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많았는데 잘 버텼다"…설경구, 데뷔 30년차에 푸는 연기 숙제(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7.08 16: 20

 “햇수로 데뷔 30년차가 됐는데 제가 한국영화계에서 큰 역할을 한 거 같진 않다.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오다 보니 30년이 된 거 같다.”
배우 설경구(56)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설경구는 설경구다’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30년 사이에 제가 보기에도 좋지 않은 작품은 있었다. 굴곡이 많았는데 잘 버텼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설경구는 앞서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이었던 전도연(50), 정우성(50), 김혜수(53)에 이어 BIFAN 배우 특별전의 명맥을 잇게 됐다.

8일 오후 경기도 부천 고려호텔에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설경구는 설경구다’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배우 설경구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2022.07.08 /jpnews@osen.co.kr

이에 그는 “배장수 부집행위원장님에게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제가 특별전을 하게 됐더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었다. 배장수 형님에게 당한 거 같아 후회를 했다. 바로 회사 홍보팀에 전화를 걸어서 ‘어떡하면 좋냐’고 물어보니 그냥 ‘하라’고 하더라”고 과정을 밝혔다.
8일 오후 경기도 부천 고려호텔에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설경구는 설경구다’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배우 설경구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2022.07.08 /jpnews@osen.co.kr
이날 설경구와 감독 겸 BIFAN 조직위원장 정지영이 참석했다. 설경구는 이어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부담스러운 자리라 제 스스로 납득될 수 있게 이유를 만들어봤다”며 “제가 93년 대학교 때 사회에 나와서 연극를 했다. 올해 햇수로 30년이 됐는데 저한테는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차라는 시간에 중간 점검을 해도 되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특별전 이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더 고민이 깊어졌다. 이 특별전이 정중앙 지점은 아니지만 한 번쯤 그간의 길을 되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의 숙제는 물론 연기겠지만 여전히 풀어나가야 한다는 숙제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동석한 BIFAN 집행위원장 겸 감독 정지영은 “설경구는 (작품 속 캐릭터를 놓고) 여기 저기에 다 써도 좋을 배우다. 다른 배우들은 어떤 조건을 달게 되는데, 설경구는 어떤 배우가 하려던 역할이든 다 잘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포기하지 않은 한 30년 뒤에 회고전을 열게 될 거 같다. 바로 BIFAN에서 회고전을 열길 기대해 본다”고 말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어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그와의 첫 만남을 추억했다. “당시 일산에서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을 찍고 있길래 제가 현장에 응원을 하러 가면서 설경구를 처음 봤었다”고 대면했던 날을 떠올렸다. 이어 정 조직위원장은 “내가 그때는 지금보다 유명했다.(웃음) 그 당시 내가 대감독이었는데 신인배우인 설경구가 내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아프다’면서 가더라. 그래서 이창동 감독한테 왜 그런지 물어보니 ‘역할에 빠져있다’고 하더라. 설경구가 역할을 맡으면 끝날 때까지 헤어나오지 못 하는 사람인가 싶어서 그때부터 존경심이 생겼다”라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 조직위원장은 설경구가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일산에서 서울까지 걸어다녔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걸어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이 배우는 좀 독한 배우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 제가 ‘소년들’이라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설경구와 같이 작업을 해봤는데 그때보다는 약간의 요령을 터득했더라. 그가 맡은 역할은 30대 중반에서 50대까지 18년간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관객과 팬들이) 그 영화를 기대하셔도 좋을 거 같다”고 자신했다.
정 감독은 이어 설경구가 대한민국 배우 역사에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그 이전에는 안성기가 있었다. 근데 그분은 아역부터 해서 연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었다. 근데 설경구는 연기를 공부해서 나온 스타로서 최초다. 그 이후에 (설경구처럼) 연극배우 출신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그에게 ‘연기 비법이 있느냐’고 묻자, “누군가 연기를 배우고 있다고 하면 ‘연기를 배우는 거야?’ ‘연기를 가르치는 거야?’라고 묻곤 한다. 연기는 배우 스스로 느끼는 대로 하는 거다. 비법도, 속성도 없다. 배우가 몰입해서 느끼는 거다. 연기 비법은 앞으로도 없을 거 같다”고 단언했다.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무대 활동을 시작한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으로 2000년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저한테는 30년이 크게 와 닿더라. 소회까지는 모르겠지만. 한 작품 한 작품 해왔다. 근데 제가 나온 작품들을 찾아보진 못 한다. 부끄러워서. 여기에 와서 책자(팸플릿)를 보는데 아련해졌다. '아 이런 작품이 있었구나' 싶더라. 제가 영화는 ‘꽃잎’(감독 장선우·1996)부터 했다. 그래서 그런지 좀 아련하다.(웃음)"
이날 그는 “저의 대표작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박하사탕’이다. 그 영화를 선보인 이후 지나가던 사람들이, 제 이름을 모르셨지만, 저를 ‘박하사탕’이라고 불러줬다. 이후 ‘공공의 적’이 흥행하면서 상업적으로 저를 알리게 됐다. ‘실미도’는 최초의 천만영화였고. ‘불한당’은 저의 전환점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올해 ‘박하사탕’(감독 이창동·1999), ‘공공의 적’(감독 강우석·2001), ‘오아시스’(감독 이창동·2002), ‘실미도’(감독 강우석·2003), ‘감시자들’(감독 조의석·2013),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2017), ‘자산어보’(감독 이준익·2019) 등 설경구 주연 영화를 BIFAN에서 상영한다.
설경구는 “저도 중견을 넘어가고 있더라. 그래서 지금부터가 중요한 거 같다. 배우로서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몸(매) 관리와 얼굴 관리를 하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게 아니라, 잘 나이를 먹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설경구는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소년들’, ‘더 문’(감독 김용화)과 넷플릭스 ‘길복순’(감독 변성현) 등의 신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 조직위원장은 설경구 주연의 ‘소년들’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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