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영화 ‘해바라기’ 속 김래원의 대사다.
세상을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냥 난 돌을 던졌어. 그 뿐이라고. 그 날아간 돌이 개구리를 죽였다고 그게 전적으로 내 잘못인가?”
대체로 돈 있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 폭력에 자신 있는 사람, 즉 힘센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사고방식이다. ‘해바라기’에선 조판수(김병옥 분)가 그랬고 방영중인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극본 김지은, 연출 박수진 김지연)에선 최태국(허준호 분)이 그렇다.
그런 최태국이 오수재(서현진 분)에게서 앗아간 것은 사랑과 아이와 인간에 대한 신뢰, 상냥함, 따뜻함 등 오수재의 정체성포함 사건 이전 오수재의 모든 것들이었다.
8년전 수재는 최주완(지승현 분)의 아이를 임신했었다. 수재는 아이의 태명을 ‘하늘’이라고 지었었다. 최태국은 미국에서 애를 낳고 거기서 최주완과 약식 혼례를 치르고 돌아온 후 정식 혼례를 치르자고 꼬드겼다.
이국의 땅에서 수재는 하늘이를 사산했다. 옆에 뒤따라 오기로한 주완은 없었다. 주완의 결혼소식이 그 빈자리를 채웠었다. 당시 최태국은 말했다. “사람은 주제를 알고 염치를 알아야 돼. 넌 두 가지가 다 없었다.” 그래서 수재는 결심했다. 다 먹어치워서 주제를 만들고 염치를 챙기겠다고.

더 이상 10년 전 김동구 시절의 공찬(황인엽 분)을 믿어주던 상냥하고 따뜻했던 변호사 오수재는 없었다. 그저 TK로펌의 미친, 독한, 싸가지 없는 변호사 오수재만 남았다. 오수재의 독한 행보를 따라 TK 로펌은 성장가도를 달렸고 그렇게 TK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성폭행 피해자 박소영(홍지윤 분)의 죽음이란 악재를 맞아 서중대 로스쿨인 리걸클리닉센터 겸임교수로 밀려난다. 표면적인 이유다. 내막은 “TK로펌이 나고, 내가 TK로펌”이란 수재의 발언에 자극받은 최태국의 결정이었다. 본인 말 “호랑이 새끼를 살랑대는 개새끼로 길들이려고” 봐줬던건데 선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리걸클리닉센터로 밀려났다고 가만있을 오수재는 아니다. 그녀는 한수바이오의 비밀장부를 빼내오며 딸려온 USB에서 최태국이 돈세탁 및 비자금 조성에 사용하는 바하마 페이퍼컴퍼니에 쓰인 해외계좌명에 자신의 이름이 쓰인 사실을 알게 된다. 최태국은 그 모든 것에 더해 오수재의 이름마저 가져갔던 것이다.
수재는 최태국에게 한수바이오 매각성사시 TK로펌이 받을 수수료 700억원을 이름값으로 요구한다. 이와 함께 페이퍼컴퍼니의 내막이 밝혀지면 모든 걸 뒤집어써야 하는 수재로선 “내 인생 내가 구길 순 없잖아, 흔들어서 먹어버려야지”라며 본격적인 수순밟기에 나섰음을 암시했다.
같은 시각 오수재가 더 이상 개새끼가 아닌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호랑이로 성장했음을 알게된 최태국은 아들 최주완에게 "밖으로 내돌리면 천하의 역적, 집안에 들이면 천군만마"라며 이혼 정리 후 수재와 결혼할 것을 요구한다.

어이없는 동상이몽이 아닐 수 없다. 공고한 이익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한수그룹 한성범 회장(이경영 분), 유력 대권주자 이인수 의원(조영진 분)마저 장기판 졸로 생각하는 영리한 최태국 역시 힘센 자들이 드물지않게 범하는 ‘오만의 오류’에 빠진듯한 모양새다.
출세 지향적인 오수재에게 거대한 이익카르텔에의 편입을 제의하면 700억원 쯤 지참금 삼아 오수재가 최후의 자존심마저 던져 주고 손을 잡을 것이라 확신이라도 한 듯 하다.
하지만 최태국에게 서푼의 가치도 없을 수 있는 진실의 힘은 뜻밖에 강력할 수 있다. 오수재의 옆에는 “너무 멀리 가지말라”고 속삭이는 공찬이 있다. 그리고 오수재에겐 아직 폐기처분하지 않은 양심도 있다. 무엇보다 오수재가 가장 먹어치우고 싶은 대상은 최태국과 그의 제국 TK로펌이다.
사람은 주제를 알고 염치를 알아야 되는데 최태국에겐 두 가지가 다 없다. 사람을 개로 취급한 주제에, 사람대접을 받겠다는 몰염치가 과연 오수재에게 통할까?

최태국에게 없는 또 한 가지는 사람이다. 한성범 회장이든, 이인수 의원이든 이익에 반하면 언제라도 등 돌릴 수 있는 파트너다. 자신의 그림자에 숨어 더러운 뒤처리를 해왔던 홍성팔(이철민 분)도 18일 방영된 6회에서 자동차 폭발사고를 당했다. 아무래도 최태국이 버튼을 눌러 하실장(전진기 분)이 벌인 짓으로 보인다.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그의 행태로선 심복을 만들기 힘들다. 큰 아버지 한성범 회장의 눈을 피해 최태국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수그룹 법무본부장 한기택(전재홍 분)도 믿을 수 없다. 아버지에 질려 작은 아들 최윤상(배인혁 분)은 진작부터 거리를 두고 있고 큰 아들 최주완(지승현 분)은 많이 모자라 보탬이 안된다.
오수재에겐 그녀를 믿는 공찬과 짝사랑남 최윤상을 비롯한 리걸클리닉센터의 제자들이 있고 동료후배 송미림(이주우 분), 친구 채준희(차청화 분), 공찬의 형제같은 지지자 구조갑(조달환 분) 소형필(이규성 분)이 있다. ‘7조원의 남자친구’로 오해받을만큼 어쩐지 수재에게 호의를 보이고 최태국에게 적의를 가진듯한 SP파트너스 윤세필(최영준 분) 대표도 있다.
이들 모두가 얽히고 설키며 중반에 접어든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가 오수재와 빌런 최태국간의 양보없는 접전을 펼치며 한껏 흥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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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왜 오수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