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백 김현우(23, 울산현대)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축구화 끈을 조인다.
김현우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에 발탁돼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에서 막을 올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19일 결승전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황선홍호 막차를 탄 김현우다. 그는 지난달 16일 발표된 최종명단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선했던 이한범(FC서울)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부름을 받았다.

천금 같은 기회다. 김현우는 OSEN과 현지 인터뷰에서 “마음 놓고 있었다”면서 “기회가 생겨 기분 좋다”고 말했다.
2018년 울산에서 프로 입성 후 크로아티아 리그 GNK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활약하며 어린 나이에 국내외를 모두 경험한 김현우는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업적도 가지고 있다.
김현우는 올 시즌 직전 해외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친정’ 울산으로 임대 이적했다. 하지만 ‘K리그 선두’ 울산에 워낙 쟁쟁한 수비수가 즐비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김현우는 “(김영권, 설영우 등) 선발로 나가는 형들이 모두 다 경기력이 좋다. 상황이 이해가기도 하고, 형들을 보면서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를 돌아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성숙한 답을 내놨다.
김현우는 황선홍호에서 기회를 잡아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는 “요즘 스스로 경기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악물고 해 볼 생각”이라고 눈을 번뜩였다.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현우는 “욕심나는 만큼 부담된다. 그럴 때마다 몸 관리 한 번 더 하려고 한다. 시선을 다른 쪽으로 보낸다. 나름대로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상 팀에서 맡아서 하던 커버 플레이 잘하는 모습을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고 싶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증명하고 싶다. 신경 많이 쓴 부분이다. 간간이 골도 넣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웃었다.
황선홍 감독과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 나가는 김현우는 ‘세대 차이’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먼저 그는 “감독님은 정말 온화하시다. 어느 정도 선은 있지만, 이를 넘지만 않으면 뭐든 자유롭게 하는 걸 강조하신다. 요즘 세대 선수들하고 잘 맞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내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이 솔직히 있긴 하다”고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구호를 정해주셨는데, 주장이 ‘우리는’하면 선수들이 ‘하나다’를 외치는 거였다. 선수들 사이에서 ‘아~ 감독님. 역시 2002세대네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때 조금 세대 차이를 느꼈다. 지금은 바뀌었다. 주장이 ‘원팀’하면 ‘원골’을 외친다”며 선수들만이 알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었다.
김현우는 막판에 합류했지만 굵직한 경험들이 있어 부주장 임무를 맡았다. 그는 “U20 월드컵을 다녀오고 나이에 비해 여러 경험을 한 것이 기준이 된 것 같다.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확실히 더 생기긴 한다. 동료들을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황선홍 감독은 “합류 시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경험 많이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게 좋다고 판단해 (김)현우에게 부주장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김현우의 어깨가 무겁다. 보여줘야 하고 팀 내 고참으로서 리더십도 요구받는다. 소속팀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아 황선홍호에서 기회를 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김현우는 작은 기회라도 생기면 바로 뛰쳐나갈 준비가 돼 있다.
긍정적인 기운은 덤이다. 김현우는 “저는 반드시 잘 풀릴 거다. 항상 이 생각을 하고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가끔 있지만, 언젠간 잘되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긍정적인 사고는 좋은 결과를 낳는다. 황선홍호에서의 김현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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