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박은빈, 합당한 성취마저 부정당하는 세상의 편견 실감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7.07 14: 14

[OSEN=김재동 객원기자] “저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박은빈 분)가 한바다 로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평범한 퇴사 결정이 아니다. 말을 하기 시작한 5살 이전부터 달달 외우던 법조문과의 결별이니 곧 그가 살아온 전 인생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우영우의 실제 모델이 됐을 법한 미국 플로리다 출신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변호사 헤일리 모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변화를 만들고 싶어 로스쿨에 가고 싶었다. 변호사는 자신의 공동체를 돕는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나”고 말한 바 있다.

극중 우영우도 모스와 같은 이유로 온갖 편견과 어려움을 딛고 변호사가 됐을테지만 결국 자신이 지닌 장애의 한계에 부딪혀 꿈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사람은 직업을 갖고 자신의 생계를 꾸리며 공동체에 이바지한다. 우영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마땅한 꿈을 꾸었고 걸맞는 노력을 했으며 합당한 성취를 이뤘다. 그런데도 세상은 그 모든 것을 외면하고 그녀의 장애에만 집중해 그녀의 기회를 빼앗고 만 것이다.
6일 방송된 3화에서 우영우에겐 형 살해 의혹을 받는 21살 자폐환자 김정훈(문상훈 분) 사건이 배당된다.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은 우영우의 자폐를 직접 거론하며 의뢰인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자폐는 ‘스펙트럼’이란 말이 붙을만큼 증상이 다양하다. “죽는다” “안돼”란 말만 반복하는 김정훈의 속내는 우영우도 알기 어렵다.
결국 우영우는 김정훈의 “죽는다”가 “내가 죽여버릴 거야”의 의미가 아니라 “그러면 죽으니까 안돼”란 의미임을 캐치한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 사건 현장을 둘러보다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적힌 피해자 김상훈의 다이어리와 거칠게 뜯긴 노끈을 발견한다.
사무실서 김상훈(이봉준 분)의 자살시도를 재현해 보려던 우영우는 마침 들이닥친 이준호(강태오 분)와 함께 넘어지며 피해자 김상훈의 등쪽 갈비뼈 연쇄골절의 이유를 알아낸다.
그렇게 사건은 우영우에 의해 모두 밝혀졌다. 피의자 김정훈은 자살을 시도하는 형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형의 잦은 자살시도에 화가 난 나머지 형을 팼으며 그 장면을 아버지 김진평(성기윤 분)과 엄마 전경희(윤유선 분)에게 보여 오해를 산 것이었다.
그렇게 명쾌한 사건풀이에도 불구하고 우영우는 법정서 변론에 실패한다. 김진평과 전경희는 자랑스런 의대생 큰아들의 사후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살시도를 부인한다. “죽은 김상훈 씨의 명예보다는 살아있는 김정훈 씨의 감형이 더 중요하지 않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형을 때려죽인 동생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우영우의 주장은 김진평의 “건방지게 평가질이야. 그래봤자 너도 자폐잖아!”란 공박에 힘을 잃는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에 달린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댓글과 ‘좋아요’가 압도적인 여론은 우영우를 좌절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첫 공판에서 김정훈의 심신미약을 주장하려던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도 심신미약이냐?”는 검사의 조롱에 말문이 막힌다. 설상가상 공판을 지켜본 김진평의 요구에 재판에서 등떠밀려 하차까지 하게 된다.
몰랐다. 법을 통해서라면 자신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우며 공동체에 이바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짊어진 천형 자폐 스펙트럼은 결코 자신의 의뢰인을 도울 수 없게 만든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평생을 노력했음에도 결국 자신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의뢰인을 도울 수 없는 변호사라면 떠나는 게 맞다.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상실감이 괴로울 지라도 이 자리는 자신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도입부에서 우영우를 막아선 회전문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막고 우영우 같은 자폐 스펙트럼 환자도 밀어낸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의 통행만을 허용한다. 마치 그 건물은 정상인만 출입할 수 있다는 듯 장애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고려치 않았다. 다른 이들을 배제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완고하게 돌아간다. 세상도 대부분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엄연한 존재를 부정하는 일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편견은 깨져야 마땅하고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한다.
정명석이 사건을 배당하면서 우영우의 자폐를 스스럼없이 거론한 것은 신선했다. 비록 자폐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우영우를 거리낌없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자살 재현 소동에서 부둥켜안은 이준호의 달달한 상념을 깨는 우영우의 공감부재도 코믹한 현실감을 선사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 시청률은 전국 4.0% 수도권 4.4%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경신이며 수목드라마 1위의 기록이다. ENA란 낯선 채널에서 거둔 성과다. 사람들은 언제나 따뜻한 드라마에 기꺼이 박수를 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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