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이 들려 준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었다. 과거 한국 유소년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성장했는지 여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 금기시 돼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거스 히딩크(7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열린 '2022 KFA 아카데미 지도자 컨퍼런스'에서 풀뿌리 축구를 강조하며 자신의 경험과 지도 철학을 국내 지도자들에게 들려줬다.
히딩크 감독은 "난 항상 어린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뛰는지 본다. 한국 선수 부모들은 대부분 열심히 하면 5년 뒤 빅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많은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은 축구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부담을 느낀다"면서 "축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는 아이들이 축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거스 히딩크 /대한축구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2/06/03/202206031929773006_6299e3f71858b.jpg)
또 히딩크 감독은 "2000년 한국 왔을 때 어린 코치와 함께 했다. 훈련은 잘시켰지만 원정에서 선수들을 벌주고 때리는 것을 봤다. 또 선수들에게 고함을 치는 장면을 봤다.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 어드바이저 박지성은 히딩크 과거 요구한 것에 대해 "다른 주문을 한 것 보다는 확실하게 선수가 해야할 것을 정확하게 알려줬다. 모호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라'는 확실한 임무를 주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기술적 실수보다 전술적 실수를 강조하셨다. 개인실수 있을 수 있지만 전술적 실수는 있으면 안된다고 하셨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박지성은 "최근 유스팀에 와서 지도법 지켜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큰 틀 안에서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대화해야 한다"면서 "왜 그런 패스를 했는지 가장 먼저 나와서 선수가 되돌아 보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해라', '마라'가 아니라 그 선수의 생각을 끄집어내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렇게 배웠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사진]박지성(왼쪽)과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2/06/03/202206031929773006_6299e3f777569.jpg)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는 자신의 어릴 때를 떠올렸다. 그는 "경기 전반전 중간에 감독님이 제 이름을 부르면서 '영표 똑바로 안해?' 해서 '네' 했다. 전반전 끝나고 '똑바로 안하니?' 했다. '네, 똑바로 하겠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6~7번 들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너 똑바로 안하냐' 하고 끝냈다"면서 "무엇을 똑바로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지도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가장 안타까운 것이 선수들이 창의적인 패스를 시도하면 실수가 난다. 그러면 벤치에서는 안되는 것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 순간 그 선수는 모험적인 패스를 하지 않게 된다. 좋은 플레이보다 지적당하지 않는 플레이를 하면서 발전속도가 늦어진다"면서 "우리나라 언어가 상당히 직설적이다. 엄청난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어린 지도자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법을 부탁드린다. 지도자가 원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칭찬해주는 방법도 있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