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유재석 욕받이 만들 일인가 [Oh!쎈 초점]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4.27 08: 07

예능을 향한 정치적 외압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MC 유재석이 여론 재판을 받고 있다. 정말 이게 '예능'이 심판받을 일인가.
27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151회 '너의 일기장' 편 방송을 앞두고 폐지 기로에 섰다. 지난 20일 방송된 150회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여파다. tvN 대주주인 CJ ENM의 강호성 대표가 윤 당선인과 같은 서울대학교 법대 동문이자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외압설' 의혹을 낳은 것이다.

[사진=tvN 제공]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메인 MC 유재석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출연으로 이례적인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프로그램 공식 포스터, 이하 방송화면.

상황은 방송 직후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이 지난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유퀴즈' 출연을 문의했으나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당한 점을 언급하며 더욱 악화됐다. 김부겸 국무총리 측에서도 '유퀴즈' 출연을 문의했으나 거절당한 일도 뒤늦게 알려졌다.
26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과거 경기지사 시절 비서관으로 근무했다고 밝힌 김모 씨가 SNS를 통해 이 고문이 도지사였을 때부터 대선 후보일 때도 '유퀴즈' 측에 출연 의사를 전했으나 제작진과 미팅이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전달받은 거절 사유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본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라는 것"이라고 밝혀 '유퀴즈'와 유재석을 향한 '선택적 중립' 비판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서는 유재석을 향한 악플까지 이어져 소속사인 안테나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고소 등의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상황.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으나 시시비비는 아직 따져볼 영역이다. 문자, 전화 등의 기록이 있다는 탁현민 비서관의 주장에 CJ 측은 현 청와대의 섭외 요청은 없었으며 법적 대응 방침을 언급했다. 이 외에는 극도로 공식 답변을 아끼는 모양새다.
다만 최근의 선례는 다르다. 2019년 tvN '김현정의 쎈터:뷰'에는 탁현민 비서관이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으로 출연해 국민의 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측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방송법 위반을 들먹이며 고발까지 운운하던 자유한국당이었지만 현재 여당이나 CJ ENM 측의 별도 뚜렷한 대응은 없었다. '김현정의 쎈터: 뷰'는 예정된 8부작으로 무사히 종영했다. 그렇다고 그때도 지금처럼 '선택적 중립'이라 할 수 있을까.
결국 관건은 예능을 향한 정치권의 관심사가 타당한지에 달렸다. 사실 윤 당선인 출연 전까지만 해도 대중은 '유퀴즈'가 이렇게까지 정치권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 줄은 몰랐을 것이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유력 대선후보까지 출연하고 싶어할 줄이야. '큰 자기 유재석과 아기자기 조세호의 자기들 마음대로 떠나는 사람 여행'이라는 프로그램 취지를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유퀴즈'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 줄 알겠다. 
물론 기계적으로라도 중립을 지키지 않은 점은 분명 비판받을 대목이다. 때로 중립은 기계적으로라도, 그 자체로 공정과 정당성이 되므로. '힐링캠프', 'SNL코리아' 등 정치인들이 출연한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정 후보만이 아니라 경쟁 구도인 다수의 후보를 동시에 섭외한 이유다. '유퀴즈'라고 예외일 수 없고, 이례적인 사태에 타당한 설명은 반드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능과 정치 사이 비판의 화살이 오직 '유퀴즈'와 유재석에게만 치우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시작은 분명히 이례적인 정치인의 예능 출연에 대한 외압 의혹이었는데, 연이은 폭로가 예능인과 제작진의 정치적 편향 의혹에 대한 화풀이로 변질된 모양새다. 무엇보다 유재석은 방송에서도 '동공지진'이라 할만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기실 원래 '유퀴즈'는 그런 예능이다. 평범한 사람 여행으로 잔잔한 호수처럼 은은한 감동을 주는, 그래서 모든 평범한 사람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제작진의 섭외 불발 따위야 토크의 감동에 비하면 관심 대상도 아니었던 터. 그랬던 잔잔한 호수에 큰 돌이 던져졌다. 
그랬던 조용한 예능과 언제나 시끄러운 정치 사이, 혼돈 속에 일방으로 쏠린 지금의 책임소재는 분명히 길을 잃었다. 예능이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 만큼이나 예능과 전파를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정치의 책임감은 얼마나 무거운가. 결과적으로 조용했던 '유퀴즈'라는 호수에 돌을 던진 자들은 멀쩡하고 개구리에 지나지 않는 자들만 죽어나가는 상황. 과연 이걸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 답은 이미 출연자가 웃으며 남겼다. "그럼 제가 나오지 말 걸 그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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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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