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지가 '안나'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소화하며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등이 참석했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 '안나'(각본감독 이주영, 제공 쿠팡플레이, 제작 컨텐츠맵)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영화 '싱글라이더'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긴장감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
수지는 극 중 거짓으로 점철된 위태로운 삶을 사는 주인공 안나로 분해 첫 단독 주연으로 나섰다.
2010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수지는 이듬해 방송된 KBS2 '드림하이'를 계기로 배우 활동을 병행했다. 이후 드라마는 '빅' '구가의 서' '함부로 애틋하게'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배가본드' '스타트업', 영화는 '건축학개론' '도리화가' '백두산' 등에서 활약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국민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수지는 "일단 '안나'의 대본이 너무 재밌었고, 대본을 보면서 미묘한 기분들이 많이 들었다"며 "주인공 유미가 굉장히 안쓰럽고 유미에게 묘하게 공감이 가고 잘한 거 하나 없는 유미지만 굉장히 응원하게 됐다. '저 거짓말들이 안 들켰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하면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다. 그리고 제일 컸던 건 이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 욕심이 많이 났고, 배우로서 한 번쯤은 도전해볼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도전하게 됐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첫 단독 주연 부담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설레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컸다"며 "1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이걸 잘해낼 수 있을까? 이 인물을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공감이 갈까?' 이런 고민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도 유미의 '마음 먹은 건 다 한다'는 대사처럼 뭔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도 들었다. 유미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건 내가 해야한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미와 안나,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여자 안나는 드라마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삶을 보여준다. 유미는 고시원 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고단한 삶에 지친 인물. 그러나 안나는 화려한 결혼식과 사교계 사람들과의 만찬,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행사와 인터뷰를 하는 등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안나'는 한 여자의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와 수지의 본 적 없는 강렬한 연기가 기대되고 있다.


수지는 "안나의 원래 이름은 유미인데, 유미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큰 아이"라며 "결핍이 아주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다. 원래 관심 속에서, 칭찬 속에서 자라오는데 사소한 거짓말로 유미의 인생이 뒤바뀐다. 안나가 되고 부터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예측불가 인생으로 살게 된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표현한 수지는 "유미에서 안나가 되어가는 심리 변화가 잘 보이길 바라서 그 부분에 신경 썼다"며 "학창시절에 밝았던 유미와 위축된 유미, 안나가 된 이후에는 목표가 확실해져서 눈빛과 목표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 부분에도 신경 썼다"고 밝혔다. MC 박경림은 "(10대 시절) 수지가 입은 교복도 기대된다"고 했고, 수지는 "그 점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수어를 배우고, 심리전문가에게 자문도 구한 수지는 "드라마 속 어머니와의 대화 수단이라서 배웠다. 실제로 어렵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다 까먹었다.(웃음) 그래도 정말 의미있는 배움이었다. 수어가 많이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심리전문가 님께 자문을 구한 건 아주 많은 도움이 됐다. 어쨌든 안나가 되어가면서 이 인물이 겪는 불안감이나 이런 것들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디테일하게 상황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을 소재로 한만큼 이다해 주연 MBC 드라마 '미스 리플리', 김민희 주연 영화 '화차' 등과의 다른 점도 관전 포인트다.
수지는 "안나가 완벽하게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심리전문가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는데, 보통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을 굳게 믿어가면서 생각하는데, 유미는 안나가 되면서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불안감을 보인다. 그게 '안나'만의 다른 지점인 것 같다"고 답했다.
수지는 이번 작품에서 의상만 150벌을 소화했고, 90% 이상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고. "확실히 세트 촬영보다 공간에 갔을 때, 그 공간에서 주는 큰 힘이 있어서 연기하기 훨씬 수월하고 몰입하기 좋았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알래스카 촬영을 갔다 왔는데,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나' 공개를 앞둔 수지는 "안나로 살면서 너무 힘들었다. 극도로 불안에 시달리는데, 난 못 견딜 것 같더라"며 "안나가 안쓰럽기도 하고, 연기를 하면서 부질 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 나한테도 한 번씩 그런게 왔다"고 털어놨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지만 연기로 해소한다며, "뭔가 재밌을 것 같지만, 연기를 하면서 늘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갈증들을 연기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안나'는 오는 24일 오후 8시 쿠팡플레이에서 첫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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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