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와 동등한 위치 NO"…'안나' 정은채, 악의도 배려도 없는 新 악역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2.07.07 15: 21

배우 정은채가 ‘안나’에서 그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이처럼 해맑은 악역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깊게 각인됐다.
정은채는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극본‧각본‧감독 이주영, 제공 쿠팡플레이, 제작 컨텐츠맵)에서 현주 역을 연기한 소감 등을 밝혔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ANNA)’는 이름, 가족, 학력, 과거까지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금까지 4회가 공개됐으며, 오는 5일 5,6회를 공개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손 the guest’, ‘더킹 : 영원의 군주’ 등에서 독보적인 분위기로 존재감을 나타낸 정은채는 이번 ‘안나’에서 현주로 분했다. 유미와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현주는 타인에 대한 배려도 악의도 없이 우월한 인생을 즐기며 사는 인물이다.
정은채는 이번 ‘안나’에서 생동감 넘치는 천진난만함부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서늘함을 동시에 오가고 있다. 정은채는 악의도 배려도 없는 현주의 성격을 리듬감 넘치는 톤으로 표현하며 캐릭터에 완벽 빙의,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한 번만 봐도 깊은 잔상을 남기는 폭넓은 연기가 ‘안나’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 “차갑고 타이트? NO! 느슨하고 웃겨”
정은채는 ‘안나’ 현주를 떠올리며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드라마 ‘손 the guest’ 이후 이주영 감독을 만났다는 정은채는 “감독님과 작업하는 건 처음이다. 감독님은 시나리오로 나를 보고 싶었던 것 같고,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나는 그 전부터 감독님의 전작 ‘싱글라이더’를 보고 관심이 많았는데, 먼저 연락을 주셔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안나’ 대본을 보고 이건 내가 처음 받아보는 캐릭터였다. 이게 왜 내 손에 왔는지 궁금하고, 어떤 면을 보고 나를 선택하셨을까도 궁금했다. 겉으로는 차갑고 타이트해 보이지만 난 그것과 정반대되는 사람이다. 연기적으로는 그게 부각됐다면,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노골적 갑질, 괜찮을까 싶었다”
정은채는 현주 그 자체였다. 시청자들이 더 몰입할 수 있게 연기하면서 ‘안나’를 연기한 수지 만큼이나 돋보였다. 정은채는 “시나리오가 시작되면서부터 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현주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처음부터 함께 했는데, 내가 현주를 하게 되면서 조금 변형이 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과거에 미술을 전공하고, 영국에 8년 살고 한 부분들의 설정들은 내가 하게 되면서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체적이고, 화려한 모습을 작품에서 많이 보여준 정은채인 만큼 이번 역시 비슷한 결의 캐릭터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정은채는 배려도, 악의도 없는 현주라는 악역을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완성해냈다. 정은채는 “현주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문구가 배려도 없고, 악의도 없는 악역이다. 기존에 봐왔던 주인공을 괴롭히기만 하는 표독스럽기만한 악역이 아니라, 조금 더 현실감 있고 그 나이 또래만 가질 수 있는 밝고 명랑하지만 무거움, 어두움 없이 시작됐으면 했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했고, 그게 매력포인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은채는 “예뻐보인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 캐릭터를 의상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었으면 했다. 색감을 쓰는 것에 있어서 과감하길 바랐다. 과감함이 언밸런스 한 게 아니라 현주만 소화할 수 있는 팔레트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주를 연기하면서 난생 처음 입어보는 옷들이 많았다.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캐릭터의 옷을 입는 거라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은채는 “현주가 등장하면 이 장면의 리더가 현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의 톤이 어둡고 우울감이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주가 등장하면 환기를 시키고 순환을 시켜줬으면 했다. 그러기 위해서 현주가 ‘안나’에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은채는 “연기하면서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현주의 행동은 많다. 진짜 정은채는 상황의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남이 어떤 컨디션인지 캐치가 빠르다. 그런데 현주는 정은채와 반대되는 사람이다. (상대와) 동등한 위치라고 설정이 되어 있지 않기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갑을 관계까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보이는 게 괜찮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은 그 부분에 있어서 전혀 타협을 안 해주시더라. 그래서 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 “수지, 이미지 깨고 새로운 모습 보였다”
현주의 감정과 상황은 크게 둘로 나뉜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사는 초반부와 학력을 위조해 신분이 상승한 유미를 만나는 중반부다. 정은채는 “초반 현주와 세월이 흐르고 유미를 만났을 때의 현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핸다. 초반에는 말을 귀에 때려 박으려고 했고, 톤이 업 되어 있다. 후반부에는 힘든 상황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톤이 다운되고, 말을 귀가 아닌 마음에 때려 박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제스처와 표정을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 막상 현장에서 대사와 함께 내뱉을 때 대사 안에서 그게 가능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안나’는 그게 가능한 대사였다. 그 말은 리듬감 있게 대사가 만들어져있었고, 그 안에서 쉬어가는 타이밍에 내가 뭘 할 수 있게 세팅이 됐다는 말이다.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많이 했고, 반응이 좋아서 그랬는지 작품에 많이 쓰였다”고 말했다.
초반 악의 없이 해맑던 현주는 ‘안나’가 된 유미를 만나 감정이 요동친다. 정은채는 그 장면에 대해 “아마 살면서 그런 충격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멍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다시 되돌려서 나한테 유리한 쪽으로 해결할까 싶었을 거 같다. 단순한 분노, 화가 아니라. 그 장면에서도 그렇지만 유미를 만나자마자 되게 감정적이지 않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화가 치밀고, 안나의 반응에 감정이 생겼다. 처음에는 정리된 상태에서 상대를 만난다. 오히려 이성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정은채는 ‘안나’ 역으로 분해 극을 이끌어가는 수지에 대해 “'안나'의 시나리오를 여배우들이 본다면 누구나 한번 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누가 이 역할을 하게 될까 했다. 감독님의 생각도 탁월했다고 본다. 수지도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점에 박수 쳐주고 싶다. 자기가 가진 이미지를 깨고 보여줬기에 짜릿함이 있다. 연기자도 연출자도 관객들도. 거기서 매력이 배가 된 거 같아서 같이 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 “이런 연기 보여드린 적 없어”
정은채는 ‘안나’를 통해 도전했다고 밝혔다. 정은채는 “이런 연기를 한번도 보여드린 적은 없어가지고 물론 나는 다른 선택들을 많이 했다. 작품적으로도, 연기톤으로도. 도전을 많이 했는데 다른 의미에서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 연기톤이라서 많이 놀라신 것 같다. 반갑기도 하면서 좋아해주신 거 같다. 익숙하지 않으면 낯설게 느껴지는데 반갑게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나’에 대해서는 “결과, 결과에 대한 반응을 떠나서 현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내게 관대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거 같다. 현장이 훨씬 더 편해지기도 했고, 그러면서 현장에서의 자신감이 생기고 깊이 좋아하게 됐다. 작품의 현장이 이렇다면 앞으로 좀 더 용기를 내서 도전하게 된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배우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배우로서 고마운 작품이다”고 말했다.
이제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안나’. 정은채는 5회와 6회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거대한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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