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겐마’ 이준기, 후회 지워나가는 ‘돌아이 행보’ 흥미진진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4.23 09: 56

[OSEN=김재동 객원기자]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바라는 몽상일 것이다. 살아내고 보면 여기저기 누더기처럼 후회가 쌓이고 그 후회들을 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지길 바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회귀가 웹소설, 웹툰의 가장 흔한 소재로 다뤄지고 있는 것은 그런 대중의 몽상에 기초한다.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그 같은 인생 2회차의 통쾌함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22일 5회 방송에서 수도권 시청률 10%, 전국 9.7%, 순간 최고 시청률 11.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열혈검사 김희우(이준기 분)는 “이 나라에는 조태섭이 있고 대통령이 있다”며 대통령까지 겁박하는 실세 정치인 조태섭(이경영 분)을 잡아들이지만 제보자 겸 증인으로 출두예정인 천하그룹 인물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조태섭은 당황한 김희우에게 “정의는 네가 갖겠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냐. 정의가 사람을 가려”라며 비웃음을 날린다.

제보자를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 희우는 그곳에서 조태섭의 수하인 닥터 K(현우성 분)와 일전을 벌이다 그의 손에 추락사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나타난 빨간 옷의 저승사자(차주영 분)가 조태섭에게 이승에도 지옥이 있다는 걸 보여주라며 희우를 회귀시킨다. 1회차 삶의 경험과 기억은 보너스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편의점 알바 시절로 돌아간 희우는 가장 먼저 부모님에게 닥쳤던 교통사고에서 아버지 김찬성(박철민 분)과 어머니 이미옥(김희정 분)을 구해낸다.
한국대 법학과에 입학한 희우는 세상에 흥미를 잃은 천재 이민수(정상훈 분)와 교분을 쌓으며 그의 의대 동기 문성환이 만든 하하톡을 날로 삼키려던 조태섭의 야욕을 무너뜨리는가 하면 아버지의 회사 부도로 학업을 접으려는 동창 김규리(홍비라 분)의 집을 경매를 통해 지켜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우용수(이순재 분)의 제자가 되어 부동산 공부를 하게 된다.
미리 획득한 신도시 개발계획을 이용해 크게 한 몫 튀기려는 조태섭이 부동산 알부자 우용수를 노리고 있음을 알고는 우용수를 설득해 미리 부동산을 처분, 1천억원 대의 수익을 지켜주며 그의 신뢰를 얻는다.
그런가하면 조태섭의 수족이 되어버린 차장검사 김석훈(최광일 분)의 사생아로, 일진 행세하며 청춘을 낭비하던 김한미(김재경 분)를 선도해 기자의 꿈을 꾸게 하고 천하그룹 김건영(전국환 분)회장의 외동딸 김희아(김지은 분)의 호감도 얻는다. 양평살인사건으로 무고하게 피의자가 된 박상만(지찬 분)의 아버지를 구해내 천재 해커 박상만이라는 조력자도 얻었다.
이 모든 것은 전생의 과거, 현생의 미래를 알고있는 회귀자 특전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회귀자의 유일한 디버프 군대 재입대를 거쳐 7년후 사법연수원 수석졸업자의 신분으로 김산지청에 부임한 희우는 그곳의 토착 폭력조직 유채파를 소탕하며 이전 생 전국 제일의 주먹으로 성장했던 이연석(최민 분)마저 때려눕힌다. 이전과 달라진 검사인생의 시작이다.
시대의 거악 조태섭을 향해 차근차근,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김희우의 행보는 통쾌하고 흥미진진하다. 되물릴 수 없는 후회에 갇혀있는 시청자들은 스파이더맨, 배트맨, 슈퍼맨에게서처럼 검사 김희우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낀다. 지난 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법과 정의 앞에 타협 없는 ‘돌아이 검사’라는 김희우의 정체성이 그런 만족의 배경이다.
세상을 농단하고 국민을 우롱하면서도 단 한번 제대로 된 뉘우침 없는 거악 조태섭과, 그런 그와 적당히 악수나 건네며 어물쩍 동조하는 불의들, 돈과 권력이면 강아지도 멍첨지가 되는 세상 자체를 인생 2회차 돌아이 검사가 시원하게 깨부숴주기를 바라는 소망들이 검사 김희우를 채색한다.
이미 김희우가 지워낸 과거의 흔적들이 부른 나비효과로 앞으로의 미래는 김희우가 살아낸 전생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알고 있는 과거가 더 이상 미래가 되지 않을 세상 속에서 돌아이 검사 김희우의 행보는 어찌될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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