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을 하게 되어 좋다.”
천우희는 18일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제공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더타워픽쳐스 폭스 인터내셔널, 제작 프로덕션 코리아, 공동제작주식회사 리버픽쳐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 지난 2017년 크랭크업 했지만 개봉 시기를 고려하다가 올 4월 27일 극장 개봉하게 됐다.
원작의 각색 및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예전에는 ‘우리 아이가 학폭 피해자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면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내 아이가 학폭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만든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폭의 문제, 아이들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끊임없이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제5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에서 상연되었던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동명의 일본소설을 각색해 영화로 리메이크됐다.
지난해 몇몇 연예인들이 과거 학창 시절, 학폭의 가해자였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다시금 학폭 문제가 사회적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소년심판’ ‘돼지의 왕’ 등 학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김 감독은 극중 학폭 장면을 찍는 게 어려웠다며 “제가 배우들에게 무언가 지시하기보다 마음의 동요가 되게 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지옥 같았다. 현장에서 내색은 못했지만 (피해자들에게)미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를 보실 분들이 ‘아이들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고 저 역시 ‘앞으로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영화 속 학폭의 수위가 받아들이기에)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표현됐을지 관객들의 반응을 앞으로 만나봐야 알 거 같지만 연출자로서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폭 가해자들의 뻔뻔한 얼굴과 태도, 그리고 진실을 숨기려는 그들 부모들의 선택에 주목한다. 호숫가에 몸을 던져야만 했던 한 명문 국제중 피해자 학생이 편지에 적은 4명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인 부모의 이중적 잣대를 보는 게 이 영화의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김지훈 감독은 학폭이 단순히 철없던 어린 시절, 아이들의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끔 명징한 메시지를 남겼다.
설경구는 학폭 가해자 강한결(성유빈 분)의 아버지이자 변호사 강호창을 연기했다. “저는 보통 작품을 하면 캐릭터를 계획하지 않고 그 상황에 맡기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 상황에 충실하려고 했다”며 “그래서 저는 입장이 바뀌는 상황을 찍을 때 집중했다. 여러 번 촬영을 했는데 그 순간의 표정이 중요할 거 같더라. 막상 제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감독님의 얘기를 들었다”고 김지훈 감독의 디렉션에 집중했다고 했다.

설경구는 천우희의 캐스팅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송정욱 캐릭터가 처음에 남자였는데 여자가 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우희가 떠올라서 (제작진에) 얘기했는데 처음엔 천우희가 거절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후 천우희는 설경구의 제안을 받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설경구는 “제가 오늘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천우희가 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애걸복걸 하길 잘했다”고 만족했다.
천우희는 학폭 사건 관련 학생들의 임시 담임 송정욱 역을 맡았다. 이에 천우희는 “저도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애걸복걸 해주신(웃음) 설경구 선배님에게 감사 드린다”며 “사실 촬영 당시 현장에서 ‘내가 이 영화를 안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애틋하게 임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천우희는 거절했던 이유에 대해 “예전에 (일본 원작) 연극을 볼 땐 제3자의 눈으로 봤었다. 건조함이 그 연극의 매력으로 느껴졌지만 영화화되면서 한국의 정서에 맞게, 영화적 특색에 맞게, 조금 더 극적인 장면이 살아났다고 생각된다”며 “극적이라는 게 사건을 보여주고 전개해 나가는 것에 몰입감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 차이가 명확하게 보여서 좋았다. 고사했던 이유가 그 차이였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 차이가 잘 드러나서 더 좋았던 거 같다. 제가 관객으로서 제3자의 눈으로 보게 되더라. 연극과 영화의 차이가 명확해서 좋았다”고 출연한 것에 후회가 없다고 털어놨다.
송정욱은 뻔뻔하고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가해자 부모들과 대치를 이루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강한결 역을 소화한 성유빈은 “이 영화까지 하면 설경구 선배님과 총 세 작품을 했는데 선배님이 항상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제 개인적으로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해서 테이크를 여러 번 간 적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괜찮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면서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제가 연기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항상 감사했다. 보고 배울 점이 되게 많았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학폭 가해자의 할아버지이자 전직 경찰청장 박무택 역의 김홍파는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맞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이들에게만 뭐라고 할 게 아니지 않나”라며 영화의 제목이 모든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동의했다. 그는 하나뿐인 손자를 지키기 위해 신념까지 버리는 가식적 인물을 고요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이어 그는 “저는 (학폭 사건에) 어른들의 잘못도 있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제가 어릴 때도 학폭이 있었는데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극장 개봉은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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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인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