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배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 너무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배우 허성태가 5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헌트'의 제작보고회에서 "제안받을 기회가 제게 주어질지 몰랐다"라며 이정재,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이같이 기쁜 심경을 전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각본 및 연출·제작을 도맡은 이정재 감독과 허성태, 정우성, 전혜진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이정재가 첫 연출한 장편 상업영화 '헌트'(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아티스트스튜디오 사나이픽처)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했다.

허성태는 이어 출연하게 된 과정을 떠올리면서 "'오징어 게임'을 촬영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이정재 선배님과 처음 악수를 나눴다. 정우성 선배님은 영화 ‘신의 한수-귀수편’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 뵀다. 너무 꿈 같은 시간이었다”며 “그 이후 ‘고요의 바다’를 정우성 선배님과 함께 하면서 ‘헌트’의 시나리오 얘기를 조금씩 들었는데 그게 저에게도 기회가 올지 몰랐다. 꿈 같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극본연출 황동혁, 2021)을 위해 찌웠던 살을 빼야만 했다며 "그때 17kg 정도 쪄서 이 영화의 촬영에 들어가기 전 15kg을 감량했다"고 캐릭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밝혔다.

그는 김정도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든든한 국내팀 요원 장철성를 연기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았을 거 같다고 하자, "어떤 날에는 같이 분장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제 왼쪽에 이정재 선배님, 오른쪽에 정우성 선배님이 계셨는데 가운데 있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좌정재-우우성은 꿈만 같다. 제가 거울을 보며 두 분을 봤는데 그 중간에 있는 기분은 꿈인지 생시인지 싶더라.(웃음)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될까?' 싶었다"고 털어놓으며 부끄럽게 웃었다.
전혜진 역시 두 배우를 향한 추앙심을 드러내 훈훈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상상으로나마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해외팀 에이스이자 박평호를 보좌하는 방주경 역을 맡았다. 허성태가 정우성과 붙는 그림이 많았다면, 그녀는 이정재와 호흡한 순간이 더 많았다. 이날 전혜진은 “두 분을 한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게 가장 강렬했다. 이정재 선배님이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주셨기 때문에 너무 감사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전혜진은 해외팀에 합류한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에 대해 “감독님은 제가 무얼 하든 ‘좋다’고 응원해주셨다. 근데 제가 오버 페이스를 하면 ‘그건 좀 그렇다’면서 잘 잡아주셨다. 캐릭터 박평호로 대할 때는 눈빛이 무서워서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감독 대 배우로 뵐 때는 동네오빠처럼 세심하게 배려해주셨다”고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이정재는 감독으로 현장에 임할 때 트레이닝복을 갖춰 입었고, 배우로서 박평호를 연기할 때는 슈트와 카리스마를 갖췄다고 한다.
허성태는 이날 정우성과 이정재에 대한 애정을 격하게 표현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 촬영에서도 다양한 포즈로 분위기를 띄우며 두 사람에게 점수를 땄다. 허성태는 “현장에서 정우성 선배님이 매일 ‘밥 먹었냐’고 스위트 하게 물어보셨다.(웃음) 남자지만 설렜다. 모기도 스위트 하게 잡아주셔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정우성에게 고마워했다.

‘감독’ 이정재는 정우성과 영화 ‘태양은 없다’(감독 김성수, 1999) 이후 재회할 기회를 노렸지만 성사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저희가 계속 ‘같은 작품을 하자’는 얘기를 나누며 찾아봤다. 근데 저희와 맞는 프로젝트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 가능성이 있는 ‘헌트’의 초고를 만났다. 초고 때부터 정우성에게 보여줬는데 ‘분위기는 좋지만 바꿔야 할 거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각색으로) 바뀔 때마다 보여드렸다.(웃음)”며 “오랜만에 저희들이 만난 영화를 관객들이 기대하실 텐데 (결과물로) 실망감을 드리는 것보다 아예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헌트’는 이정재의 상업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각색부터 연출, 출연, 편집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는데 무려 4년이나 걸렸다.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는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전세계 평단 및 관객들을 먼저 만났다.


이정재 감독은 ‘헌트’가 다른 첩보영화와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헌트’만의 첩보물을 만들고 싶었다. 다행히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하다 보니 된 거 같다”며 “조직 내 스파이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고 싶었다. 캐릭터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서스펜스를 높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태양은 없다’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이번 영화의 매력이다. 그때는 시나리오에 빈틈이 있어서 저희가 애드리브를 하거나 넣어야 하는 게 있었다. 근데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텐션을 유지하고 팽팽하게 나가야 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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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