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은빈이 '마녀2'에 출연한 이유부터 시리즈 3편을 향한 기대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1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마녀2'에 출연한 배우 박은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마녀2'(감독 박훈정, 제작 ㈜영화사 금월, 공동제작 ㈜스튜디오앤뉴·㈜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배급 NEW)는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2018년 선보인 '마녀'의 속편으로 기획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15일 개봉한 '마녀2'는 첫날 26만 명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이틀 연속 흥행 1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박은빈은 극중 절대적 힘을 지닌 소녀(신시아 분)를 지키는 자 경희를 연기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농장에서 남동생 대길(성유빈 분)과 함께 지내는 경희는 우연히 만난 소녀의 도움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갈 곳 없는 소녀를 농장으로 데려와 보살핀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소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호의를 베풀어주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현재 박은빈 '마녀2'를 비롯해 오는 29일 공개를 앞둔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시청자와 만난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리며, 인생캐를 예고하고 있다.

박은빈은 "9년 만의 복귀작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그동안 영화는 크게 참여한 게 없었다"며 "어제 영화를 보면서도 그냥 함께 해서 즐거웠고, 다른 배우들이 정말 고생했고 잘 하셨더라. 다시 만나면 칭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젯밤에 인터뷰를 앞두고 영화를 갑자기 봤다. 다들 홍보를 열심히 하시는 걸 봤는데, 난 드라마 일정과 스케줄이 겹치는 바람에 함께 하지 못했다"며 " 내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촬영할 때도 '무엇을 촬영하고 있을까? 어떻게 나올까?' 궁금한 순간도 많았고, 기대도 했다.(웃음)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 갔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으셨다. 너무 감사하기도 했다. 관객으로서 재밌게 관람했다"며 영화를 본 소감을 말했다.
'마녀2'는 제주도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박은빈은 "촬영 때문에 제주도를 가니까 항상 쓰던 물과 안 맞아서 얼굴 트러블이 나더라.큰 화면으로 보면 들킬 수밖에 없을텐데 싶었다.(웃음) 영화가 주는 특유의 거친 질감들이 느껴졌다. 스크린 안에서 크게 내 얼굴을 오랜만에 보니까 재밌었다. 사실 경희 캐릭터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고, 박훈정 감독님을 만나 그 세계관 속에서 숨 쉬어볼 수 있는 것이 큰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녀2'에서 악연이나 능력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 캐릭터를 맡았다.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왜 경희 캐릭터에 날 생각하셨냐?'고 물어봤다"며 "보통 '마녀2'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면, 팬 분들도 마찬가지고 뭔가 센 느낌의 악역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도 '마녀1'을 재밌게 본 입장으로서 능력치를 갖고 있는 새로운 인물일까 기대했는데, 너무나 현실적이고, 어찌보면 능력이 하나도 없었다. 입으로만 욕설을 하고, 욕설도 모두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웃음) 뺏기지 않기 위해 생존을 위한 앙칼진 욕설 수준이라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박은빈은 "감독님을 만나서 물어보니 영화에 초현실적인 부분도 있어서 경희라는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초현실적인 능력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안정감 있는 연기가 필요하다고 해주셨다"며 "이 영화가 현실에 발을 붙이려면 현실감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내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 섬세한 유인에 '마녀 유니버스'에 합류를 해볼까 했고, 기꺼이 참여할 수 있었다"며 만족했다.

사실 경희의 분량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이에 대해 "분량이 덜어진 것도 있는데, 관객으로서 덜어진 게 있어 다행이다. 감독님이 항상 최선의 편집을 하시고, 얼마나 공들여서 하시겠나"라며 "이를테면 경희는 소녀에게 어른으로서 모성과 애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에게 선택권을 주고 이것저것 인생을 알려준다. 그런 잔잔한 장면들이 있었지만 그런 점들은 충분히 편집하신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극 전반적인 흐름이 중요하니까. 서사 같은 경우에는 유추할 수 있는 정도로 잘 편집된 것 같다"고 답했다.
박은빈은 주변 지인들도 '마녀2'를 꽤 봤다며, "영화에 출연하길 잘한 거 같고, 나에 대한 감상평을 주더라. 하는 얘길 들어보니 친구들도 내가 나오니까 안정감을 가지면서 봤다고 했다. 내가 지인이라서 봤을 수도 있지만, 일단 내 장면에 반전이 없는 것이 반전일 수도 있다. 반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반전이라는 게 감상평이었다.(웃음) '나에 대해서 기대하는 게 있으셨구나' 싶은 게 새로웠다. 좋은 쪽으로 상상해주시면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감독님을 제작보고회 이후 만난 적이 없다. 오늘 무대인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 수 있게 됐는데, 별 말씀 안 드리려고 한다. 감독님을 믿는다. 인간적으로 신뢰하게 된 부분들이 있다"며 "(3편 출연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장담할 수 없고, 그런 상황이다보니 장담할 수 있을 때까지 관객으로서 기다리고 지켜보겠다. 감독님이 아마 구상하시는 게 있다면 나도 소환이 될 거고, 아니라면 어딘가로 잘 갈 것 같다"며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은빈은 SBS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KBS2 '연모' 등으로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SBS,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 트로피를 받으며 흥행퀸으로 거듭나고 있다.
'흥행 퀸' 수식에 질문에 "그런 수식어가 붙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이 가깝다 보니 그동안 실감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며 "전날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마녀2' 현장에서 축하를 해주시더라. 박훈정 감독님도 '이런 거 정말 축하 안 해주는데 축하한다'고 해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와 함께 박은빈은 "난 상을 받았다고 해도 어제까지 내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마침표를 찍어주는 느낌이 강하다"며 "그래서 상을 받고 다음 날까지 기뻐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다른 현장에 다른 캐릭터로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인생들이 과제로 있었다. 그래서 크게 들뜬 적도 없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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