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김지훈 감독이 현재 진행형 ‘학폭’(학교폭력)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잡은 것에 대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예전에는 ‘우리 아이가 피해자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이 영화를 만들면서부터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나?’라는 공포가 생겼다”라고 털어놨다.
김지훈 감독은 20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저도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현장이었다”며 이 같이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김 감독이 각색 및 연출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제공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더타워픽쳐스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공동제작 주식회사 리버픽쳐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담았다.
이날 그는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힘들어 하면 할수록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거 같더라. 한쪽에서는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쾌감을 느낀다. 저는 연출자로서 그 모습을 극대화시켜야 해서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근데 자료조사를 해보니 실제(일상 속)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연출자로서 가해자의 마음으로 들어가 보는 게 힘들었다는 그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가해학생들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친구를) 괴롭히려고 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후 장면들을 영상으로 풀어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마치 지옥에 있는 것처럼 힘들었는데 완성하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힘들다”고 밝혔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지난 2017년 촬영을 마쳤지만 개봉 시점을 고려하다가 오는 4월 27일 극장 개봉을 결정했다.
개봉이 미뤄진 것에 대해 김지훈 감독은 “여러 가지 부침이 많았다. 감독으로서 관객을 못 만난다는 게 마치 생명력이 소실되는 듯한 느낌이더라. 근데 제가 마음 속에 계속 갖고 있었던 것은 ‘건우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건우의 마음이 무너지고 아파하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었다. 물론 그 아픔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같이 느끼고 아파하고 그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게끔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영화의 개봉이 6번 정도 미뤄졌지만 저는 그 불씨를 유지하며 꺼지지 않게 노력했다. 마침내 (극장 개봉의) 결실을 이루게 됐는데, 제 노력의 결실이 이뤄진 거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개봉 소감을 남겼다.(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주)마인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