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데니까 다들 안 돌아오는 것" 김혜자, 암 투병 끝 영면 ('우블스') [종합]
OSEN 최지연 기자
발행 2022.06.13 08: 32

'우리들의 블루스' 김혜자가 영면에 들었다. 
12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에는 강옥동(김혜자 분)이 이동석(이병헌 분)의 품에서 영면에 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강옥동은 이동석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목포 끝 마당리를 찾았다. 강옥동이 암 투병 중인 걸 안 이동석은 마지막으로 강옥동이 해보고 싶다는 걸 모두 들어주고 있었다. 강옥동을 위해 찾아온 마당리는 이미 몇 년 전에 저수지로 바뀌어 마을 이름도, 집도 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강옥동과 이동석은 산길을 올라 저수지로 향했다. 강옥동은 구두를 신고 오는 바람에 발을 접질렀지만 아무 내색 않았다. 저수지 앞에 도착한 이동석은 "집이 어디 있었어?"라 물은뒤 "모르는 구만. 여기 언제 와보고 안 왔어? 뭐한다고 고향에도 안 와보고 살아"라며 타박했다. 강옥동은 대답 없이 눈으로 저수지 이곳 저곳을 살필 뿐이었다. 
이동석은 “부모 형제는 있었을 거 아니야? 할아버지,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셨어? 이모 한 분 계셨던 거 같은데?”라 물었고, 강옥동은 부모와 오빠, 그리고 이모까지 모두 다 죽었다고 알렸다. 강옥동은 그렇게 오고 싶어했던 마을임에도 다 봤다며 금방 일어섰다. 이동석은 강옥동의 뒤를 따르다 그가 발을 저는 걸 보았다.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이동석은 "언제부터 그랬어"라며 강옥동의 양말을 벗겨 보았다. 강옥동의 발은 퉁퉁 부어있었다. 강옥동은 "조금 있으면 낫는다"며 일어났고, 이동석은 “뭘 나아? 그랬으면 암도 벌써 낫겠네”라며 답답해하다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지팡이로 쓰라고 줬다. 그러나 하늘에서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천둥이 치자 이동석은 강옥동을 업었다. 그런 뒤 “다 업힌 거야? 뭐야, 가죽만 남아가지고”라며 속상해했다.
차에 돌아온 이동석은 강아지에 눈길을 주는 강옥동에게 “자식새끼 그렇게 개 쳐다보듯 이쁘게 한 번만 쳐다봐봐"라며 "내가 종우 종철이한테 맞을 때 속이 상하긴 했어? 다른 엄마들은 자식이 아프면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는데. 엄마 아프라고 일부러 맞았는데 어땠어? 남자가 그렇게 좋았냐? 자식이 있어도 남자 없으면 못 살겠었냐?”라고 원망했다.  
이어 “먹고 살 게 걱정이면 학교 관두고 육지에서 막노동해서 먹여 살리겠다고 했지. 그 어린 새끼가 애원했지. 늘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미안한 게 없냐. 암 걸리면 그뿐이야? 그때 나한테는 아무도 없었는데. 나한테 남은 건 엄마뿐이었는데.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그때 나한테 하나뿐인 마지막 어멍까지 빼앗아 간 거야. 그래놓고 미안한 게 없어? 어떻게 미안한 게 없어?”라 울분을 토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그러자 강옥동은 “어떤 미친년이 미안한 걸 알아. 네 엄마는 미친년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딸년을 물질을 시켜 죽이고, 그래도 살려고 붙어먹고. 그저 자식이 세 끼 밥 먹으면 되는 줄 알고. 자식이 처맞는 걸 보고도 멀뚱멀뚱. 개가 물어뜯을 년. 죽으면 장례 치르지 말아, 울지도 말아. 누나, 아버지 있는 바다에 던져버려”라며 지난날을 후회했다. 
이동석은 그제야 강옥동이 조금은 용서됐다. 이후 강옥동의 몸상태는 급격히 나빠져 이동석은 강옥동을 병원으로 모셨다. 의사는 이동석에게 "자식이 맞냐"며 당장 입원시키라고 했고, 이동석은 이 말을 강옥동에게 전했다. 이동석이 "의사가 나한테 화내더라. 산송장 같은 엄마를 어떻게 끌고 다니냐고. 당장 입원 시키래. 안 그러면 상 치른대"라며 병실을 잡겠다 하자 강옥동은 "가, 일나도 가, 집에"라며 제주로 가자고 말했다. 
이동석은 간호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옥동을 퇴원시켰다. 제주행 배편을 끊고 둘은 구사읍을 찾았다. 구사읍은 강옥동이 어릴 때 일하던 '구사식당'이 있는 곳이었다. 강옥동은 열세살 즈음 이곳에서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며 일을 돕다 이동석의 아버지를 만났다. 하지만 여기도 불이 꺼져 있었다.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이동석은 돌아서는 강옥동에게 "제주 내일 갈까? 이모네 갈까? 조카들 보러?"라며 신경써 물었지만 강옥동은 "그냥 가. 사느라 바쁜데. 내비둬"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곧 제주행 배를 탔다. 강옥동은 갑자기 '경'자를 물었고 이동석은 창문에 '경'을 써주었다. 그러자 강옥동은 이동석이 쓴 '경' 앞에 '오만'이라 적었다.
이동석은 "오만경이 누군데?"라 물었고 강옥동은 "엄마 이름"이라고 답했다. 며칠 전 글자도 못 외운다고 타박한 게 미안해진 이동석은 "또 무슨 자 알고 싶어? 내가 써줄게"라며 나섰다. 이동석은 강옥동이 말하는 대로 아빠이름 '강팔판'부터 "제주, 목포, 바다, 푸릉, 얼룩이, 까망이, 한라산"을 모두 적어주었다. 한라산은 가봤냐는 이동석의 말에 강옥동은 고개를 저었다.
이동석은 "제주사람이 한라산도 안 가보고 뭐했어. 나야 가봤지. 뻑하면 갔지, 어멍 미우면. 가보고 싶어 한라산?"이라 물었다. 강옥동은 "가보고야 싶지"라 답했고 이동석은 "한라산 눈오면 진짜 장관인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라 말을 흐렸다. 다음날 이동석은 강옥동을 데리고 한라산 중턱을 찾았다.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차로 진입 가능한 가장 높은 곳, 한라산 중턱에서 강옥동은 바람에 실려오는 눈을 보며 감탄했다. 이동석이 "설마 백록담은 몰라도 여긴 와봤지?"라 묻자 강옥동은 고개를 저으며 "백록담은 여기보다 더 좋지?"라 되물었다. 이동석이 "말해 뭐해"라며 긍정하자 강옥동은 "데려가라"고 부탁했다. 이동석은 "가는 데만 네 다섯 시간 걸려. 내려오다가 일 치뤄"라며 만류, 강옥동의 고집을 확인하고 만물상에서 목도리와 등산화를 꺼내와 신겼다. 
이동석은 산을 오르며 "만약에 사람이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어떡할 것 같냐"라 물었다. 강옥동은 "다시 태어나면 좋지. 돈 많은 부잣집에 태어나 돈 걱정 안 하고 글도 배우고 자식들도 일 안 시키고 명 긴 사람 만나 한 번 그리 살면 좋을거야"라 답했다. 그러자 이동석은 "엄마 다시 태어나면 나랑 또 엄마 아들로 만나 살까?"라 물었다. 강옥동은 고개를 저었다.
이동석은 "왜? 내 성격이 이꼴이라서? 내가 지금 같지 않고 착하고 순하면? 말 잘 듣고 웃음많고 살갑고 동이누나처럼 공부 잘하면 그럼 다시 만나?"라 되물었다. 강옥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석은 이어 "누나는 바다 좋아했어. 엄마가 바다에 들어가래서 들어간 게 아니라 지가 좋아서 들어간 거라고. 말렸잖아, 하지 말라고. 물질은 엄마만 한다고. 그건 내가 기억해"라며 강옥동을 위로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그런 뒤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라 물었다. 강옥동은 "지금"이라 답했고, 이동석은 "암 걸린 지금?"이라며 반문했다. 강옥동은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강옥동은 힘에 겨워 더는 올라갈 수 없었다. 이동석은 때마침 하산하는 행인들에게 강옥동을 부탁한 뒤 "내가 얼른 갔다올게"라며 산을 뛰어 올라갔다. 
하지만 이동석 앞에는 입산금지 표시가 놓여있었다. 눈이 너무 많이 온 탓이었다. 이동석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는 상황을 설명한 뒤 "나중에 눈 말고 꽃 피면 오자. 엄마랑 나랑 둘이. 내가 데리고 올게. 꼭"이라 약속하며 눈물을 숨겼다. 나중에 산에서 내려와 강옥동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자 강옥동은 수없이 돌려봤다. 이동석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제 약속을 들으며 눈물을 삼켰다. 
그날 저녁 이동석은 강옥동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고, 이곳에는 민선아(신민아 분)와 그의 아들이 와있었다. 이동석은 "엄마, 내가 좋아해. 저 사람"이라고 민선아를 소개했다. 강옥동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강옥동은 이곳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강옥동은 누워 "좋은 데 갔을 거다. 다들 안 오는 걸 보면 안다"며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언급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그런 뒤에 이동석이 "나도 여기서 잘까? 안 무섭겠어?"라 묻자 "안 무서워. 무섭긴 뭐가 무서워. 동이 간 데 가는데"라 답해 이동석을 울컥하게 했다. 이동석은 "무슨 다른 소리야"라며 "내일 된장찌개 끓여놔요. 엄마껀 맛있어. 다른 건 맛없어서 안 먹는 거야"라 부탁했다. 강옥동은 이 말에 웃음지었다.
다음날 아침, 강옥동은 동이 트기도 전에 이동석이 말했던 된장찌개를 한 사발 끓여놓고, 마당에 강아지들 밥도 챙겼다. 그리고 조금 뒤 이동석이 집에 찾아왔다. 이동석은 강옥동이 차려놓은 밥상에 한 술 뜨며 자신이 왔으니 일어나라고, 자냐고 물었다. 강옥동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동석은 한 번 더 일어나라고 말한 뒤 미동 없는 강옥동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강옥동의 숨소리를 듣고자 귀를 가까이 댄 이동석은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켜 현춘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춘희는 말 없이 울먹이는 이동석의 목소리에 상황을 예감, "정준이랑 은희한테는 내가 전할테니 너는 엄마 곁에 있어라"고 당부했다. 전화를 끊은 뒤 현춘희는 양말을 챙겨신으며 울었다.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울음이 나는 건 이동석도 마찬가지였다. 이동석은 자는 듯이 숨이 멎은 강옥동을 품에 안고 오열했다. 이동석은 "사랑한단 말과 미안하단 말도 없이 내 어머니 강옥동 씨가 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을 끓여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이라 되뇌였다. 
한 달 후, 이동석은 현춘희와 함께 구시렁거리며 2인 3각을 준비했다. 시장에서는 정인권(박지환 분)이 목소리 높여 호객행위를 하는 정현(배현성 분)에게 "체육대회 가야하니 사람 모으지 말라"고 타박하는 중이었다. 동네 큰 체육대회가 열린다고 친구들의 성화에 못이긴 최한수(차인표 분)도 푸릉마을을 찾았다.
최한수는 여느 때처럼 만물상을 벌려놓고 목소리 높여 '세일'이라 외치는 이동석에게 박자를 맞추며 다가왔다. 이동석은 "엄마 장례식에 체육대회까지. 뭐한다고 한달에 두번을 내려오냐. 일도 바쁘다면서. 부자다"라 반겼다. 최한수는 "애들이 하도 성화니까. 괜찮아?"라 물었다. 이동석은 "그럼, 산 놈은 사니까"라 웃으며 대답했다. 이날 현춘희, 정은희(이정은 분), 최한수, 고미란(엄정화 분), 정인권, 방호식(최영준 분) 등은 체육대회를 즐기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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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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