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다 힘들다"…'뒤틀린 집' 서영희 전한 부모의 속내(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7.07 13: 14

 “‘호러퀸’이라는 수식어는 부담스럽다. 스릴러에서 호러로 갔으니까 앞으로는 안 해본 멜로도 해보고 싶다.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서영희(44)가 7일 서울 삼성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그나마 타이틀을 하나 얻게 돼 감사한 마음이다. 더 많이 해야지 호러퀸이 될 거 같다.(웃음) 물론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 다른 장르도 하고 싶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뒤틀린 집’(감독 강동헌, 제작 테이크원 스튜디오 스토리위즈,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은 원치 않게 외딴집으로 이사 온 가족이 열지 말아야 할 금단의 문을 열게 되면서 맞이한 섬뜩한 비극을 다룬 미스터리 하우스 호러.

“제가 영화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극장 개봉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뒤틀린 집’은 전건우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토대로 풀어냈지만 강 감독은 퇴마보다 가족에 집중해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님과 현장에서 케미스트리가 좋았다.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한 게 저와 잘 맞겠다 싶었는데 해보니 그랬다. 이번에 숨김없이 나에게 집중하고, 짜증내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명혜가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게 부러웠다. 연기하면서 원 없이 짜증냈다. 실제로는 웬만하면 큰소리를 안 내고 화를 안 내려고 한다. 쉽지 않지만 노력 중이다. 앞뒤 없이 짜증을 냈던 게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엔 삶에서 어느 정도 탈을 쓰고 사니까 대놓고 짜증을 내는 경우는 없었다.”
이에 ‘평소 감정을 쌓아 두고 사는 스타일이냐’고 묻자 “그런 성격은 또 아니다. 100%로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쌓아 놓고 사는 성격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만난 그녀는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유쾌한 성격이었다. 
서영희는 이번 영화에서 신경쇠약에 걸린 엄마이자, 아내 명혜를 연기했다. “고생스러운 신은 거의 없었다. 언제 또 육회를 걸신 들린 것처럼 먹어보겠나.(웃음) 첫 촬영에서 부부싸움 하는 신은 부담이었는데 김민재와 호흡이 좋았다. 롱테이크로 찍었는데 공포라는 장르를 빼고 드라마로써 그 장면을 찍고 모든 스태프가 만족했다. 저 역시 촬영 전 생각했던 것보다 되게 좋았다.”
서영희는 그간 스릴러 및 공포영화에 출연하면서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맞거나, 죽는 캐릭터를 자주 소화해왔다. 이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런 캐릭터라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없었지만 연기하면서 ‘과연 이게 맞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악몽을 꾸긴 했었다. 이번에 극중 딸과의 관계에 대한 미안함이 많았다. 촬영 현장에서 한 번도 (캐릭터명으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대기하고 있을 때도 저는 ‘보민’, 김보민이는 저를 ‘영희 이모’로 불렀다.”
‘뒤틀린 집’은 2021년 4월 말 크랭크인 해서 같은 해 6월 초 크랭크업 했다. 신경쇠약증을 앓던 명혜는 아들과 딸들을 키우면서 좋은 엄마이자 아내가 되고 싶어하지만, 온 가족이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일들을 겪기 시작한다.
서영희는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달라진 인물의 얼굴을 표현하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쌓아 온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명혜는 배우라면 한 번쯤 맡아 보고 싶을 매력적인 인물이다. 
“‘아이가 없었으면 행복했을 텐데...’라는 대사는 많은 엄마들이 드러내지 않는 간절한 속마음 같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저는 그 대사를 보고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아이를 놓는 꿈도 꾼다고 하더라. 다만 그 생각과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지켜내려고 노력한다고. 엄마로서 관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력하는 게, 명혜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꼭 아픈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엄마 아빠들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엄마 아빠 둘 다 힘들다. 아빠들도 가정을 잘 꾸리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엄마나 아빠나 마찬가지일 거다. 모든 부모들이 그 마음을 숨기고 가족을 위해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서영희는 그동안 ‘여곡성’(2018) ‘마돈나’(2015)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추격자’(2008) 등의 스릴러 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저는 왜 한쪽으로만 치우쳤을까 싶다. 사실 코미디도 진짜 많이 했는데 자꾸 어두운 걸로 기억을 해주신다. 그래도 어떤 타이틀 하나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제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굳이 스릴러 장르 제안을 피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굳이 피한다고 해서 180도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제게 오지 않을 거 같아서다. 180도 변신을 하기 위해 이렇게 조금씩 쌓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서영희는 “저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웃음) 그 수식어를 얻고 싶고, 열심히 연기해 보겠다. (믿고 본 관객들에게) 배신을 때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웃었다.
‘뒤틀린 집’을 보고 관객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냐고 묻자, “이 영화를 보고 좀 털고 살자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남 탓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살자는 생각을 하셨으면 어떨까 싶다”고 대답했다.
 “이 시국에 극장 개봉을 하게 돼 기분이 좋다. 작년에 찍었는데 올해 바로 개봉해 작년엔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여름 대작들이 밀려오고 있는데 그전까지는 ‘뒤틀린 집’이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웃음)”
‘뒤틀린 집’의 극장 개봉은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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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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