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제2의 손흥민 나오려면?' 히딩크 감독의 냉정한 조언 [오!쎈 현장]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2.06.04 06: 57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주년 만에 한국축구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30, 토트넘)을 배출했다.
‘2022 KFA 아카데미 지도자 컨퍼런스’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개최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박지성 전북 어드바이저,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등 영광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를 맡은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에게 ‘박지성, 이영표처럼 유럽진출을 꿈꾸는 유망주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히딩크 감독이 제시한 모범사례는 바로 옆의 박지성과 이영표였다.

2002 월드컵 후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과 이영표를 데리고 아인트호벤 감독에 부임했다. 두 선수는 네덜란드리그에서 유럽적응기를 거친 뒤 나란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히딩크는 “월드컵에서 성공한 뒤 많은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나 라리가에 가길 원했다. 내 생각에 J리그나 K리그에서 한 단계 위로 프리미어리그는 너무 컸다. 그래서 중간에 네덜란드리그를 가라고 했다. 챔피언스리그까지 나갈 수 있는 좋은 리그다. 이영표와 박지성은 현명한 결정을 했고, 아인트호벤에서 나와 뛴 2년 뒤 꿈을 이뤘다”고 평했다.
한국에서 뛰다 갑자기 유럽에 가면 축구만 잘해서는 결코 적응할 수 없다. 박지성은 네덜란드리그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홈팬들에게 야유를 듣기도 했다. 박지성은 결국 이를 극복했고, 홈팬들이 박지성 응원가까지 만들어주는 선수가 됐다. 챔피언스리그에서 AC밀란을 상대로 골을 넣은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성의 꿈을 이뤘다. 
박지성은 “요즘 이강인 등은 유럽에서 배우고 성장해서 바로 라리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과 유럽은 템포나 축구스타일이 다르다. 나처럼 한국에서 성장한 선수는 네덜란드나 포르투갈 팀으로 가서 (유럽)적응을 하고 (빅리그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진출 원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먼저 언어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영표도 동의했다. 그는 “네덜란드에 가니 몇 달간 힘들었다. 주전경쟁은 힘든 상황이 아니었지만 훈련 때 유럽의 빠른 템포를 따라가기 버거웠다. 동료들이 불만을 토로해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고백했다.
네덜란드서 유럽생존법을 익힌 이영표는 이후 영국적응도 한결 수월했다. 그는 “3개월 정도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템포를 따라갔다. 빠른 템포의 축구가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잉글랜드에 가니 네덜란드보다 더 빠른 축구를 했다. 단계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선수 커리어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보유국’인 한국은 계속해서 세계적인 유망주를 배출해야 한다. 히딩크는 “프랑스 같은 월드클래스 국가에서도 유소년 축구발전을 고민한다. 한국도 유소년축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제2의 박지성, 이영표’였다가 사라진 선수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불리는 것 자체가 어린 선수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다. 유망주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점차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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