 뜨거운 추격전을 벌이던 와중에 형사들은 강씨의 또 다른 조력자 신씨를 발견했다. 신씨는 강씨의 통신 수단을 마련해 줬는데, 새로운 휴대전화의 기록을 확인했더니 세 군데의 성형외과 번호가 나왔다. 페이스 오프를 시도한 강씨는 4차례의 걸친 수술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됐다.
‘투캅스’ 형사들은 강씨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과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강씨의 은신처를 발견했지만, 강씨가 건물 주변에 8개의 CCTV를 달아놓고 도망갔을 때도 이경호 경위는 “이 상황까지 왔으면 강씨도 멘붕에 빠졌어. (강씨) 고향으로 가서 다시 수사를 해보자”라며 강씨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을 발휘했고, 결국 고향에서 강씨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어 강상철 형사가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어 하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한 중년의 여성이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명문대 음대생 딸 이름으로 대출 신청이 됐다며 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딸이 한국에 들어온 기록이 없는 가운데, 딸의 이름으로 휴대폰과 통장, 카드까지 만들어진 상황에서 담당 형사는 남다른 눈썰미로 실제 피해자와 운전면허증 사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추격했다. 면허증까지 위조하며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한 이는 30대 여성 김씨로 드러났다. 김씨는 한때 열렬하게 꿈꿨던 삶을 피해자가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주체할 수 없는 욕심이 생겼다”라며 명의를 도용한 이유를 밝혔다.
과거 피해자가 지갑을 분실했는데, 김씨가 그걸 우연히 주워서 보관하고 있었다. 김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파혼을 당했다. 또한 음대 진학을 준비하다 포기했는데, 지갑 속 신분증이 바로 명문대 음대생임을 확인하고 피해자의 삶을 꿈꾸게 된 것이다.
김씨의 사연도 있었다. 그는 1997년 대한민국 괌 항공기 추락 사건으로 아빠와 오빠를 잃었다. 당시 김씨는 중학생으로 이후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세를 보였다. 그런데 피해자와 아빠가 다정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메일을 보면서 “완벽한 피해자의 인생을 내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송은이는 “짠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용납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일용 교수는 리플리 증후군을 언급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로 권 교수는 “현재의 자아와 사회적 목표의 자아가 괴리감이 크면 사람들은 그걸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노력을 생략하고 타인의 성공에 자기를 올려놓고 그렇게 된 것으로 살아간다”라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 위험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용감한 형사들’은 E채널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되며 티빙과 웨이브 등 OTT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 hsjssu@osen.co.kr
[사진] 티캐스트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