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사람 아닌데”라는 말처럼,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더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배우 손성윤이 그렇다. 선하고, 참하고, 단아한 미모와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악역이라는 색깔을 그에게 칠하면 반전은 몇 배 더 커진다. ‘사랑의 꽈배기’ 강윤아가 딱 그랬다.
손성윤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월영당 서울에서 OSEN과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사랑의 꽈배기’(극본 이은주, 연출 김원용) 종영 소감 및 강윤아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사랑의 꽈배기’는 거짓말 때문에 사랑과 인생이 총체적으로 꼬여버린 막장가족들의 코믹 멜로 휴먼가족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된 ‘사랑의 꽈배기’는 최고 시청률 16.3%(90회,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지난 2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극 중 손성윤은 온라인 쇼핑몰 ‘꽈배기’의 창립 멤버이자 오소리(함은정)의 고등학교 동창 ‘강윤아’ 역을 맡았다. 강윤아는 일평생 바라보기만 했던 짝사랑 박하루(김진엽)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오소리와 대립하는 인물로, 짝사랑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끈질긴 면모를 보였다.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는 표독하고 얄미운 연기로,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는 배신감에 휩싸인 공허한 눈빛과 참신한 매력으로 전개에 힘을 더한 손성윤은 ‘사랑의 꽈배기’에서는 꽈배기처럼 꼬인 인물들의 삼각관계와 애처로운 러브스토리로 새로운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

▲ ‘삼생이’ 연출‧작가와 9년 만 재회
손성윤은 ‘사랑의 꽈배기’를 연출한 김원용 PD와 이은주 작가와 9년 전 ‘삼생이’라는 작품에서 함께한 적이 있다. 9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만큼 감회도 새로웠다. 손성윤은 “가장 기뻤던 건 ‘그동안 내가 왜 너랑 (작품에서) 만나지 않았었을까’, ‘왜 그동안 너랑 같이 함께 연기를 하지 않았었을까’라고 했을 때다. 배우로서 기뻤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만큼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 작가님도 강윤아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 고민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끔 연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아이디어를 얻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강윤아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촘촘히 표현하려고 했다. 사람의 사랑에 여러 형태가 있는데, 강윤아는 한 가지의 감정과 한 명의 인물 밖에 마음 속에 두지 못하는 그런 지고지순한, 앞만 보고 가는 경주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오만가지의 사랑을 박하루에 대한 시선으로 모든 걸 다 대입해서 연기를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아마도 다른 어떤 감정들을 발견하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 “강윤아? 타격감 없는 악역”
극 중 손성윤은 강윤아를 연기했다. 박기태(박철호), 조경준(장세현)과 함께 악역 트리오지만, 두 사람에 비하면 그가 저지른 악행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특히 9년 전 맡았던 ‘삼생이’에서의 봉금옥 캐릭터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악역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손성윤은 “금옥이는 근본적으로 태어나기를 출생의 비밀이 있고,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빼앗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상실감이 더 크고 내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강윤아는 온전히 내 감정을 쏟을 수 있는 어떤 대상이 날 받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악역이었기 때문에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기태, 조경준 같은 악역이 아닌 타격감 없는 빌런이었다. 못된 악역, 집착하는 악역이라기보다는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내 진심을 다들 알아주길 바라서 그거에 대한 어떤 고민, 과정, 감정들을 보다 잘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강아지상, 귀염상 얼굴인 만큼 손성윤이 악역을 한다는 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에 손성윤은 “처음 악역을 했을 당시에는 순한 얼굴로 악역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 그때 오히려 내가 감독님께 제안을 했다. 반전이 있을 수 있다고. 악역을 하고 싶다고 강렬하게 스타일링을 하고 미팅을 하기도 했다.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이 드는 건 나같이 무난한, 어떤 캐릭터가 없는 스타일이 강렬한 악역 색을 입혔을 때 돋보인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손성윤이 연기한 강윤아는 악역이지만 사랑을 쏟은 박하루(김진엽)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등 짠한 부분도 많았다. 손성윤은 “엄청 많이 상처받았다. 매일매일 울지 않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 오기가 생기고 그 마음을 더 갖고 싶고 아등바등하는 강윤아를 보면서 연기하는 나도 많이 마음이 아팠다. 촬영 끝나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운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짠하고 마음도 많이 아팠던 캐릭터지만 악역인 만큼 안방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손성윤은 “어느날 댓글 창을 보니 내 욕밖에 없더라. 그런데 나는 캐릭터로서 욕 먹는 건 굉장히 칭찬 받아야 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지적하면 속상하겠지만, 캐릭터를 욕하는 건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는거라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악역하는 배우들을 보면 욕하거나 때리시거나 그러셨다고 하는데 요즘은 실물이 더 예쁘네 등 오히려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배우 손성윤을 칭찬해주시는 것 같아서 욕 먹은 적은 없다. 반갑다고 인사를 해주시는데, 최근에 어디를 갔는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드리다가 나를 알아보셨다. 이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계속 사진을 찍어드렸다. 민망하긴 했지만 감사했다”고 말했다.

▲ “슬럼프 극복하는 과정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2006년 드라마 ‘황진이’로 데뷔한 손성윤. 순탄하게 연기자의 길을 걸었을 것 같지만 큰 슬럼프가 있었다. 손성윤은 “난 사실 연기를 시작부터 즐겁게 한 케이스는 아닌 것 같다. 연기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고, 질타도 받으면서 연기를 이어가는 와중에 카메라 공포증도 생겼었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극복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지금은 연기를 정말 즐겁게 할 수 있게 됐다. ‘보쌈’ 때부터 연기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성윤은 “‘마마’라는 작품을 했을 때 슬럼프를 크게 겪었다. 내가 뭔가 알았다고 대단한 착각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했다. 세밀하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표면적인 접근으로 했다. 잘못 접근하는 바람에 그 인물을 망쳤다. 그래서 혼도 많이 났고, 연기력 혹평을 받았다. 내 연기를 보고 고개를 들지 못하겠더라. 많은 분들이 연기에 대해 질문하는데 카메라 플래시가 굉장한 공포로 다가와서 그 다음부터는 카메라 공포증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손성윤이 ‘마마’를 만난 건 2014년. 배우 커리어에 있어서 딱 중반이었다. 그리고 슬럼프에서 벗어났다고 느꼈던 작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만날 때까지,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4년이 걸렸다.
손성윤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슬럼프를 이겨낸 작품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다. 그 시점부터 연기에 대한 칭찬을 받기 시작하면서 강렬하게 연구를 했을 때 내가 돋보이는구나라는 걸 깨닫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보고,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당시에 연극도 하면서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 결과물들이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손성윤은 당시를 돌아보며 “그 시기를 겪고 있는 내게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슬퍼하고 있을 시간에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어디든 찾아가서 개선을 해봤으면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당시는 매일 그냥 울기만 했다. 방법을 몰랐다. 한 선생님은 내게 어줍잖은 재능 가지고는 연예계에서 살기 힘들다, 노력 없이 재능만 가지고는 힘들다고 하셨다.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고 공부를 해야 했는데, 내가 많이 놓쳤었던 것 같다. 이후에 연기 잘 가르치신다는 선생님들 많이 찾아다니고, 연기 잘한다는 선후배 오빠, 언니들 쫓아다니고, 같이 스터디도 하면서 어깨 넘어로 배우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말했다.

▲ “‘사랑의 꽈배기’, 연기 계속할 수 있는 힘 준 작품”
‘사랑의 꽈배기’가 종영하면서 2022년 상반기를 함께 마무리한 손성윤. 그는 ‘사랑의 꽈배기’에 대해 “내가 계속 연기를 지속할 수 있을 힘을 얻게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하면서 괴로움도 있었겠지만 정말 즐거웠다. 괴로움보다 즐거움이 크다는 걸 느꼈을 때, 나는 어떤 역할도 다 해낼 수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성윤은 “열심히 달려왔는데 벌써 반이 지났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만큼 하나에 몰두했었기 때문에 남은 하반기 알차게 보내려고 계획을 짜야할 것 같다. 배우 손성윤의 삶도 있겠지만, 인간 손성윤의 삶도 중요하기 때문에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