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가 참 괜찮은 녀석이거든요. 제가 직접 지도해봐서 알아요. 근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건 세리머니 춤을 바꿨으면 한다는 겁니다. 하하. 언제까지 같은 춤 출거야~”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 ‘새 사령탑’ 공오균 감독(47)이 '옛 제자' 이승우(24, 수원FC)에게 웃음이 가미된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공오균 감독은 U23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에서 막을 올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https://file.osen.co.kr/article/2022/06/03/202206030457773324_62991a41f22eb.jpg)
조별리그 C조에서 베트남은 ‘디펜딩챔피언’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경쟁한다. 3일 오전 0시 태국과 1차전을 치러 2-2 무승부를 거뒀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베트남 U23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박항서 감독의 몫이었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동남아시안(SEA) 게임’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공오균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줬다. 박항서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집중한다.
축구 팬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공오균 감독은 한국 17세・18세・20세・23세 이하 대표팀 코치로 오랜 시간 일했다.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대표팀 코치로 신태용 감독을 보좌했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직도 잠시 역임했다. 현역 시절엔 대전시티즌, 경남FC, 선샤인코스트FC 등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다. K리그 ‘레전드’다.
공오균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고 했다. 바로 요즘 K리그 '핫가이' 이승우다. 두 사람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대회를 통해 진하게 연을 맺었다.

해외 무대에서 뛰던 이승우는 2021년 12월 초 국내로 무대를 옮겨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이승우는 물만난 고기처럼 K리그를 휘젓고 있다. 2월 개막 후 15경기에 출장, 5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3월 말부터 5월초 '홈 4경기 연속골' 질주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1위팀 울산 현대를 상대로도 골맛을 봤다. 팀은 1-2로 패했지만 이승우는 리그 선두를 상대로 기죽지 않는 플레이를 해 ‘골 결실’을 맺었다. 호평은 자동으로 따라왔다.
이승우 하면 ‘세리머니’를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장난기 섞인 ‘댄스’로 그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승우의 춤솜씨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OSEN은 이번 대회가 열리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한 카페에서 공오균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이승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오랜 시간 지도자 생활을 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봤을 공오균 감독은 “(이)승우가 꾸준히 나한테 연락을 한다. 그런 제자는 정말 드문데 기쁠 때, 힘들 때, 무언가 상의하고 싶을 때 가리지 않고 전화를 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승우는 정말 좋은 친구다. 강해 보이지만 마음이 참 여리다”고 진심을 다해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잘하고 있어 뿌듯하다. 언젠간 잘 될 줄 알았다.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는 언젠가는 좋은 길로 가게 돼있다. 그게 바로 승우다. 멀리서 간혹 경기를 보는데, 스승으로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사진] 2017년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기니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춤추는 이승우 /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2/06/03/202206030457773324_62991a42d8fd5.jpg)
그러나 마냥 칭찬만 하진 않았다. 농담이 99%인 조언도 곁들였다. 공오균 감독은 “근데, 승우 댄스 이제 바뀔 때 되지 않았나요? 진짜 승우야. 댄스 좀 바꾸라~”라며 크게 웃었다. 너무 친해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공오균 감독은 “U20 월드컵(A조 1차 기니전)에서 했던 댄스를 지금도 그대로 하더라고요. 하하. 이젠 좀 바꿔야지”라며 한 번 더 강조했다. 해당 경기에서 이승우는 1골1도움 맹활약하며 한국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이승우는 무려 수비 5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그는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양손은 좌우를 가리키는 역동적인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공오균 감독 말처럼 이러한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세리머니를 현재 K리그에서도 이승우는 하고 있다.
농담으로 한바탕 웃은 공오균 감독은 “승우는 뭐든 알아서 잘하는 친구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 그동안 부담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지금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기분이 좋다”고 흐뭇해했다.
인터뷰 말미에 공오균 감독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이승우에게 했던 따끔한 조언(?)을 다시 주워 담았다.
“그렇게 춤추는 모습이 없으면 우리 승우가 아니지. 아니지!”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