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차 관록의 배우' 주호성이 45년 만에 '아르쉬투룩 대왕'으로 돌아왔다.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간아울에서는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 작품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주호성, 주현우, 심마리, 정재연, 김준효 등이 참석했다.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은 중세시대 왕과 신하가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인간의 존재적 회의감에 폭소하며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다. 아르쉬투룩 대왕과 신하 바가의 연극 놀이를 통해 한계 속의 인간이 겪는 삶과 인생,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주는 풍자일 수도 있고 허무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부조리극이다.
장봉태 연출가는 "개인적으로 부조리 연출은 처음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고 공부도 많이 했다. 부조리극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무엇이 부조리인지에 대해서 많이 힘들었다. 이 작품은 45년 전에 초연을 했다. 당시에는 부조리극이 많았다고 하더라. 지금은 부조리극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풍자극일수도 있고 삶에 자아성찰이나 어떤 것이든지 해석할 수 있다. 특별한 주제가 없으니 관객들이 마음껏 느껴주셨으면 좋겠고, 재미있게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갈등을 더 생각해보자는 마음에서 연출을 했다"고 말했다.

'아르쉬투룩 대왕'은 주호성이 1977년 7월 7일 삼일로 명동 창고 극장에서 초연으로 선보인 작품으로, 45년이 지난 후 같은 역할인 아르쉬투룩 대왕 역에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1977년 당시 주호성은 로베르 뺑쥐 원작 '아르쉬투룩 대왕'의 깊은 작품성에 매료되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작품에 임했고, 압도적인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기나긴 시간이 흐른 뒤 초연 배우가 같은 작품, 같은 역할로 공연을 하는 이례적인 모습으로 기대를 높인다.
무엇보다 주호성은 45년 만에 복귀한 아르쉬투룩 대왕 역을 통해 거침없는 해학과 날카로운 풍자를 끌어낸다. 젊은 시절 주호성의 아르쉬투룩 대왕과 연극은 물론 영화와 방송계를 넘나들며 52년 동안 켜켜이 다져온 연기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2022년 주호성표 아르쉬투룩 대왕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주목된다.
주호성은 "다시 하고 싶었던 이유는 연극 자체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런 작품이기에 80년 초에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작품이다. 53년째 연극을 하고 있는데, 대표작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아르쉬투룩 대왕이라고 하고 싶다"며 애정을 보였다.
특히 주호성은 "초연 당시에는 서른이 되지 않았다. 29살 때 주름을 그리고 수염도 붙이는 모습을 관객에게 노출하면서 연극했다. 그런 시도 자체가 파격이었다. 관객과 대화하고, 사적인 대화를 하면서 관객과 대화하면서 하는 연극은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건 만든 노력이었다. 그게 내가 다시 해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주호성을 곁에서 바라본 장봉태 연출은 "원로 선생님과 작업은 불편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호성 선생님이 젊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열정은 나는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존경스럽고, 내게는 연극계에서는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항상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의지하고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다. 늘 내가 선생님의 나이가 됐을 때 그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스스로 묻고 있다. 작업은 항상 즐겁다. 연출로서, 연극하는 후배로서 나를 인정해주는 부분에서 되게 감사하다. 선생님이 오래 건강하게 연극계에 남으셔서 후배들을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주호성은 딸 장나라의 결혼과 함께 작품으로 돌아오는 겹경사를 맞았다. 주호성은 "2년 전에 아들이 결혼을 했고, 이제 딸도 결혼을 한다. 정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주호성은 "이 연극과 딸의 결혼이 겹치게 된 이유가 나름 있다. 실제로는 (결혼)날짜 정하기도 어려웠다. 극장 날짜는 이미 먼저 정했고, 연습도 먼저 시작했다. 연극이 미리 기획도 해야 하고, 연습도 해야 하지 않느냐"며 "비밀은 없다. 비밀로 한 것처럼 비춰지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궁금하셔서 마치 비밀을 파헤치는 것처럼 보여져서 아쉽다"며 "이해는 한다. 그러나 연예인이 아닌 분과 집안의 일이라서 비밀을 파헤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개인적으로 괴롭다. 예비 사위에게도, 그 가족 분들에게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주호성 외에도 '아르쉬투룩 대왕'에는 배우 주현우, 정재연, 심마리, 김준효 등이 출연핬다.
주현우는 "부조리극이라는 것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사실주의랑 다르다보니까 어떻게 표현하고 해석해야하는지 어렵더라. 접근 방식, 해석이 어려워서 많이 굉장히 해매고 있는 중이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건 두 번째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두 번 의상을 갈아입는데, 뭘 많이 한다. 보시는 분들이 어떤 말들을 하실지가 가장 궁금하다. 가장 기대된다"며 "본캐인 바가, 이모, 신, 총사, 꼬맹이 등을 연기한다 1인 6역인데 9가지 캐릭터를 하는 느낌이다.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이모님이다. 그런데 사실은 꼬맹이로 변해서 씽씽을 타고 달리는 게 있다. 무대를 계속 달린다. 힘들어서 그만 좀 하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서 그런 말이 나오더라. 인상 깊은 캐릭터는 꼬맹이다"고 말했다.
말을 더듬는 통역사 역을 맡은 "정재연은 많이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시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연극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행동과 상황보다는 의도하지 않게 내가 하기 싫은 것도 해야하는 게 연극이라 생각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웃기면 웃으시고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같이 소통하고 싶으시면 소리 내셔도 된다. 그렇게 보시고 돌아가실 때 뭐였을까라는 생각 하시면서 지난 거에 후회하고 다가올 거에 걱정하고 현재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보다 현재 내가 조금 더 즐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리사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심마리는 '아르쉬투룩 대왕'을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윤색자로도 함께한다. 심마리는 "불문과라서 프랑스 작품에 윤색을 맡아서 번역본과는 다르게 현대어로, 지금 정서에 맞게 대본을 수정했다"고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죽음' 역을 맡은 김준효는 "이 작품을 하는 게 의미가 있다. 주호성과 인연이 된 게 작년부터다. 작년에 두 작품을 하면서 안 맞았던 게 선생님이 배우를 하면 내가 스탭을 하고, 내가 배우를 하면 주호성이 연출을 했다. 배우 대 배우로 만났는데, 선생님을 어떻게 하는 역할이더라. 그래서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주호성이 출연하는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은 오는 7월 1일부터 10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